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에 대하여
*2022년 9월 7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작심 에세이. 매주 키워드 또는 문장에 대한 짧은 글 한 편을 쓰고 서로의 글을 읽고 감상을 나누자. 혹여 중간에 멈추게 되더라도 언제가 되었든 또다시 글을 써보자. 너무 오랫동안 멈춰있지만 말자.
처서가 지나자마자 여름이 거짓말처럼 조금은 누그러졌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지겨우리만큼 길게만 느껴진 여름이 마침내 가고 있나 보다. 그렇다고 해서 가을이 왔다고 말하기에 아직 섣부른, 지금은 여름을 지나 가을로 가는 애매한 시간이다.
완전한 여름이 가시기 전 그리고 만연한 가을이 오기 전, 그 사이의 계절감이 주는 특별함이 뭘까. 여름도 아닌, 가을도 아닌 이 계절은 두 계절이 지닌 장점만을 골라 놓은 듯한 매력이 있어 재미있다.
해가 길어 저녁까지 밖이 환하면서도 구름 한 점 없이 높아져 있는 하늘이, 한낮에는 볕이 뜨거우면서도 어디선가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늦여름임을 말해준다. 한여름에 느낄 수 없는 공기는 눅눅한 습기로 무거워진 내 마음에 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 한껏 들뜨게 한다.
이렇게 비로소 나에게도 쾌청한 여유가 찾아오는 것이겠지.
여름과 가을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늦여름의 감각은 공중으로 빠르게 사라진다. 이 순간은 사라지고 어느새 기억은 흩어져, 제 모습을 가을과 겨울 속에 감춘다. 의식하지 않으면 흘러가는 늦여름의 공감각을 붙잡지 못해 나는 벌써 내년의 이맘때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