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랑찰랑, 노래로 기억되는 사람

(feat.이자연_찰랑찰랑)

by Rachel

이자연님의 〈찰랑찰랑〉처럼,
기억 속의 란란이는 언제나 물결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잔잔하게 다가오다가도,
어느 순간 마음을 출렁이게 하는 사람.


오늘은, 그 이름 하나로도 웃음이 떠오르는—
‘란란이’라는 노래 같은 사람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란란이는 누가 봐도 말갛고 예쁜 사람이었습니다.
그 애를 보면, 누구나 “아, 참 청초하다”라는 말을
자연스레 떠올릴 만큼.



전의 이야기를 읽어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거기에 산적이 있었다〉의 지난 회차에서
그 애는 예쁜 웃음과 예쁜 마음을 가진 친구로 등장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나의 산적과 키 큰 동기가
그 아이를 두고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몸싸움까지 벌였던—
그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란란이는 두 사람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부기장 역할까지 완벽히 해내고 싶어했던 그녀는
되려 기장이었던 용용이의 관심마저 부담스러워했지요.

기숙사생의 대장이나 다름없던 란란이의 마음을
나는 밤마다 듣곤 했습니다.

란란이와 앤티, 여니와 함께
맥주 한 잔을 나누던 밤도 종종 있었지요.
기숙사의, 신입생 시절의 일이었습니다.



2학년이 되자 전공으로 바빠져,
다른 캠퍼스에 있던 란란이와는 자연스레 멀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기억 속의 란란이는 언제나 ‘찰랑찰랑’이라는 곡으로 남아 있습니다.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던 아이였지만,
다같이 노래방에 가면 꼭 한 곡은 부르곤 했거든요.

그 노래가 바로, 이자연님의 〈찰랑찰랑〉이었습니다.

란란이가 그 노래를 부를 때면 나는 잔에 담긴 위스키처럼 마음이 출렁거렸습니다.

목소리가, 참 맑고 청아했거든요.

란란이는 신입생들이 으레 듣는 토익도 열심히 하고,

과 생활도 열심히 해내고,

동아리 생활도 열심히 해냈습니다.

부기장 역할도 1학년의 끝까지 아주 열심히 해냈지요.

합숙에서 다쳐서 큰 부상을 입었어도, 란란이는 열심히였고,

나는 그 모습에 감동을 받아 그 아이처럼 열심히 살고 싶었습니다.


한때 산적에게 왜 란란이를 좋아하냐고, 맥주 한캔을 하며 시험기간에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란란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자기 일 열심히 하는 여자라서. 그런 여자는 멋있으니까.

그런 란란이에 비해 넌 뭐 하는 여자냐고, 왈가닥에, 승질만 내는 이상한 애지 않냐는 말에

나는 입을 꼭 다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도, 그 아이처럼 열심히 사는데.

왜 비교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까.

서러움에, 눈물을 흘렸던 날들이 이어져,

나는 란란이에게 푸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 같은 짓이었는데—


그 시절의 나는,
누군가를 닮고 싶어 애쓰던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그저 사랑받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고,
누군가의 눈빛 속에서 내 노력을 알아봐 주길 바랐던—

그 마음이, 지금 돌이켜보면 참 순수했지요.


이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물결 같은 웃음이 떠오릅니다.
잔잔하게 흔들리던 란란이의 눈빛,
그리고 그 시절의 나까지도 함께 출렁이던 밤들.


오늘은 그 시절의 ‘란란이’를 기억하며,
이자연님의 〈찰랑찰랑〉을 띄워드립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감성 DJ D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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