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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치노매드 Apr 26. 2022

딸에게 들려주는 동화

기다리고 지켜보는 일




찰싹바위와 유유


옛날 옛적에 유유가 살고 있었어요. 유유는 혼자 살고 있었지만 늘 바쁘고 부지런해서 심심한 줄 몰랐지요. 어느 날, 유유는 아침부터 바지런을 떨어 나갈 채비를 하고 지게를 지고 산에 나무를 하러 갔어요. 지붕을 새로 고칠 생각에 평소보다 제법 많은 나무를 베어 냈지요.


나무를 지게에 싣고 내려오는데 꽤나 무거웠습니다. 잠깐 쉬어갈 생각으로 유유는 널찍한 바위에 걸터앉았어요. 가만히 앉아 바람을 맞으니 유유는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와, 잠깐 앉아서 쉬니 이렇게 기분이 좋구나!' 유유는 잊고 있었던 사실을 깨달아 마냥 기뻤습니다. 그리곤 슬며시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할 일이 많았기에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었는데 이렇게 바위에 걸터앉으니 자연스레 누군가와 얘기를 하고 싶어 진 것이었어요.


그런데 마치 유유의 속마음을 누가 엿듣기라도 했는지 누군가가 유유의 엉덩이를 조심히 두드리는 게 느껴졌어요. 유유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어, 뭐지? 바람인가? 아닌데.. 이렇게 엉덩이로만 바람이 불지는 않을 텐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잠자코 앉아 있었던 유유는 다시 엉덩이를 어루만지는 느낌이 들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아 있던 곳을 가만히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한동안 가만히 있던 바위는 시간이 지나자 다시금 살짝 흔들렸습니다. ‘어 이게 뭐지?’하는 생각이 든 유유는 계속해서 바위를 지켜보았습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바위는 조금씩 흔들렸고 바위에 등을 기대고 있던 유유는 마치 바위가 자신의 엉덩이를 가볍게 찰싹하는 것처럼 느꼈던 거예요. 비밀을 푼 유유는 재미있기도 하고 덕분에 심심함이 어느새 사라졌기에 즐거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바위의 이름을 찰싹바위라 부르고 종종 들리기로 했지요.

유유는 집에 와서 잠자리에 누워서도 낮에 있었던 찰싹바위에서의 일이 생각나서 빙그레 미소를 지었습니다.

어느 날이었어요. 유유가 나무를 마치고 내려오면서 여느 때와 같이 찰싹바위에 앉아 쉬고 있었어요. 그러다 문득 왜 찰싹바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람이 불면 바위 말고 주변의 나뭇가지나 잎들도 함께 흔들려야 하는데 왜 찰싹바위만 흔들릴까 하는 궁금함이 생긴 거예요.


결국 유유는 바위를 하나하나 살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바위들을 요리조리 둘러보다가 유유는 바위들 사이에 꽤 큰 틈이 하나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그 속을 들여다보려 했지만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신 무슨 소리가 나는지 귀를 쫑긋 기울였지요.


주변의 바람소리 새소리가 한데 섞여 바위틈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지요. 하지만 일순간 잠잠해질 때 유유는 희미하게 새끼들이 낑낑대는 소리를 들었어요. 새끼들은 제법 컸던지 그 안에서 폴짝폴짝 뛰기도 하였고 그 바람에 바위가 조금씩 흔들렸던 거였어요.


