톨스토이, 사랑을 말하다

(feat.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by Rachel

내 나이가 열 손가락에서 조금 더 들었을 무렵이었다.

톨스토이 단편선(인디북) 속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처음 읽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 질문은 어린 나에게 너무 원초적이었다.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소리 내어 대답하고 싶었지만 차마 할 수 없었다.
아니, 아마도 그때의 나는 답을 모른 채여서, 대답을 못했을지도 몰랐다.



책 속에서 말하는 ‘사랑’을 마주한 순간, 이유도 모른 채 눈물이 쏟아졌다.
그 눈물이 들킬까 봐, 엄마에게는 다 읽었다고 거짓말을 하곤 했다.


특히, 미하일과 시몬이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나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책을 덮었다.



그래도 나는 책을 세 번은 꼭 정독하는 아이였다.
그래서 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그 장면이 다시 나타날 때마다 울면서도
결국 다음 장면을 보기 위해 책장을 넘겼다.


항상 그 뒤에는, 미하일이 처음으로 미소짓는 장면이 있었다.
미하일—아니, 사실은 천사였던 미카엘의 미소.

천사의 미소란 얼마나 예쁠까.
그 모습을 그려보며 눈물을 닦아냈다.
그리고 나는, 그 미소가 알려주는 무언가를 따라 다시 다음 장으로 걸어갔다.


인간이 된 미하일은 이후 두 번의 미소를 지었고,
그때마다 하느님이 내린 세 가지 질문의 답을 알았기에
그렇게 웃었다고 했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책은 그 답을 이렇게 전했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고,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아는 힘이 주어지지 않았으며,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단순한 문장들이었지만,
나는 오래도록 그 의미를 붙잡고 있었다.

왜냐하면 삶의 매 순간,
우리는 사랑 대신 다른 것을 고르고 싶어 하거나,
사랑이 아닌 선택을 해놓고 그 후회를 견디지 못한 채 다시 사랑을 선택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아마 그래서, 그 질문은 여전히 내게 유효하다.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한 번의 깨달음이 아니라,
수없이 넘어지고 다시 걸어가는 끝없는 길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누군가의 강요로 사랑이 아닌 선택을 해 보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길 끝을 상상해 본 순간 곧바로 발을 거두었다.


아이가 없는 아침, 남편이 없는 저녁—
그 빈자리에 스며드는 외로움을 단 한 번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사랑을 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이 매 순간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한다는 것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어쩌면 그건, 오래전 책 속에서 보았던 천사의 미소와도 닮아 있었다.
이유를 다 알지 못해도, 그 미소 하나로 하루를 걸어갈 힘이 생기던 순간처럼.


사랑은 그렇게, 사람을 살게 만든다.

마치 톨스토이가 한 권의 단편집으로 사랑을 말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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