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빛나의 사연입니다.

(feat. 나의 빛나는, 빛나)

by Rachel

Intro.

가끔은, 함께한 시간이 짧았음에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사람이 있어요.

오늘의 선곡은, 그런 사람인 빛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의 청춘 어느 한 쪽에서 말없이 나에게 손 내밀어주던 아이.

나는 그 아이를 ‘빛나’라고 불러요. 실제 이름보다 더 빛나기에.

그리고 그 아이는, 말 한 마디 없이 내게 자리를 내주고,
숨 고를 공간을 내어주던 사람이었어요.




빛나는, 중학생 시절 희야를 통해 알게 된 인연이었어요.

고등학교 1학년 같은 동아리를 들면서, 더 가깝게 지내게 되었죠.

저는 빛나를 참 성격 좋은 친구라 생각하면서도 조금은 멀게 느꼈는데,

빛나는 그런 저를 참 살갑게 대해줬어요.

그래서 저는 그런 빛나가 부러웠어요.

나는 조금 멀게 느끼는걸 분명 느낄 텐데도, 스스럼없이 친구라고 다가와주는 빛나가 부러웠거든요.


빛나가 참 대단하다고 느꼈던 건,

고등학생일 때도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분명히 밀고 나가는 마음 때문이었어요.

한창 진로 때문에 고민을 하던 무렵, 빛나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고,

동아리 내에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으로 밀고 나가는 뚝심 있는 친구였지요.


부모님의 반대 속에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성적을, 결과를 내는 빛나라는 친구가 대단해서

저는 고3이 될 때까지 빛나에 대한 존경심을 마음 속에 꼭꼭 숨겨둔 채 항상 그 친구에게 엄지손가락을 올려줬어요.


빛나가 하고 싶어했던 건, 파티시에였는데.

사람들에게 달콤한 것을 먹이면서 표정 보는게 좋았다고 말하는 빛나의 모습이 얼마나 예쁘던지.

그거 나만 기억하는 건가 싶은데, 그 때의 빛나 모습 아마도 다들 예쁘다고 느꼈을지도 몰라요.


고등학교를 졸업한 빛나는,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기가 원하던 대학교를 들어갔어요.

아주 먼, 대전으로 가서 우리는 빛나를 보기가 어려워졌지만

가끔은 빛나가 고향으로 내려올 때면 우리가 모이는 날이었어요.

그 때의 빛나도, 언제나 눈동자에서 빛이 났어요.

그때도 가끔 빛나는 마카롱이나 수제 휘낭시에를 만들어 와서 우리에게 나눠주곤 했어요.

맛있게 먹었지만, 나는 미각 표현이 떨어져서 맛있다 밖에 못해서 미안했어요.



나는 그런 빛나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요.

빛나가 졸업을 앞둔 해였는데, 나는 그 때 취준생이었죠.

고향에서 학교가 있는 곳으로 왔다갔다 할 만큼 차비도 간당간당해서,

친구들 만나러 오랜 시간이 걸렸다가, 묵을 곳도 없이 헤어지던 날이었어요.

어떡하지, 나 잘 데도 없는데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헤어지는데, 빛나가 물었어요.

"우리 집 가서 자고 갈래?"

빛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건넨 말이었지만- 나는 무척이나 기쁘면서도 미안했어요.

나는 빛나를 멀게 느끼고 있는데, 빛나는 나를 기껍게 여겼었구나, 싶어서요.

"응, 미안하지만 신세 좀 질게."

하면서 빛나네 집으로 갔어요.

한 쪽이 따끔거리는 양심을 지닌 채로.


빛나네 집은 크고 조용했어서,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는데

빛나가 그랬어요.

"너, 오늘 묵을 데 없었지? 집에 비밀로 하고 우리 보러 왔다며?"

"어떻게 알았어?"

