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하지 말아요 하얀 첫눈이 온다구요 그리운 사람 올 것 같아 문을 열고 내다보네 (이정석, '첫눈이 온다구요')
이정석의 이 노래를 들으면 내리는 눈을 보고 벅차서 어쩔 줄 모르는 한 젊은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눈이 펑펑 내리는 어떤 밤, 가로등 아래서 보고 싶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정말 첫눈이 온다며, 진짜라면서 들떠 있는 사람의 모습이. 사실 이 노래는 첫눈을 보며 이제는 곁에 없는 사람, 그 사람과의 좋았던 기억을 그리워하는 내용인데... 어쩌겠는가. 나에겐 그런 장면이 떠오르는 것을. 노래를 해석하고 즐기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눈을 상징하는 노래라면 자이언티의 '눈'이나, SIA의 'Snowman' 등이 있겠지만, 나에겐 이 노래가 눈에 대한 최고의 찬가로 마음에 남아있다. 이 곡만큼 환희에 차서 눈을 반기는 노래가 또 있었던가. 특히 잔잔한 도입부가 지나가고 '아스라이~'란 가사와 터져 나오는 우렁찬 드럼소리는 마치 설렘의 최대치에서 느끼는 심장박동 소리 같아 들을 때마다 짜릿해지곤 한다.
고급지게 표현되는 세련된 감성이 넘쳐나는 시대에 이렇듯 투박하게 터져 나오는 솔직한 감정에 더 끌리는 건 촌스럽기 때문일까,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기 때문일까. 매끈하게 다듬어진 멜로디에 말끔히 정제된 가사가 실려 만들어지는 노래들도 좋지만, 애틋하고 간절한 감정을 가수의 목소리에 가감 없이 담아 있는 그대로 터뜨리는... 그런 조금은 비어 있는 듯한 노래가 왜 그렇게도 마음을 잡아 끄는 것일까.
올해 첫눈이 온다. 여전히 눈이 오면 마음이 즐거운 걸 보니 그래도 아직 감수성이라는 게 가슴 속 어딘가에 살아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눈을 보며 설레는 마음은 특정 세대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그런 감정이라서 더 좋은 것 같다. 눈이 오니 길이 얼어붙는다고, 녹으면 질척거린다고 귀찮아하는 마음들은 잠시 미뤄두고 일단 이 눈을 즐겼으면 좋겠다. 첫눈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