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소사, 이 집에 계속 살아야 하는 걸까?

집 하자에 시달린 수난의 기록

by 마케터유정

계절이 바뀌고 이사 온 집에서 처음 맞이하는 여름이 시작되었다. 장마철이 시작되자 집안이 눅눅했다. 에어컨을 켜고 지나는 날이 많았다. 어느 날인가 보니 테라스와 연결되는 아이방 벽면 아랫부분이 거무스름하게 변해 있었다. 이거 뭘까 싶어 보니 벽지에 곰팡이가 슬어 보였다.


무슨 일일까 싶어 다른 쪽 벽도 살펴보았다. 실내 벽은 멀쩡했다. 테라스와 연결된 쪽만 곰팡이가 피었던 것이다. 집주인에게 곧바로 연락을 했다. 연락을 받고 온 집주인은 벽지를 살펴보더니 나에게 물었다.

“혹시 벽지에 물을 뿌렸나요?”

“네?”


황당했다. ‘벽지 아래쪽에 일부러 물을 뿌렸냐는 말이죠? 당신이라면 그랬을까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아니요. 그럴 리가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장마철이 되니 갑자기 생기네요.”


집주인은 사람을 불러 테라스 외벽 바닥을 전부 드러내고 방수공사를 다시 했다. 테라스 바닥의 타일을 깨야 하는 작업이기에 드릴 소리로 반나절이 시끄러웠다.

“방수작업이 덜 되어 비가 벽 바닥으로 스며들어가서 벽지를 타고 올라오는 바람에 곰팡이가 생겼대요.”


작업을 마무리 짓고 집주인은 씁쓸하게 말해주었다. 테라스 바닥의 타일이 비싸니 각별히 조심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장마철을 지내면서 한 가지 고역이 더 있었는데 화장실에서 암모니아 같은 변기 냄새가 자꾸 나는 것이었다. 3층, 4층에 있는 화장실이 모두 그랬다. 집주인에게 얘기하자 물이 빠지는 배수구에 냄새의 역류를 막아주는 트랩을 설치하고 갔다. 그러나 냄새는 잡히지 않았다. 집주인에게 다시 문자를 보냈다. 냄새를 참고 사는 우리나 계속 연락을 받는 집주인이나 서로 고생이었다.


화장실 배수구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집주인은 결국 이번에도 사람을 불러 변기를 뜯고 다시 설치해주었다. 이렇게 해서 4층 화장실의 냄새는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혔다. 3층 화장실 역시 몇 번을 얘기했지만 상대적으로 냄새가 덜하다며 주인은 나중에 봐준다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비가 내리면 누전차단기가 올라가는 일이 종종 있었다. 전기가 새는 일은 감전과도 관계된 일이기에 집주인에게 수차례 얘기를 했지만 그때마다 집주인은 연락이 없거나 공사를 담당한 사람이 지방 출장에 가있다는 등 핑계를 댔다. 잡은 약속을 어기거나 하는 경우도 여러 번이었다.


한 번은 밤에 자는데 어디선가 드르륵하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 그치고 마는 게 아니라 주기적으로 드르륵드르륵 하는 소리였다. 옆 집에서 뭘 고치나 하는 생각에 옆 집과 맞닿은 싱크대 쪽에서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서 있었다. 드르륵드르륵 소리가 나긴 했지만 싱크대보다는 다른 쪽에서 나는 것 같았다. 밤늦은 시각이고 남편이 아직 집에 오지 않아 잠든 아이들만 두고 집 밖에 나갈 수가 없었다.


사방을 살펴보다 창가 쪽에 서 있는데 드륵 드륵 하는 벽 뚫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창문을 열고 아래를 내다보니 집주인이 나무판자를 쌓아놓고 건물 수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이 느껴졌다.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 시계를 보니 밤 11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집주인에게 창문을 열고 말을 할까 하다가 집주인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다.

‘밖에서 드르륵 거리는 소리에 잠을 깨어 보니 임대인이 건물 수리작업을 하시는지 공사 중이네요. 지금 밤 11시가 다 되어 갑니다. 거주하는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 부탁드립니다.’


집주인에 대한 불편함이 점점 쌓이기 시작했다. 입주인에 대한 배려도 없고 하자를 얘기해도 고치지 않는데 이 집에서 계속 살아야 하나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사를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어렸기에 손이 많이 갔고 회사 일로도 쫓겼다. 남편은 이런 일에 나서는 사람이 아니었고 사이가 소원했던 남편을 설득해 이사까지 가기에는 힘에 부쳤다.


어느 순간부터 수리할 일이 생기면 우리 돈으로 고치게 되었다. 연락해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집주인과 언쟁을 벌이고 싶지 않았고 하자로 불편함을 겪는 것은 우리이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물론 그때는 이렇게 까지 일이 커질 줄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돌아보면 탈출(?)의 기회는 한번 있었다.

전세 계약 만기를 몇 달 앞두고 집주인에게 연락이 왔다. 건물을 전반적으로 손보고자 하는데 이사를 나가줄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응한다면 이사비를 주겠다는 말도 했다. 복도에 비가 새는 것도 완전히 고치지 못했고 우리가 사는 동안 얘기한 하자들도 고치지 못했기에 집주인의 제안에 이해가 갔다. 4층 테라스를 자주 다녀가야 하는데 우리의 공간이라 그쪽 입장에서 불편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사는 동안 2층에서 일하는 집주인과 자주 마주쳐서 신경 쓰였고 그가 건물을 수리한다며 우리 집에 들락날락하는 것이 불편했다. 건물 여기저기 손 본다고 밤늦은 시각까지 뚝딱거리는 바람에 자다가 깜짝 놀라 깬 적도 여러 번이었다. 아이들을 키우기에 적합한 환경일까 고민되었다.


결정적으로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무거운 짐을 들고 내리느라 힘들었기에 집주인 얘기가 괜찮은 제안이라 생각했지만 남편은 어쩐지 미적댔다. 남편은 층간소음에서 자유롭고 4층 테라스가 넓어 아이들을 놀릴 수 있는 이곳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여름이 되면 작은 풀장을 만들어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 수 있는데 아파트로 옮겨 답답한 생활을 할 생각을 하니 별로 내키지 않았던 듯싶다. 결국 답을 차일피일 미루게 되었고 집주인 측에서는 없었던 얘기로 하자는 연락이 왔다.


나는 아쉬웠지만 딱히 더 나은 대안도 없었던 터라 그저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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