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훔치지 마시오

마음의 결을 지키기 위한, 당신을 위한 경고문

by Rachel

나의 감정을 빼앗긴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요.

어릴 적 백일장에서, 내가 입밖으로 내서 생각했던 문장이 남의 글에 실려 수상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나보다 더 잘 썼던 것을 보고 그 문장에 실린 감정이 내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 적이 있습니다. 내가 꺼낸 말이 낯선 문장에서 다시 나타날 때, 그 문장에 실린 감정은 여전히 '내 것'일 수 있을까요.



이 글은, 작은 경고입니다.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드리는 정중한 부탁입니다.

저는, 내 마음에서 숨겨졌던 감정을 꺼내어 오래 바라보고, 천천히 써내려갔습니다.
사랑에 닿지 못한 말, 슬픔 속에 묻어둔 기억, 누구에게도 쉽게 꺼내지 못했던 순간들을 말의 결을 따라 만들어 왔습니다.

그러니, 그 문장을 가져가 아무렇지 않게 당신의 것으로 만들지 말아 주세요.

그 순간을 살지 않았다면, 그 감정의 무게를 견디지 않았다면, 그 말은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저는, 감정의 길을 따라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그 누군가의 진심을 담은 글이 왜곡되지 않기를,

마음의 결이 그 사람의 문장 안에서 그대로 남아 아름답게 피어나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조심스럽게 마음을 건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건네진 마음이 함부로 퍼지지 않고, 누군가의 일상에서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니 당신도, 당신의 우주를 직접 걸어주세요.

글쓰기로 감정은 나눌 수 있지만, 한 사람의 진심은 흉내 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누군가를 향한 분노보다는, 마음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의 작은 용기를 담고자 쓴 글입니다.

저 역시 누군가의 진심 앞에서는 늘 조심스러워지고 싶습니다.

그러니 부디, 당신도 당신만의 우주를 꺼내 보여주세요.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 남는 건,

그 글에 담긴 진심이 그 누군가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주를, 훔치지 마세요.

감정 큐레이터, Rachel 드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가을 타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