"우리 헤어지는데 네 표정이 곤란해 보였거든. 신경쓰지 말고 푹 자-

내일 늦게 일어나도 엄마 아빠는 뭐라 안 하셔. 내 친구들 집에 와서 자고 가는 거 신경 안 쓰시거든."

내 마음까지 알아봐 주는 빛나의 마음결에 눈물이 주륵 흐른 건 왜였을까요.

나는 그 때 너무 지쳤어서, 진짜 친구들만 보고 학교가 있는 곳으로 다시 넘어가려고 했었는데.

신세일까, 죄짓는것 같았던 내 마음을 알아보고 한마디 해 주는 빛나가 너무 고맙고, 미안했던 내 마음을-

알아봐주고 어루만져주는 빛나가, 그 밤에 빛나는 걸 자꾸 보고 싶어 잠이 오질 않더라고요.


그 날은 빛나가 먼저 잠든 밤이었어요.

빛나가 고른 숨소리를 낼 때, 나는 눈물을 흘렸거든요.

내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가 곁에 있었는데, 나는 알아봐 주지 못한 것 같은 미안함과

이렇게 빛나는 내 친구가 오랫동안 내 옆에 있어줬던 고마움에 눈물이 나서, 잠을 잘 자진 못했던 거 같아요.

눈물 흘리다가 잠에 스르륵 들고, 부은 눈으로 눈을 뜨니 빛나가 아침을 준비했더라고요.

아침 밥 먹고, 빛나와 인사를 하고 버스정류장에 앉았는데-

문자가 왔어요.

[나야. D야, KTX표 끊어놨으니까 타고 가. 여기서 학교까지 가려면 꽤 멀던데. 두 정거장만 가면 되니까, 꼭 타고 가야 해.]

그 문자에 눈물이 주륵 났어요.

다들 취준생이라 뭘 부탁하기도 겁나는 시절이었는데.

빛나도 용돈 벌이 하는 취준생인데- 나한테 차표까지. 그래서 더 눈물이 나더라고요.

취준생인 빛나가 보내준 KTX표- 그건 마음 도장 같았거든요.

내가 너를 이만큼 사랑해, 라는 마음 도장.

사랑하는 빛나의 마음이 느껴지는 마음 도장이라, 나는 그날 학교까지 갈 때 눈물을 이따금 흘렸어요.

무척이나, 힘이 되는 하루였기에-


지금도 잊히지 않는 그날을 생각하며, 두 곡을 소개할게요.

그 날의 감정과 같은 감정은 아니지만, 빛나가 생각나는 두 곡입니다.

이무진 - 청춘만화

이무진 - 굴뚝 마을의 푸펠.


저에게는, 맑은 이무진님의 목소리와 그 때의 빛나가 겹쳐 들려요.

내 청춘의 한 쪽에 늘 있던 빛나를 생각하면, 청춘만화가 딱이거든요.

그리고- 내 자신을 부끄러워하던 그 시절의 나에게, 친구를 만나러 가자며 다가온 빛나같은 노래,

굴둑 마을의 푸펠을 추천드려요.

메르헨적인 감성이 꼭 빛나 같아요.

빛나는 현실적인 사람이지만, 그 때의 빛나는 동화 속 주인공 같았거든요.

그래서 이 노래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오늘의 선곡표를 들으면서, 나의 인생에서 빛나는 사람들을 떠올리시길 바래요.

오늘은 여기까지, 감성 DJ D였습니다.




Outro.

빛나야.

너라는 사람이 있어서,

외로웠던 그 날들을 버틸 수 있게 되었어.

그 때 진짜 힘들었는데, 네가 준 기차표 가끔 꺼내 보면서

힘든 날들을 지나왔거든. 정말 고마워, 빛나야.

나의 빛나는 날보다도 더 빛나는, 나의 빛나.




오늘의 선곡은, 어떠셨을까요?

당신의 빛나는 조각들을, 제게 들려주세요.

다음은, 당신의 선곡표일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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