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어린 마음에 약을 건네준 사람)
오늘은, 마음의 약 한봉지를 꺼내 봅니다.
병원에서 약봉투를 받아들고 나올 때마다,
식탁 위의 약봉지를 볼 때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늘 봉투에 이렇게 썼던 언니—
“D 두 손에.”
섬세하고 예쁜 필체가 아직도 기억난다.
나에게 위로가 되었던 그 편지들.
상처받은 마음에 새살이 돋는 약을 발라주고,
아플 때마다 꺼내 읽으라며
처방전을 건네던 약사님 같은 사람.
해미 언니는, 나에게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약봉지를 보면
나와 펜팔을 하던 해미 언니가 떠오르곤 한다.
언젠가 아이가 생기면,
그 아이에게도 펜팔을 하게 해 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든 사람.
나는 그때, 엇나갈 듯한 날이면
해미 언니의 편지를 꺼내 읽었다.
서랍 속에 숨겨두었던 과도를
말끄러미 바라보다가,
콘치 언니와 해미 언니를 떠올리며
고개를 천천히 흔들기도 했다.
주말이면, 콘치 언니나 해미 언니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면, 주중을 견디고 나면
언니들이 아니더라도—
집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도서관을 핑계로,
그저 집 밖의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었으니까.
언니의 편지가 온 주중엔
나는 늘 그 편지를 보며 버텼다.
사춘기라 모진 말을 쏟아내는 나 자신에게도 상처를 입었고,
엄마도 같이 모진 말을 해내는 나날이 계속되었으니까.
그때의 나에게,
언니의 글씨는 약이었다.
눈으로 삼키는, 마음의 약.
그리고 그 약 덕분에—
나는 아직, 여기에 있다.
언니.
나 D야.
윤하는 잘 지내고 있지?
다섯 살짜리 아이가 어느덧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
나는 언니에게 연락을 하지 못했어.
그동안 정말 힘들었는데,
그런 모습을 징징거리며 보이고 싶지 않았어.
아직도 어린아이 같지 않게,
이젠 언니에게도 힘이 되어주고 싶었거든.
그때 언니가 내 마음에 약을 발라줬잖아.
그 덕분에 나는 오랫동안 버틸 수 있었는데—
또 징징댈까 봐, 연락을 못하겠더라.
늦게나마 용기 내서 이렇게 쓴다.
혹여나 그런 내가 미워도,
마음만은 전해졌으면 좋겠어.
언니, 나는 약봉지를 볼 때마다 언니가 생각나.
그 약봉투 편지가 아직도 떠올라.
마음이 아플 때마다,
언니의 편지를 떠올리며 버텼어.
“나도 버텨봐야 해.”
언니가 내 마음에 약을 발라줬으니까.
언니가 그때 보내준 편지는
내 마음의 보물이야.
고마워,
나의 사춘기 시절에
약을 건네준 내 약사님.
지금은 멀리 있지만—
언니 덕분에 나는 잘 살고 있어.
윤하에게도 그런 이모가 되어줬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미안해.
그래도, 지금이라도 된다면—
윤하에게 언니 같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어.
이제야 마음에 여유가 조금은 생긴 것 같아.
아이가 많이 커서,
그때의 내가 된 것 같거든.
언니가 내게 편지를 써주던 그 시절처럼,
이제는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힘을 건네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