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소녀, Y의 먹는 법

(feat. 말의 결이 눈앞에 앉던 순간)

by Rachel

수업이 끝난 여느 오후였다.

Y가 배가 고프다며 고등어무조림에

밥과 고등어 조각을 크게 한 숟가락 떠넣는 모습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내 안에서 어떤 말의 결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복스럽게 먹는다’와 ‘예쁘게 먹는다’.
평소에는 비슷하게만 느껴지던 그 말들이,
Y의 입가에서 전혀 다른 온도로 다가왔다.



나는 평소에 ‘복스럽게 먹는다’와 ‘예쁘게 먹는다’는 말이
서로 다른 세계에 놓여 있다고 믿어왔다.
두 말은 공존할 수 없다고.


어떻게 한 사람이 동시에 복스럽게도, 예쁘게도 먹을 수 있을까.
내 기준에서 그 둘은 늘 명확했다.
‘예쁘게 먹는다’는, 어딘가 깨작거리는 느낌이었고
‘복스럽게 먹는다’는, 맛있게 잘 먹는다는 뜻에 가까웠으니까.


그러니까, 두 말이 한 사람에게 동시에 붙을 가능성은
애초에 없다고 생각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Y의 먹는 법을 보고 나서야
그 두 결이 겹쳐지는 풍경을 처음 보았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예쁘고 복스럽게 먹는다”라는 말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Y가 예쁘게 보인 순간은 단 하나였다.
먹을 때였다.


그 아이가 밥을 떠 넣을 때마다 눈이 반짝거렸고,
입안 가득 맛을 느끼는 듯한 표정이
한눈에 ‘행복’이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아,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
‘예쁘게 먹는다’고 말하는구나—
그제야 이해되었다.



그리고 ‘복스럽게 먹는다’는 말도
조금은 다르게 다가왔다.

늘 행복해 보인다는 뜻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식욕을 자연스레 자극할 만큼
맛있게, 기분 좋게 먹는 모습.
보고 있는 사람까지 먹고 싶게 만드는 그 장면이,
바로 ‘복스럽게 먹는다’는 말의 결이었구나.



복스럽게 먹는다와 예쁘게 먹는다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Y의 모습을 보며,
나는 처음으로 ‘말의 결’이라는 것이

형체를 가진 무언가처럼 눈앞에 앉아 있는 것만 같았다.

말로만 알던 두 표현이
Y의 한 숟가락, 한 표정, 반짝이는 눈동자 속에서
하나의 장면으로 완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오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말들이
사실은 누군가의 모습 속에서 비로소 배워지는 것들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날의 Y는
내가 몰랐던 말들의 결을
아주 조용하게, 그러나 선명하게
내 앞에서 보여주고 있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한 걸음씩 걷다보니 도착한,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