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캐나다 생활 (3))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몸이 젖은 솜처럼
무겁다는 감각이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무기력증.
또다시 눈을 떴다는 그 감각.
이제는
이 먼 타국에서
그런 감각을 느끼기엔
나는 너무 지쳐 있었다.
지친 몸으로
무언가를 하기엔
모든 게 너무 힘들었다.
홈스테이 맘이
필사적으로 뭔가를 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나는—
밥을 먹을 수도 없었고,
수업을 나갈 수도 없었고,
방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갈 힘이 없었다.
침대 밖으로
발을 내딛는 일이
이렇게 힘들 수 있다는 걸,
나는 한참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발을 침대 밖으로 내밀면
끝없이 추락할 것만 같았다.
그때의 나는
아무 쓸모도 없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조용히 버려진,
볼품없는 존재.
그러니까,
죽어도 괜찮은.
그래서
세상에서 없어져도 괜찮은,
그런 하찮은 미물 같은 것.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글을 쓰고 있었다.
팬픽이었지만
그걸 쓰고 있는 동안만큼은 내가 쓸모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아,
글쓰는 것도
힐링이 될 수 있구나.
나는
아주 조금씩,
침대 밖으로 나와 보기 시작했다.
눈이 소복이 쌓인
침대 밖 풍경을 바라보다가,
괜찮아진 것 같으면
화장실을 살며시 다녀오고,
팬픽에 달린 댓글을 보며
아,
살아도 괜찮겠다는
위안을 얻기 시작했다.
그래.
누가 보기엔 좀 하찮은 일일지도 모르지만,
어때. 온라인 세계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살아도 괜찮을 거야.
조금만, 힘을 내 보자.
그 즈음, 새로운 단계로 들어섰고, 나의 캐나다 생활은 막바지에 들어서고 있었다.
억지로라도 어학원을 가야겠다 생각하며 봄을 만끽하려 노력했다.
겨우내 쌓인 눈이 조금씩, 녹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