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헌신, 깊은 울림

말보다 깊은 사랑의 언어

by 김혜신


비르, 이키, 우츠, 뵈르드, 베쉬, 알트..

하나씩 동전을 세는 손길에 눈이 간다.

우리가 탈 버스비를 위해 1라리 동전을 지갑에서 꺼내 세는 모습에 눈이 간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목소리와 미소 짓는 얼굴을 쳐다본다.

그녀의 작은 행동에도 뭔가 다른 것이 느껴진다. 그것이 뭘까


한국에서는 거의 돈을 안 쓴다.

지폐나 동전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계좌이체나 신용카드를 쓰게 되니 돈의 단위는 기본 천 단위나 만단 위로 시작하는 것 같다.

돈을 아예 안 쓰는 날도 정기 결제로 신용카드나 계좌에서 결재되는 것도 있다.

그러니 씀씀이도 커지게 된다.

동전을 만지는 일이 거의 없다.


어렸을 때 아버지는 일하러 나가실 때마다 나에게 100원을 주셨다.

막내딸을 이뻐하셨던 아버지는 그 딸에게 늘 한결 갔았다.

그 돈을 가지고 난 구멍가게를 가곤 했다.

사탕이나 껌, 과자를 사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결혼 전 일하는 막내딸에게 아빠는 한 주먹씩 동전을 내 책상 위에 올려 주시곤 했다.

500원 100원짜리가 한 주먹씩 있어 제법 교통비로 쓰고 간식비로 쓸 수 있었다.

학교 다니며 새벽 학원 다니는 딸에게 주는 아빠의 선물이었다.

어릴 적 매일 100원씩 주시던 아빠의 마음처럼 말이다.


나의 자녀를 기르다 보니 그 100원은 1000원이 되었다.

아이들의 쓰고 남은 100원들은 저금통으로 들어가기보다는 동네 게임기나 뽑기로 쓰였다.

점차 동전의 모습은 내가 알던 그 시절의 모습이 아니었다.

100원보다는 천 원이나 만원을 보고 좋아하는 모습이 되었다.

이제는 오만 원짜리 지폐보다 계좌 이체된 돈을 더 좋아하는 듯하다.


그녀의 동전을 만지는 손길에는 100원을 주시던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졌다.

이제는 그때 모습이 기억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랑하는 딸에게 주시는 아버지의 마음은 기억된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늘 행동으로 사랑을 표현하셨던 나의 아버지의 모습이 묘하게 떠올랐다.


동전을 건네는 손길에는 낯선 땅에서 살아가던 그녀의 지난 세월이 쓰쳐지나갔다.

작은 것 하나 소중히 여기고 살았던 모습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한 순전한 마음

그리고 자신이 우선되지 않았던 삶

그 모습이 물에 떨어진 잉크의 퍼짐처럼 계속 내 마음에 퍼지고 있었다.


선교사님과 동력 하시는 두 사모님들의 모습에 자꾸 눈이 간다.

상대의 말을 잘 듣고 반응하시는 모습,

조용히 차근차근하시는 말씀,

따뜻한 눈빛과 손길

그렇게 조지아에서 만난 이들 중 나의 눈길을 끈 분들은

선교사님들의 사모님들이었다.

그분들의 눈빛과 손길 속에서

나는 주님의 사랑이 어떻게 생활이 되는지를 보았다.


내가 느꼈던 아버지의 사랑, 내가 사랑하는 자녀에게 주는 사랑,

그리고 주님께 받은 그 사랑으로 살아가는 이분들

그 모습들을 떠올려 보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의 사랑이 때로는 나의 감정으로 변질될 때가 있다.

나의 의로움으로 강해질 때가 있다.

나의 판단으로 롤러코스트를 탈 때도 있다.

그것이 그분의 시선으로 고정되며 조용하지만 깊은 호수 같은 사랑처럼 펼쳐진다.

출렁거림보다 잔잔함에 평온함이 가득할 것 같은 사랑으로 말이다.


그 사랑을 느껴본다.

말이 아닌 손끝에서

동전 하나를 건네는 작은 손길에서

그곳에 담긴 믿음의 울림이

지금도 내 마음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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