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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인드박 Dec 01. 2022

40대 무자본 창업기 1편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다 알게 된 창업 아이템

중학교 때였다.

남자 중학교에 배정되어 한창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게 되었다.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과다한 때였는지, 매일 교실에서는 싸움이 벌어졌다.

나이키 조던 시카고 (출처-하입비스트)

싸움에는 거리가 먼 모범생이었던 나였던 지라 늘 먼발치에서 싸움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큰 사건이 벌어지게 되었다.

엄마에게 오랫동안 졸라서 샀던 조던 농구화가 문제였다.


신발 좋아 보인다. 그거 나한번 빌려주라.

늘 뒤에서 잠만 자던 우리 반 짱, 나에게 말 한마디 안 걸던 그 얘가 꺼낸 말이었다.


그건 싫은데.

뭔 깡이었을까. 그렇게 내가 입 밖으로 내뱉고도 소스라치는 전율에 내 몸이 놀랐다.  


네가 뭔데? 얼마나 대단해? 어디 한번 보자라는 반항심.

그리고 이게 어떻게 산 조던인데, 신발에 대한 애정이 만들어낸 대답이었다.


그래 크크크, 그럼 따라 나와.

늘 구경꾼으로 존재했던 엑스트라가 비중있는 조연, 아니 주연이 될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학교 건물 뒷편 체육부 창고앞.

나는 걸어갔다.

(무조건 선빵이다.) 

나름 여러본 돌려본 액션영화들이 떠올랐다.


반짱, 그리고 똘마니들 3-4명 둘러쌌다. .

 싸움 났다

금새 옆반까지 소문이 퍼졌다.


휙-

여러번 돌려본 내 머릿속과 내 몸이 격차가 있었다. 내 주먹은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야-이XX, 잡아.

퍽퍽퍽

역시 싸움은 실전이었다.

퍽퍽퍽


얼굴에 섬광이 몇 번 비추고, 자연스레 무릎을 꿇려졌다.

싸움이 너무 쉽게 끝나서 싱거웠는지, 구경꾼들 금방 사라졌다.


이거 빌려준 건다, 알지?

 무리가 교실로 올라가며  르까프 운동화가 내 머리를 때렸다.

굴욕적이었다. 

눈에서 물이 났다.


야- 맛있겠는데. 가져간다.

조던 운동화를 뺐긴 것 뿐만 아니라 엄마가 싸준 불고기 반찬도 고스란히 뻿겼다.

그날의 점심은 하얀밥과 단무지가 전부였다.  이 부대끼어 잘 넘어가지 않았다.

  

신발에 대한 나의 애착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악몽 같았던 중학교 시절이 그렇게 끝났다.

시달리지 않기위해 악과 깡으로 공부하다보니 어느새 빌런없는 고등학교 생활을 보내게 되었다.

 

입사 후, 해외업무를 담당하게 된 나는 출장 중 짬짬이 해외 편집샵을 들르며 국내에서는 발매되지 않은 한정판 신발을 사며 그 해외 출장을 기념했다.  


실무자에서 관리자가 되었고, 40대가 되었다. 임원이 못되리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되었지만, 누구나 그렇듯 다른 대안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있었는데, 대규모의 박스를 발견하게 되었다.

나이키, 뉴발란스 같은 신발 박스에 시나,아트모스 같은 한정판 신발 편집샵이었다.


글로벌업무를 하면서, 유니레버 직원들과 만난 적이 있었는데, 인상적이었던 건, 유니레버는 신규시장에 들어갈 때 직원들에게 시켜 소비자 쓰레기통을 분석하는 일을 시킨다는 것이었다.


쓰레기는 소비자가 알려주는 진짜 리얼한 라이프 스타일의 결과물이었다. 어떤 브랜드를, 얼마의 주기로 쓰는지를 파악하는 는 그만큼 좋은 재료가 없다고 했다.

출처-픽사베이

유레카!

나는 그렇게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해야 할 사업 아이템을 찾은것 같았다.


비밀스럽게, 조심스럽게 나는 그 박스들을 안고는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래 이걸 연구해봐야겠다.

사람은 역시 머리를 써야 되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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