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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출신이 퇴사후 망하기 쉬운 3가지 이유

회사밖의 SKY 출신들의 딜레마

by 데인드박

퇴사 후, 견디기 힘들었던 건 이제 내 소속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회사의 이름은 곧 나를 대변해주었다. SKY 대학 졸업장 그리고, 대기업의 입사, 누가 이야기해주지 않아도 나름 엘리트 코스라 자부했던, 나의 사회적 인장이 한꺼번에 사라졌다는 걸 인정하기 쉽지 않았다.


퇴사 후, 처음 느낀 1~2주간의 자유는 달콤했다. 하지만, 그 끝에는 냉정한 현실인식을 할 시기가 왔다. 고지서가 날라오고, 주변의 시선이 따가워졌다. 전혀 의외의 곳에서 상실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헬스장 같은 곳, 회원정보란에 직장을 적어야 한다며 직장을 물어본다. 한동안은 전직장 이름을 대고 다녔다.


"요즘은 안바쁘신가봐요? 한가한 시간에 오시고"

단골식당 사장님의 살가운 인사에, 당황하기도 했다.한때, 내 주변에서 들었던 퇴사 후,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들은 이제는 나에게 현실이 되었다. 6개월간 좌충우돌 했지만 소득은 미미했다.


나를 힘들게 만들었던 것 무엇이었을까?



1. 과거의 성공공식을 적용한다.

고교시절 상위성적을 유지했던 나는 성적을 높인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이렇게 공부하면 되는구나' 유레카를 외친 순간. 그 때부터 투입시간을 2배, 3배로 늘리며, 경험한 성적의 상승은 이후, 나의 성공 공식이 되었다.


비슷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내가 만나본 동료들은, 똑똑하던지, 성실하던지, 어떤 계기가 되었든 자신만의 성공 경험을 가진 친구들이었다. 그 성공 경험은 하나의 공식이 되어, 사회생활에도 이어졌다. 투입량을 늘리면, 산출량은 따라오고, 보상을 받았다. 환경에 따라 기준이 높아졌지만, 공식을 적용 성공했다.


'회장 보고를 위해, 한달간 1-2시간의 쪽잠을 자며, 결국 보고를 성공시켰지.' 라는 팀장의 라떼는 아직도 회사의 테두리 안에서는 유효한 이야기다. 하지만, 퇴사 후에는 이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모든 결정은 누군가가 아닌, 내가 되었다.


"2가지 안중에서 한가지를 결정해 주십시요"

라고 말할 대상이 이제는 내게는 없었다. 선택과 결정을 온전히 내가 해야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나의 주된 퇴사의 이유였지만, 나를 힘들게 했다.


2. 완벽한 준비에 타이밍을 놓친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평일과 주말이 똑같아졌다. 시간은 고무줄처럼 무한정 늘어난 듯 착각이 들었다. 의욕적으로 그렸던 퇴사의 그림들은 그렇게 하나씩 그려졌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은 순간 난 깨달았다. 어느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시행착오의 기간이 길어졌다. 세상은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았고, 단순하지 않았다. 등에 식은땀이 났다.


답을 찾기 위해, 책을 찾고, 궁금증을 찾기 위해 또 책을 찾았다. 유튜브를 찾고, 보고 또 보았다. 책도 유튜브도 결국 나에게 답을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 루프를 반복했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았던 회사생활은 습성은, 시도하지 못하고 시간만 흐르게 만들었다. 완벽한 준비, 모든게 체크되지 않으면 멈추던 습관은 현실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사실을 깨닫는데 꽤 긴 시간이 걸렸다.


3. 주변의 시선을 깨뜨리지 못한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가족과 동료들의 시선, 그걸 계속 의식하는 나였다. 예전에 뛰어났었던 나, 자랑스러웠던 내가, 이제는 주변의 문제아가 되었다는 사실은 나를 계속 올가메었다.


그래서, 방향을 잃기도 했다. 눈을 낮춰 예전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스타트업에 지원했다. 연이은 불합격. 그럼 다시 공부로 승부를 보자며 공인중개사, 공사시험을 고민하기도 했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나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방향으로 계획을 선회하기도 했다. 제주도 귀농,이를 위한 한달살기였다. 하지만, 귤을 따던 반나절만에 나는 농사일은 내 몸에 전혀맞지 않음을 깨닫고 귤농장을 도망쳤다. 나에게는 답답했던 제주도, 한달살기를 채우지 못하고 돈을 날렸다.


한때 영민했던 나, 여전히 책상에 놓여둔 졸업장이 결국 쓸모가 없음을 깨달았을 때는 나는 되돌아 가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와버린 것을 알게됐다. 급기야 '퇴사를 서둘러 하지말았어야 했다' 후회하기도 했다.


주위에선 1년이 걸린다고 했다. 대기업 직장인의 때가 빠지는 시간은 말이다. 그리고, 정말 1년이 가까워 오는 지금, 난 한결 가벼워졌다. 이제 불안하지 않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좀더 나이가 든 후에 지난 1년을 지냈다고 생각하면 말이다. 그 좌절, 그 불안을 조금이라도 에너지가 있을때, 지나온게 감사하다.

대학 2학년, 나는 그저 멋져보이고 싶었다.

여름 MT소식을 듣고, 쾌재를 불렀다. 한달 전 실내 수영장에서 수영을 연습했다. 그리고, MT당일, 선후배들 앞에서 멋진 수영실력을 뽐내려 한 나는 불과 1-2초만에 파도에 떠밀려 바닥으로 꼬꾸라쳤다. 코와 귀에 소금물을 잔뜩 먹은 채, 눈물 콧물을 흘리며 친구들의 부축에 겨우 걸어 나올 수 있었다. 실내 수영장에서 수영은 바다수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그래서, 지금은 바다에 가면, 튜브를 가져가거나 함부로 뛰어들지 않는다. 망신을 당한 뒤, 겸손해진거다. 그리고, 그 망신이 지금의 나를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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