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불향 가득한 90년대 감성

(feat.동양사라다빵)

by Rachel

아홉 시, 아이를 어린이집 차량에 태워 보내고
나는 약속된 시간에 맞춰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H언니를 기다리는 시간은
어린왕자를 기다리는 여우처럼 가슴이 뛰었다.


버스에 언니가 올라타자,
우리는 재잘거리며 오늘은 어디로 갈지 이야기했다.
곧 부평깡통시장에 도착했다.


부산에 살면서도, 나는 낮의 부평깡통시장은 처음이었다.
낮의 시장은 낯설면서도 신기했다.
정갈하게 쌓인 물건들,
오가는 사람들로 가득한 풍경에는 활기가 넘쳤고,
그 에너지가 내게까지 번져오는 기분이었다.


마트처럼 깔끔한 시장의 분위기가 새삼 낯설었다.
그 공기를 잔뜩 들이마시자,
새벽시장 같은 상쾌함이 가슴 깊이 차올랐다.


언니와 시장을 돌다 ‘해x 숯불갈비냉면집’을 지나쳤다.
스쳐온 숯불향이 어찌나 진하던지,
한낮의 햇살보다 더 따뜻했다.


점심때가 훌쩍 다가오는데도
그 냄새에 괜히 배가 고파졌다.

언니는 그곳을 지나, 갓 문을 연 사라다빵집으로 나를 안내했다.

“여기가 제일 맛있어.”
언니가 말했다.

나는 사라다빵을 자주 먹는 편은 아니었지만,
사라다빵을 좋아하는 남편이 떠올라 기꺼이 줄을 섰다.


오전 11시에 문을 여는 그 가게는
90년대의 시간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유리 진열장 너머, 하얀 종이 속에 줄지어 있던 사라다빵들은
그 시절의 냄새처럼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간판에는 댕기머리를 한 귀여운 소년이 웃고 있었고,
그 시절 최고를 뜻하던 ‘따봉’ 포즈와 오래된 폰트까지
모두 90년대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가게 안에는 뻐꾸기 시계가 걸려 있었고,
그 시절 쓰던 스테인리스 자줏빛 꽃쟁반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가판대에는 간판 속 소년이 다시 그려져 있었고,
옆에는 오래된 자전거 한 대가 기대어 있었다.


사장님은 그 시절처럼
사라다빵을 하나씩 포장해 진열하고 있었다.



모든 소품이 말하는 듯했다.
“여기는, 90년대 빵집입니다.”

레트로 감성이 유행이라지만,
이토록 자연스럽게 그 시절의 공기를 품은 곳은 처음이었다.

눈이 즐겁고, 마음이 따뜻했다.


길어지는 줄 맨 앞에 서서,

가게 오픈을 기다리는 동안 내내 웃음이 났다.


90년대라면 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때.
천진난만하던 그때의 내가 문득 떠올랐다.

그 시절로 잠시 돌아간 듯,
언니와 마주 서서 활짝 웃으며 말했다.
“여긴 정말, 90년대 감성이 뿜뿜이야.”

소품 하나, 간판 하나까지도
그때의 시간에서 벗어난 게 하나도 없었다.

해맑게 뛰어놀던 어린 시절로 잠시 돌아간 듯,

기다림조차 따뜻하게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오며,

그 시절 감성을 간직한 골목에서 숯불향을 다시 들이마셨다.

숯불향 가득한 90년대 감성을,
나는 오래도록 간직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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