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Miley Cyrus_Flowers)
Intro.
나는 이 곡의 쓸쓸함에서
어린 날의 나를 떠올렸다.
혼자 남겨진 기분,
아무도 손을 내밀지 않는 밤의 감각.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 쓸쓸함은
누군가 대신 이겨내 주는 것이 아니라,
나 혼자서도 건널 수 있었다는 것을.
나 혼자서도
내 손은 내가 잡아줄 수 있고,
나를 위한 것은
결국 내가 해낼 수 있는 일들이며,
나 자신을 인정해 주는 일은
끝내 나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마일리 사이러스는
이 노래를 발표할 때,
이 곡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밤을 지나게 할지 알고 있었을까.
Grammy Awards 무대에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던 그녀의 모습을
나는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Flowers는
쓸쓸함 속에서 부르는 노래이지만,
패배의 노래는 아니다.
오히려
‘혼자서도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게 된
당당한 자기 선언에 가깝다.
그래서 이 노래는
내 취향에 정확히 닿았다.
아마도 그래서
그 해, 그녀가 그래미를 거머쥐었겠지.
그녀의 행보는 종종 기이해 보이고,
그래서 더 다음이 궁금해진다.
디즈니 팝스타의 몰락처럼 보이기도 해서,
씁쓸한 뒷맛이 남는 커피 한 잔 같기도 하고—
그럼에도 분명한 건 하나다.
이 노래는
밤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것.
그리고 나는,
그 밤을 이미 지나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같은 밤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이 곡을 소개하고 싶었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기억의 저편에 잠들어 있다가
문득 소환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어쩌면 아직 한 번도
마주하지 못한 사람도 있을 곡.
그럼에도
기억 속에 잠들어 있기엔
너무 아까운 노래라서,
이번 밤을 지나는 길에
조용히 한 번,
건네고 싶었다.
Flowers를.
Outro.
‘밤’이란 건 참 신기한 시간입니다.
그저 빛이 사라지는 현상일 뿐인데,
어떤 이들에게는
그 시간이 유난히 길게 느껴지지요.
그래서 밤 한가운데서 깨어나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저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입니다.
푹 잠들지 못하고
자주 깨고,
한 번 깬 뒤에는
쉽게 다시 잠들지 못하는 사람이지요.
그래서 하루 중
밤의 시간이 가장 길게 느껴졌고,
한동안은 여름마저 반갑지 않았습니다.
짧아진 밤에도 잠들지 못하는 내가
괜히 한심하게 느껴졌거든요.
하지만 이 노래를 들으며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내가 힘들었던 이유는
잠을 못 자서가 아니라,
‘내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당신에게도
그런 날들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애써도
스스로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밤들.
그런데 문득,
밤이란 시간이
그런 나를 밀어내는 대신
조용히 감싸안아 주는 순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편안해지더라고요.
그러니
Y의 플레이리스트를 듣고 있는 여러분도,
오늘만큼은
스스로를 감싸안는 시간을
가져보셨으면 합니다.
Flowers의 리듬 속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