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

나 역시 그랬다

by 마케터유정

저녁식사를 마치고 가족들이 한동안 수영장에 가던 시절이 있었다. 초등학교 4, 5학년 때로 기억이 난다. 부모님은 레인이 나누어진 곳에서 자유수영을 하셨고 오빠와 나는 메인풀과 어린이풀을 오가며 놀았다. 당시 나는 메인풀 수심이 얕은 곳에만 발이 닿았지만 어릴 적부터 수영장에 다녔기에 깊은 곳에서는 레인을 나누는 줄을 잡거나 벽면에 붙어서 잘 돌아다녔다.


그날은 사람이 꽤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메인풀 전체를 둘로 나누어 한쪽에는 3-4개의 레인을 만들어 수영할 수 있도록 했고 나머지는 레인을 나누는 줄을 빼서 꽤 넓은 공간을 만들었다. 오빠와 나는 수영을 하다가 싫증 나면 넓은 풀로 나와 노는 등 메인풀 곳곳을 오갔다. 풀장 벽면에 매달려 숨을 돌리던 중이었다. 어느 순간 손이 미끄러지면서 물속에 빠졌다. 발이 닿는 곳이라면 바닥을 차고 올라왔겠지만 발도 닿지 않는 깊이였다. 나는 놀란 마음에 물속에서 발버둥 쳤다. 긴장해서 숨을 들이마시는 바람에 수영장 물을 꼴깍 삼켜버렸다. 호흡이 얼마 안 남아 숨이 가빠지자 위험하다고 느꼈다.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누군가 엉덩이를 쑥 밀어 올려주는 걸 느꼈다. 얼굴이 물 밖으로 나오자 급한 숨을 몰아쉬며 잽싸게 벽면을 손과 팔꿈치로 눌러 잡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어떤 아저씨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수위가 낮은 풀로 가라고 말하고는 사라졌다.


더 어릴 적 일이었다. 어느 날 하굣길이었다. 학교에서 집까지는 아파트 단지를 지나 불과 300미터 남짓이었다. 단지 내 상가를 지나가는데 고등학생 무리로 보이는 언니, 오빠들이 과자를 사준다며 내게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했다. 순간 혹했던 나는 미소 지으며 무리들을 따라가려 몸을 돌렸다. 거리를 두고 함께 걷던 오빠는 나를 보고는 “가지 마!” 하고 소리치며 울었다. 나는 ‘왜?’ 하고 의아해하면서 굳은 표정의 오빠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살다 보니 몇 차례의 고비가 있었다. 부모님도 모르는 순간을 때로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넘겼다. 내가 무얼 그렇게 잘못했나 싶지만 살다 보니 그런 때가 있었다. 돌아보니 운 좋게 순간들을 넘기며 지금까지 온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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