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국악 한 소절
내 친구 깅가(애칭)가 곧 떠난다. 항공 마일리지를 제일 많이 쌓을 수 있는 곳으로.
남편과의 새 출발을 너무나도 축하하지만 먼 곳으로 떠난다는 소식에 한편으론 서운하다.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일 년에 몇 번 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그래도 한동네에 사는 이 십년지기 친구이다.
뻔한 얘기지만 막상 있을 때는 몰랐던 그의 존재가 나에게 이렇게 컸나 싶다. 물리적 거리가 주었던 심리적 위안도 이제 돌려주어야 할 때가 되었나 보다. 그에게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은데 너는 나에게 소중해라는 말은 우리 정서는 아니지 싶었다.
이것이 '깅가민요'가 세상에 나온 배경이다. 약 80년 뒤에는 이 글이 감히 성지글이 되기를 뻔뻔하게 소원한다.
2100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벽두부터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이 땅에 살았던 옛 조상의 흔적을 발견한 것인데, 아래 기사의 발췌를 통해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자.
최근 100년 전 민요로 추정되는 시가 발견되어 학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21세기에는 유튜브 등 sns의 발전으로 민간에서는 더 이상 민요를 창작하여 부르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이번 발견으로 학회 내에서 오래간만에 신선한 설렘이 일렁인다고 복수의 관계자는 전한다. 현재 학술팀에서는 이 민요의 정확한 해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나 대부분의 학자들이 의견의 일치를 보인 대표적인 해설을 민요와 함께 싣는다.
깅가민요
(작자 미상)
깅가간다 깅가간다 바다건너 깅가간다
깅가깅가 정말가니 멀고먼곳 어찌갈래
가는사람 수이가도 보낸사람 마음쓰네
쿠팡없이 어찌살꼬 교대곱창 분점있나
애고애고 걱정마소 전시에도 아이낳네
쿠팡없는 하늘아래 드론으로 나빌레라
곱창없는 땅위에서 맥앤치즈 군침도네
남녀상렬 첫단추에 달러봉투 잊지마소
한국미국 따로있나 정붙이면 그곳고향
김치찌개 된장찌개 한인마트 다판다네
한국5G 빠르지만 미국하늘 먼지없네
직항노선 지금예약 박수치러 길떠나세
<해설>
깅가간다 깅가간다 바다건너 깅가간다
; 처음에는 깅가를 지역 혹은 지명으로 보는 시각이 일부 있었으나 깅가를 사람, 사물에 대한 애칭으로 볼 수도 있겠다. AABA 구조로 전형적인 민간 구전민요가 취하는 형식이다.
깅가깅가
당시 민간에서 널리 상용되던 "뿌잉뿌잉" "큐큐쿄쿄" 등의 단어와 같이 그 자체의 의미보다는 귀여운 소리, 부르기 쉬운 말을 두 번 반복하여 객체와 화자 간 정서적 친말감을 표현하였다.
쿠팡없이 어찌살꼬 교대곱창 분점있나
쿠팡과 교대곱창은 당시 민간에서 쉽게 이용되었던 온라인 마켓과 서민음식점이다. 화자는 이들을 매개체로 삼아 미국에서 영위하지 못할 한국에서의 일상을 아쉬워할 객체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아내고 있다.
애고애고 걱정마소 전시에도 아이낳네
애고애고는 본디 '에고에고'라는 구어체로서 힘듦 혹은 아쉬움 등을 표현할 때 쓰이는 의성어이나 작자는 슬픔과 고통을 뜻하는 '애고'를 대신 사용하였다. 낯선 곳에서 겪게 될 슬픔과 고통을 걱정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중의적 표현을 노린 작자의 시적 장치로 보이며 문법적으로는 벗어난 표현이나 작자의 창작을 인정한 시적 허용으로 불린다.
또한 전쟁과 출산을 연결하여 극단적인 시기에도 사람의 생애는 계속됨을 표현함으로써 삶에 대한 작자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글 전체의 대표성을 담은 주제로 풀이된다.
남녀상렬 첫단추에 달러봉투 잊지마소
지금은 거의 사라졌으나 100여 년 전까지 이어진 한국 고유의 풍습으로 결혼식 등에 돈을 걷어 신랑 신부의 새 출발을 축하하곤 했다. 작자는 객체가 결혼생활을 미국에서 시작하게 될 것이므로 한국 원화가 아닌 미국 달러로 돈봉투를 전달하라는 센스를 보인다.
한국미국 따로있나 정붙이면 그곳고향
김치찌개 된장찌개 한인마트 다판다네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는 한국사람이 흔히 먹는 음식으로 한인마트에서 또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이다. 한국에서 영유하는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암시
한국5G 빠르지만 미국하늘 먼지없네
한국이든 미국이든 나라마다 특성과 장단점이 있다는 뜻으로 어디든 좋기만 혹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시 IT강국으로서 한국의 우수성과 미국의 지리적 광활함을 대표로 표현하였다.
직항노선 지금예약 박수치러 길떠나세
비록 물리적으로는 먼 거리이나 서울-미국 간 직항노선이 있을 정도 이미 교류가 빈번함을 간접 암시
<요점 정리>
1연: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가는 깅가에 대한 안타까움
2연: 한국에서의 일상을 대체할 미국의 일상을 나열함으로 슬픔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
3연: 객체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을 표현하며 사는 곳보다는 사는 방법이 더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미래를 축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