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쁜가요

사랑하는 마음에게 묻다

by 마케터유정

새벽에 잠이 깼다.

일찍 잠이 들어서인지 보채는 아이를 달래다 보니 그랬는지 잠이 달아나 버렸다.

거실로 나와 핸드폰을 손에 들고 만지작 거리다 심리테스트를 하나 찾았다.


가난한 음악가와 가난한 시인은 서로 연인 사이였어. 강을 사이에 두고 살고 있는데 만나려면 누구든 건너와야 했지. 음악가는 뱃사공에게 부탁했지만 공짜로는 안된다고 거절했어. 그러던 차에 음악가를 짝사랑하는 사업가가 하룻밤의 대가로 강 건널 돈을 주겠다고 했어. 음악가는 망설이다 결국 하룻밤을 보내고 강을 건너왔어. 우연히 이를 알게 된 시인의 친구 직장인은 고민하다 이 사실을 시인에게 말했어. 시인은 괴로워하다 결국 음악가에게 이별을 고했대.


그리고 질문이 이어졌다.

음악가, 시인, 뱃사공, 사업가, 직장인. 다섯 명의 등장인물 중 누가 가장 나쁜가?


나는 찰나의 고민을 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졌다. 날이 밝자 친구들이 있는 카톡방에 간밤의 심리테스트를 올렸다.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다들 나름의 논리가 있었다. 사업가와 하룻밤을 보낸 음악가를 선택한 친구는 말했다.

“나중에 시인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둘 사이가 어떻게 될지 싶어. 이 사건의 핵심인물은 음악가야.”

시인에게 사실을 말한 직장인이 나쁘다는 친구가 말했다.

“이성적으론 음악가 같은데.. 그냥 제일 괘씸한 게 직장인이네.”

답을 궁금하는 친구들에게 풀이를 전해주었다. 고개를 끄덕이던 한 친구가 물었다.

“너는?”


그 새벽녘, 나는 덜 깬 정신에 이야기를 읽고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렸다.

‘누가 가장 나쁘냐고? 가만있어보자. 사랑하는 연인이 가난해서 서로 만날 수가 없구나. 뱃사공은 무료로 강을 건널 수는 없다고 하고 사업가는 도와주는 대가를 요구하고 직장인은 제3자인데 이 사건에 들어왔네.’


나는 음악가나 시인이나 비슷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가와 시인은 모두 강을 건너고 싶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지금 당장 강을 건널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럼에도 음악가는 강을 건너왔다. 음악가의 그 마음에 시인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음악가도 언제든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만약 이 사실이 모르고 지나갔다 셈 치자. 다음번에 시인이 음악가를 보러 강을 건너온다면 음악가는 시인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사랑하는 사람은 약자이다. '나는 이 사람을 사랑합니다' 하며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며 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마음에게 죄를 물을 수 있을까.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음악가와 시인이다. 즉, 이 사연을 힘든 시절을 겪고 이룬 행복으로 만들거나 부질없던 사랑의 흔적으로 남기거나 하는 결말은 두 사람의 몫인 것이다.


이 사랑을 이어가고 싶다면 나는 음악가와 시인에게 삶이 우리에게 준 '기다림'이라는 선물을 잊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었다. 죽을 것 같이 힘들던 순간도, 끝까지 갈 것 같던 열정도 시간이 지나면 여물어진다. 사그라지고 없어졌다는 것이 아니라 그다음을 위해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바뀌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음악가와 시인이 현실의 불만족(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얼마간은 노력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기부여는 충분하기에 어떻게든 방법을 찾지 않을까 싶다.


돌아보면 힘들고 괴로웠던 순간은 결국 나를 한 단계 더 성장시켰다. 나를 괴롭히던 사람에게 측은지심을 느꼈던 순간 그는 나에게 더 이상 고통이 되지 않았다. 이윽고 내 앞에 놓였던 안개가 걷히고 신기하게도 나아갈 길이 보였다. 그때 나는 순간의 마음으로 후회할만한 선택을 하지 않은 것에 감사했다.


이루어지지 못하고 소멸되는 것은 슬프다. 못다 핀 꽃 한 송이, 차마 꺼내지 못한 말. 그래도 끝맺지 못한 모든 것들은 이유가 있지 싶다. 우리가 지금 과정에 있다는 사실. 절절한 마음으로 기다리면 보인다. 그 끝자락도 결국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한편 심리테스트의 해석은,

가장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 =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입니다..

음악가 -> 애인, 배우자

시인 -> 나 자신

뱃사공 -> 나의 일

사업가 -> 인생의 목표

직장인 -> 친구, 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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