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류와 누수에 대한 집주인과의 담판

누가 누가 잘못했나

by 마케터유정

약속 시간이 되어 집 문을 살짝 열어 놓고 집주인 내외를 기다렸다. 기척 소리와 함께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둘이 들어섰다. 식탁에 앉으시라고 했다. 서로 어려운 얘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배수관을 뚫어서 다행이라는 인사말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집주인 내외가 먼저 얘기를 꺼냈다.

“일이 크게 되었어요. 옆 집뿐 아닌 2층 천장까지 물이 흘러서 전체적으로 손을 보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에요.”

“네, 건물 분위기가 좀 어수선하네요. 저희 집에 사람이 많이 들락날락거리니 정신이 없네요”

“막혀서 배수관이 역류한 거였죠. 이전 업체는 무얼 하고 갔나 모르겠네요. 기름이나 오물로 막힌 거였는데.”

“그러니까 막혔는데 제거를 못 하고 가신 거죠.”

“그쪽에서 처음 고용하신 거죠?”

“네, 그래서 저희한테 얘기하실 때는 그분이 오셔서 배관을 건드리거나 그런 우려를 좀 표하셨잖아요. 배관을 뚫는다며 손상시키지 않아야 한다면서.. 그건 확인해 보셨나요?”

“음, 배관이 깨지지는 없었어요.”

“배관이 손상되지는 않았어요?”

“네 없었어요. 다행히도. 그거에 대한 문제는 없었고 지금 2층으로 넘어간 일이 큰 거예요.”


집주인 내외는 한바탕 물난리로 건물 전체가 피해를 입었다며 누군가는 책임지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피해가 얼마나 클지 모르겠다며 한참을 설명한 뒤에 물을 사용한 우리가 잘못이라는 말을 이었다.


이럴 줄 알았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우리가 잘못했으니 변상을 시키겠다는 다짐으로 이 자리에 온 것이고 나는 집주인에게 우리 잘못이 없다는 점을 설명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그간 집 보수를 요리조리 미루던 집주인의 행태를 따지지 않고 넘어갔는데 이제는 짚어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먼저, 며칠 전 아침에 전화를 걸었을 때 누수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고 왜 저녁이 되어서 문자로 통보를 했는지 물었다. 누수 사실을 빨리 알았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어떤 시나리오였는지 모르겠지만 집주인은 그 사실을 우리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집주인은 당황하여 목소리가 높아졌다.


나는 말을 이었다.

“저희는 배수관을 원래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어요.


내시경을 통해 직접 확인하셨지요? 배수관은 소제구에 음식물 찌꺼기 등 생활 오물이 쌓여 막힌 거잖아요.

벽돌이나 장난감 등 배수관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게 나온 것이 아니에요.


배수관이 손상된 것도 아니고요. 이대로 배수관을 뚫고 나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요?

배수관이 다시 막힐 수 있겠죠. 그러면 또 이런 사달이 날 거고요.


배수관이 막힐 때마다 이렇게 큰 누수까지 이어지는 곳에 과연 누가 들어와서 살 수 있을까요?

두 분은 그때마다 임차인에게 잘못을 물을 건가요?”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집주인은 여기 사는 게 누구냐며 물을 쓴 게 우리가 확실한데 물을 쓴 사람이 잘못이지 책임지라는 논리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억지를 부리기 시작하는데 그 말을 듣고 있기가 힘이 들었다. 둘은 내 앞에 앉아서 이야기하는 내내 언성을 높였다가 때로는 목소리를 낮추고 감정에 호소하며 여러 얘기를 했다.


건물 관리에 소홀했던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내 입에서 ‘저희 잘못이네요.’를 꺼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작정을 하고 자리에 나온 것 같았다. 이런 막무가내 논리를 쏟아내다니 우리가 그동안 어지간히 얕보였구나 싶었다.


“저희도 피해자예요.”

집 전체가 흥건해진 옆 집, 2층 천장을 손보아야 하는 집주인뿐 아니라 우리 집 역시 피해자였다. 물이 역류하면서 싱크대 마루가 들떴다. 배수관이 막혀 빨래와 싱크대를 못하는 불편한 생활을 겪었다. 책임 소재를 가리기에 급급한 집주인이 이런 얘기를 들어줄 리 만무했다.


우리와 집주인 측은 서로 팽팽하게 맞섰다. 한 시간가량 평행선 같은 말을 주고받다가 집주인은 “말이 안 통하네!” 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이윽고 남편을 따라 나가면서 아내가 말했다.
“아무튼 책임지셔야 하고요. 건물 수리로 다시 연락을 할 거예요.”


이 자리에서 끝을 내고픈 마음은 헛된 소망이자 착각이었다. 길고 험난한 여정은 이제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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