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집 앞 스타벅스 방문기)
가을을 타는 날이 왔다.
가을 햇빛이 따사롭게 내려앉는 날,
나는 모험을 하기로 마음먹고 집을 나섰다.
가을 바람을 따라, 커피향이 가득한 곳으로.
목적지는 — 집 앞 스타벅스였다.
오전 시간이 조금 남았고, 오후 일정은 다소 빠듯했지만
그래도 뭐, 어떤가.
일탈이 있으면 글감도 생기기 마련이니까.
그렇게 햇살 아래를 걸으며, 나는 잠시 가을을 즐겼다.
이 동네에 산 지 벌써 5년째.
집 앞 스타벅스가 생긴 지도 3년이 되었건만,
손에 꼽을 만큼밖에 가보지 않았다.
어쩐지 나는, 여전히 이 동네를 잘 모른다.
가을을 타는 날이면
가을 바람에 흔들리는 민들레 홀씨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민들레꽃 홀씨를 찾아 나온 길이었는데—
눈앞에 있는, 스타벅스 풀밭에는 이미 떠나버린 꽃대만 남아 있었다.
새로 나온 ‘라이트 핑크자몽’ 음료를 주문해 마시며
문득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1시가 훌쩍 넘어가 있었다.
세상에나, 곧 일정이 시작될 시간이라니.
그래도 느긋하게 시작해도 괜찮겠지, 싶었는데—
오늘따라 일이 왜 이렇게 많은지.
아랫집 수도관이 터졌는지 집주인에게 전화가 오고,
스타벅스 결제는 또 번번이 오류가 나고.
이래저래, 내가 가을을 타는 게 아니라
가을이 나를 타는 날이다.
집앞 스타벅스 한켠에서,
자몽빛 오후를 천천히 삼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