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봐도, 뮤지컬을 봐도, 공연을 봐도 내일은 월요일이다.
주말을 어떻게 보냈는지 침대에 누워서 생각해본다.금요일 저녁에 누굴 만나고, 토요일에 뭘먹었다. 일요일에 뭘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하지만, 일요일 저녁 6시부터 기분이 안좋다. 내일은 월요일이기 때문이다.
영화에 빠진 적이 있었다. 매주마다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갔다. 영화관의 암전이 되면, 2시간동안 영화에 빠졌다. 하지만, 영화관에 불이 켜지면, 감동도 잠깐 뿐,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상영시간과 왕복시간이 날라갔고, 영화를 본 뒤 하루의 에너지가 솔드아웃되었다.
뮤지컬에 빠진 적도 있었다. 티켓가격은 비쌌지만,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라이브 공연에 벅찬 감동을 느꼈다. 연기와 가창력을 보유한 배우에 감명을 받고 쫓아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부담스러운 티켓 가격과 초월적인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었다. 2시간이 공연이 끝나면, 영화와 같이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지갑은 더 비어있었고, 에너지도 더 빠져나갔다.
콘서트에 빠진 적도 있었다. 라이브 공연이라는 매력에 빠져, 주말마다 콘서트를 보러 다녔다. 뮤지컬에 맞먹는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했고, 물론 돈도 더 들었다. 콘서트 동안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빠져들어 열광을 했다. 하지만, 끝나고 집에 오는 길은 허무했다. 더할나위 없이 즐거웠던 시간이었지만, 그 만큼 돌아오면 더 큰 허무를 느꼈다.
영화를 본 주말, 뮤지컬을 본 주말, 콘서트를 본 주말, 모든 주말은 다른 때보다 금방 지나갔다. 순삭. 순간 삭제되어버렸다. 그리고, 여지없이 내일은 월요일이었다. 월요일은 없어지지 않는다. 다시 돌아온다. 월요일 출근을 앞두고 걱정이 앞선다. 금요일 퇴근때 서랍에 넣어 두었던 서류들, 월요일 오전의 주간미팅, 월요일의 마감이 떠오른다.
영화에, 뮤지컬에, 콘서트에 나는 분명 행복했지만, 객석에 앉아있었다. 나의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나는 객석에 다른 이들과 함께 앉아있었다. 그리고, 끝나고 난 뒤, 나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시간이 끝나면, 나는 다시 나로 되돌아왔다. 현실의 벽앞에, 머리를 맞대고 있는 나로.
나는 도망가고 싶었던 것이다. 영화에, 뮤지컬에, 콘서트에, 나를 누군가에게 나를 투영시키고, 잠시 현실을 잊을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되면 알람이 울리듯 나는 나로 돌아왔다. 바뀌는 것이 없었다. 아무것도. 월요일은 나와 같은 것이었다. 거울 속의 나처럼, 돌아보면 나를 되돌아보며 묻는 것, 너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그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피했다. 그리고, 매일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 출근을 했다. 다른 사람과 똑같이, 그리고 주말을 그리워하며, 다음 주말을 기다리며 살았다.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부딪히며, 치히면서, 견디었다. 나의 도망의 기록은 고스란히 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남았다. 페이스북에, 인스타그램에, 활짝 웃고 있는 나의 모습. 좋아요를 받기위해 웃고 있는 나의 모습. 하지만, 좋아요에 웃고 우는, 그것을 회사 화장실에 앉아 하고 있는 내가 우스웠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내가 대답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남의 눈이 아닌 나의 눈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무엇보다 내가 쓰고, 읽고, 보고, 먹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게 제일 재밌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버렸다. 내가 나의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나의 몸을 움직이는 것이 가장 뿌뜻한 희열을 준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나의 시간을 계획하고, 쓴다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을 이제서야 알았다.
그래서, 나는 이제, 나에게 좀더 집중하게 되었다. 남의 눈보다 그게 더 중요해졌다. 그리고, 이제 월요일은 더 이상 나에게 큰 의미가 없어졌다. 그저 하루일 뿐이니까. 나에게 주어진 또 다른 하루인 것 뿐이니까. 그렇게 산다. 나는 단지 그걸 너무 늦게 안것이 후회스러울 뿐이다. 남들처럼 영화를 봐야하고, 뮤지컬을 봐야하고, 콘서트를 봐야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제일 중요했다. 그것을 알게된 얼마전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