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가면(by 최호섭)

세월이 가도...

by radioholic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잊는다 해도
한없이 소중했던 사랑이 있었음을
잊지 말고 기억해 줘요
(최호섭, '세월이 가면' 중)


언제부터인가 '세월'이란 말을 입에 올리는 것이 죄스럽고 특히나 어떤 시기에 사용하는 게 나도 모르게 망설여졌다. 백 번 천 번을 돌이켜보고 생각을 해봐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련의 어리석고 추악한 책임 회피와 만행들이 이어지며 수백 명의 죄 없는 아이들과 승객들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벌어진 지 벌써 12년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4월의 오늘이 오면 황망하고 먹먹한 마음을 어찌할 줄을 모른 채 하루를 보내게 된다.


4월에 벚꽃이 날리고 라일락 향기가 피어오를 때, 우리는 묵묵히 추모의 시간을 갖는다. 비록 나와는 일면식이 없는 이들이었을지 몰라도, 누군가의 자식이었고 가족이었으며 좋은 친구였던 사람들이 안타깝게 생을 달리한 2014년 4월 16일은 우리 가슴에 너무나 큰 생채기를 남긴 날이다.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운 시기인 4월의 봄날에, 인생에서 가장 푸르른 시기를 거치던 어린 학생들이 세상을 떠나야 했던 그날이 또다시 찾아왔다.



Its true look how they shine for you
look how they shine for you
...
look how they shine
look at the stars look how they shine for you
And all the things you do
(Coldplay, 'yellow' 중)


9년 전 콜드플레이의 내한 공연에서 크리스 마틴이 'yellow'를 부르던 중 스크린에 노란 리본을 띄우고, 추모의 의미로 약 10초간 침묵하는 것을 보며 목이 울컥 잠겼던 것은 감동이라기보단 고마움 때문이었다. 국적도, 인종도 다르지만 우리가 겪은 비극을 함께 슬퍼하고 위로해 주는 모습은 뮤지션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같은 인간으로서 함께 공감해 주는 마음이 느껴져 고마웠다. 타인의 비극을 대하는 우리가 취해야 하는 자세는 저런 것이 아닐까.


정말 고마웠던 장면...


여전히 노란색만 봐도 마음이 아프고, 노란 리본 모양에 억장이 무너지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수많은 의문과 처절한 한을 가슴에 깊이 품은 채 살아가는 이들을 달래주지 못했다. '시간이 약'이라는 숙어가 보통의 사람들의 일상에는 무리 없이 통용되는 보편타당한 말일지 모르겠지만, 적어 그날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분들에게는 그 표현이 자칫 시간을 핑계로 망각을 유도하는 무책임함일 수 있어 조심스럽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란색이다...




비록 세월이 가서 그리운 마음이 잊혀지더라도 한없이 소중했던 사람이 있었음을 기억해 달라는 최호섭의 절창은 언제 들어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애잔하게 하지만, 4월에 이 노래를 들을 땐 형언하기 어려운 비애가 마음을 파고든다. 그것은 입에도 올리기 싫은 12년 전 비극을 초래한 어떤 배의 이름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세월이 갈지라도 그리운 마음이 퇴색될세라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4월이 울고 있네'라는 노영심의 노래와 더불어 '세월이 가면'이란 곡 역시 앞으로도 매년 이맘때가 되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겠지만, 그렇게 눈물짓는 와중에도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 있다. 12년 전의 참사만 없었어도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고 각자 하나의 세상을 꾸려 나갔을 304명의 고인들과 오늘도 그들을 그리워하고 있을 그 가족들을 우린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세상엔 잊지 않는 것만으로도 바꿀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https://youtu.be/0k0f5Z0aytY?si=gIbBYDtMcGFmzEpP

오늘 우리를 위로해줄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