유유는 깜짝 놀랐지만 바위틈 속 새끼들이 놀랄까 봐 가만히 숨죽여 듣고만 있었지요. 귀 기울여 들어보니 새끼들은 몇 마리 되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끼니를 거르지는 않는지 걱정이 되었던 유유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혹시 부모가 있을지 몰라 바위에서 멀지 감치 떨어져 잠자코 지켜보기 시작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시간이 흐르자 저만치서 다람쥐가 쪼르르 달려오더니 유유가 발견한 바위틈 반대쪽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에는 더 작은 틈이지만 새끼들과 가까이 닿을 수 있는 거리였어요. 다람쥐 엄마는 하루 종일 먹을 것을 구해 그 작은 틈으로 먹이를 밀어 넣어주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제야 모든 비밀이 풀렸지요. 엄마 다람쥐는 몸집이 커서 바위틈에 빠지지 않았지만 몸집이 작은 새끼들은 그대로 틈새로 떨어졌던 거예요.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깊었던 까닭에 바닥으로 떨어진 새끼들은 올라올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엄마 다람쥐는 빠져나올 수 없는 새끼들을 위해 먹이를 가져다주며 키우고 있었던 거예요.


유유는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곰곰이 생각해보았어요. 먹이를 먹고 자란 다람쥐들은 쑥쑥 자라는 대신 몸집이 커져 틈새를 통해 나올 수 없을 테고 그렇다고 덜 자란 몸집으론 깊은 바닥에서 올라올 수 없을 테니까요.


유유는 새끼들이 더 커지기 전에 바위 틈새에서 꺼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다음날 유유는 평소와 같이 산에 올랐지요. 빈 지게에 나무로 만든 바구니와 밧줄을 싣고는 나무를 하는 숲이 아닌 찰싹바위로 먼저 향했습니다. 찰싹바위에 도착한 유유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지게를 내려놓았어요. 유유는 바구니에 새끼들을 위한 먹이를 담았어요. 몇 차례 지켜보면서 엄마 다람쥐가 새끼들에게 어떤 먹이를 주는지 알아두었기에 쉽게 먹이를 찾을 수 있었지요. 그리곤 밧줄을 묶어 바구니를 바위 틈새로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줄을 한참 내리고 나니 바구니가 바닥에 닿았어요. 그리고 유유는 기다렸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구니가 미세하기 흔들리기 시작했지요. 평소에 먹었던 익숙한 먹이였기에 새끼들은 큰 의심 없이 바구니에 올랐고 이내  먹이를 먹었어요. 덕분에 유유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새끼들을 바구니에 태울 수 있었습니다. 유유는 새끼들이 놀라지 않도록 천천히 밧줄을 잡아당겼습니다.


다행히 새끼들은 틈새를 빠져나올 수 있는 크기가 되었어요. 바위 틈새를 무사히 지난 바구니에는 다람쥐 새끼가 3마리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바구니 안에서 열심히 먹이를 먹고 있었지요. 그 모습을 본 유유는 너무나 귀여워서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유유는 바구니를 가만히 바닥에 내려놓고는 뒤로 물러섰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지켜보았습니다.


이윽고 먹이를 찾으러 갔던 엄마 다람쥐가 나타났습니다. 새끼들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었던 틈새로 곧장 향하더니 기척이 없자 찰싹바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찰싹바위 아래에 놓여 있는 바구니를 발견하였습니다. 새끼들은 엄마가 온 줄도 모르고 지들끼리 어울려 먹이를 먹고 있었지요. 엄마 다람쥐는 새끼들을 몇 번 보듬어주는가 싶더니 이내 새끼들과 함께 바구니를 떠났습니다.


멀리서 모든 것을 보고 있던 유유는 마음이 따뜻해져 한동안 그 자리에 더 머물렀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어요. 하는 수 없이 유유는 빈 지게를 지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비록 나무는 못했지만 유유는 마음 편히 잠이 들었습니다.


그날 밤 유유는 평소에 잘 꾸지 않는 꿈을 꾸었어요. 꿈속에서 유유는 나무를 하러 갔습니다. 나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찰싹바위에 들렀지요. 바람이 불면 나뭇잎과 나뭇가지는 흔들렸지만 찰싹바위는 움직이지 않았지요. 유유는 찰싹이지 않는 찰싹바위에 한동안 앉아 있다가 나무를 가득 실은 지게를 매고 산을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이 모습을 다람쥐 한 마리가 지켜보고 있었지요.


유유는 빙그레 미소 지으며 침대에서 돌아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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