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내 마음속엔 하얀 눈이 내렸지 지난겨울로 떠난 널 그리며 하얀 눈이 내리면 다시 걷고 있겠지 너의 흔적이 남겨진 거리를 (김건모, '겨울이 오면' 中)
사람들끼리 겨울이 온다는 얘기들을 나눌 때쯤이면 조용히 찾아 듣게 되는 노래가 바로 김건모의 '겨울이 오면'이다. 악기가 아닌 코러스의 아카펠라를 반주 삼아 인트로부터 바로 흘러나오는 울림 가득한 김건모의 음성이 어떤 캐롤보다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겨울 노래다. 사람의 목소리만큼 훌륭한 악기가 없다는 것을 난 이 노래로 확인을 하곤 한다. 이런 노래는 대체 어떻게 만들고 또 부를 수 있는 것일까.
김건모 3집은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잘못된 만남'이 수록된 앨범으로 정말 수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지만, 11곡 중 단 한곡도 허투루 만든 게 없는 명반이다. 그 앨범이 무려 280만 장이라는, 지금은 상상하지도 못할 판매량을 남길 수 있었던 큰 이유는 다른 댄스곡들도 다 좋지만, '아름다운 이별'과 '겨울이 오면'이라는 정말 잘 만든 발라드곡이 앨범에 화룡점정을 찍어주었기 때문이라고 난 믿는다. 무조건 달리기만 하는 앨범은 듣는 사람을 지치게 만드니까.
올해 여름 내 생일날, 생일 기념으로 와이프와 함께 동네 중고 레코드샵을 찾아가 각자 하나씩 고른 음반 중에 하나가 바로 김건모 3집 CD였다. 이제 모든 노래를 음원 사이트와 유튜브를 통해 공짜로 들을 수 있는 세상이지만, 왠지 모르게 이 음반만큼은 집에 소장해 놓고 CD플레이어를 통해 듣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이 CD를 '틀면서'(CD를 튼다는 표현을 얼마나 오랜만에 쓰는 걸까), 이 앨범이 처음 나왔던 중학교 시절의 그 설렘이 느껴져서 참 좋았다. 시간여행엔 정말 음악만한 것이 없는 것 같다.
이 앨범을 사며 간만에 설렜더랬다
김건모에게는 김건모씨, 김건모님이란 호칭보다 그냥 건모형이란 말을 붙이는 게 더 자연스럽다. 그만큼 그의 음악과 함께 성장해 온 우리에겐 친숙하고 애정이 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제도 내 인스타 스토리에 이 노래를 'Today's Music'으로 올리면서 건모형이 무척 그리워졌다. 지금은 비록 일련의 안타까운 일들로 우리 곁을 떠나 있지만... 이 모든 상황들을 마음속에서 정리하고 나면 언젠가 다시 무대 위의 피아노 앞에 앉아 노래를 부르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돌아왔으면 좋겠다. 난 우리나라에서 피아노 하나, 목소리 하나로 가장 멋진 무대를 만드는 가수가 김건모라고 믿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