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퇴사 후, 무엇을 꿈꾸나요?

사치 부리고 살겠어요.

by 마케터유정

바야흐로 부업과 전업의 경계가 허물어진 시대이다. 어느 순간 욜로(yolo; you only life once)를 넘어 파이어족(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코로나로 벼랑 끝을 경험한 사람들을 필두로 부업 등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여기에 메타버스, 블록체인, 인공지능과 같은 미래의 기술의 등장은 시대가 바뀌어 가고 있음을 알린다. 빠르게 옮겨간 사람들은 이미 새로운 생태계에서 새로운 직업으로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중이다. 이렇게 세상이 변화할 때 큰 부를 쫓을 수 있는 시기가 온다고 한다. 사람들을 혹하게 하는 문구 중의 하나가 바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이다. ‘내가 자는 동안 내 돈은 일을 한다.’ ‘돈이 돈을 만드는 법’ 등 솔깃한 문구들이 많이 들린다.


직장에서 받는 월급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나 역시 직장생활 십수 년 동안 절절히 느꼈던 점이니까. 월급은 적으면 적은 대로 예전보다 늘어도 내 삶은 변하지 않았다. 좋은 조건으로 오퍼를 받아서 회사를 옮긴 적이 있었다. 예전 회사보다 월급이 올랐지만 두 달이 채 되기 전에 느꼈다. '아, 내 삶은 변화가 없구나.'


삶을 바꾸려면 훨씬 더 큰 변화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것은 월급만으로는 이루기 어려웠다. 사람들도 이를 알기에 부업을 찾고 재테크에 관심을 갖는다. 월급과 적금으로 부를 쌓는 일은 우리 세대보다 앞선 부모님 세대에 가능했다. 내가 사는 지금은 돈이 돈을 만드는 시대이기에 방법을 찾아내고 방향을 읽은 사람들의 통찰력을 나도 배우고 싶다. 그러면서도 한 번으론 생각한다. 경제적 자유를 이룰 만큼 돈을 벌면 일은 이제 그만할 것인가?

궁극적으로 왜 우리는 노동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걸까?


‘노동’이라는 단어는 우리를 피곤하게 만든다. 이 단어를 듣는 순간 솔직히 나는 쉬고 싶다. 왜 이런 '파블로프의 개'와 같은 반응인 걸까.


노동: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


노동자: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
경제적으로는 생산 수단을 일절 가지는 일 없이 자기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삼음. (출처: 위키백과)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노동이란 내 시간을 돈과 바꾸는 행위이다. 이 과정에서 나의 노동은 결과물을 생산하기 위한 하나의 투입 요소가 될 뿐이다.


노동에 대한 의미를 찾고자 편 책에서 확인한 내용은 이랬다.


마르크스는 [경제학. 철학 초고]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몇 가지 소외를 지적했다.

첫째, 노동 생산물로부터의 소외.
임금 노동에 의해 노동자가 만들어낸 상품은 전부 자본가의 소유가 된다. 사냥꾼이 산에서 사냥한 곰을 가지고 돌아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공장에서 완성된 상품을 공장 직원이 마음대로 가져갈 수 없다.

둘째, 노동으로부터의 소외.
꼭 들어맞는 말은 아니지만, 마르크스에 따르면 노동을 하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고통과 지루함을 느끼고 자유를 억압받는 상태에 있다. 분업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주장한 결과, 노동은 인간에게 '지루하고,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것'으로 타락하고 말았다. 본래 노동은 인간에게 창조적인 활동이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임금 노동제에 의해 왜곡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셋째, 인간다움으로부터의 소외.
노동자인 인간의 가치는 사회나 회사의 톱니바퀴로, 얼마나 효율성 있게 일하는가 하는 생산성만을 요구받는다. 이에 따라 인간의 관심은 얼마나 짧은 노동으로 재빨리 돈을 벌 까에 집중되어 인간다운 노동에서 오는 기쁨을 잃어버리고 오히려 타인에게서 얼마나 빼앗을까, 타인을 어떻게 앞지를까에만 전념하게 된다.


야마구치 슈.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2018. 다산초당


정리하자면, 노동을 하는 사람이 그 결과물을 소유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톱니바퀴 같은 하나의 구성요소에 머물기에 사람들은 노동을 가능하면 적게 하거나 피하고 싶게 되어버렸다.




원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어떨까. 그 결과도 오롯이 내가 소유한다면? 그것으로 돈도 벌 수 있다면?
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만해야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재밌는 걸 왜 멈춰야 하냐면서 반문할 수도 있다.


다시 생각해본다. 왜 우리는 노동에서 벗어나고자 하는가. 재미없고 나를 소외시키니까. 그럼 자연스레 답이 나온다. 노동으로 돈을 벌지 말고 내가 재미있는 일을 찾고 그것으로 돈을 벌면 어떨까. 노동은 나를 소외시키지만 내가 찾은 재미있는 일은 나를 소외시키기는커녕 동기부여를 주고 몰입하게 만든다. 내가 노동자이자 자본가가 되는 셈이다.


그럼 무엇을 하면 내가 노동자이면서 자본가가 될 수 있을까? 거창한 말, 큰 이론이 굳이 필요할까 싶다. 몇 시간째 뙤약볕에서 앉아 줄지어 가는 개미를 관찰하는 일이 나에게 유의미하다면, 매일 아침 내리는 커피가 좋다면 남들이 뭐라고 하든 그게 내 재미이자 노동이자 의미이다.


블로그, 유튜브, 틱톡 등 스마트폰을 필두로 한 IT의 발전은 이미 우리가 노동을 제공하고 또 그 결과물도 소유하는 자본가가 되도록 펼쳐지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행을 기록하거나 먹방으로 유명해진 유튜버나 블로그, 인스타그램의 인플루언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오스카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 선생님이 한참 전에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60세부터는 사치 부리고 살아야지.”

하고 싶은 것 하며 살겠다는 다짐이라 했다.

그 말이 연기를 그만두고 그동안 모아놓은 돈 쓰며 살겠다는 뜻이었을까. 그보다는 젊은 시절엔 두 아들 키우려면 돈이 필요했기에 섭외가 들어오는 대로 일했지만 이제는 대본을 골라 마음에 드는 일을 하겠다는 뜻이라 했다.


‘노동’의 뜻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라면,
생산의 결과물을 소유하며 나의 육체적,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라면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를 설레게 하고, 잠 안 자고 밥 안 먹어도 몰입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밥벌이를 할 수 있을 때 노동은 다시 정의될 수 있다.



* https://www.reader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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