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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진혁 Sep 16. 2021

스코틀랜드에서 서핑하기

스코틀랜드 서퍼 세바스티안과의 짧은 인터뷰.

이미지 출처 @sebastian_surfscotland


세바스티안 히메네스(Sebastian Jimenez) + @sebastian_surfscotland

세바스티안에게 서핑이란 열정이다. 어려서부터 그의 삶을 이끌어 왔다. “누구든 열정을 가진 자만이 자신을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핑은 내게 모든 것을 의미하고 제 삶과 운명을 알려줘요.” 파도를 탄다는 것은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서핑에 대한 열정으로 바람과 조수, 모래의 종류와 해변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세바스티안은 서핑을 통해 모든 파도는 결코 같을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파도를 즐기는 순간은 매번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말한다. “서핑은 지난 18년 간 내 직업이 되어주었어요. 세계 엘리트 서퍼 순위에 오를 수 있는 길을 열어줬죠. 매일 삶의 활기를 가득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기도 하고요.”


최고의 파도 : 니카라과의 콜로라도 해변

세바스티안은 2008년 니카라과의 콜로라도 해변에서 일생일대의 파도를 만났다. 파도의 크기와 힘, 형태까지 모든 요소가 완벽한 파도였다고 한다. 그 파도가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제가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이죠. 당시 니카라과의 한 호스텔에 묶고 있었어요. 가족여행 온 캐나다인과 친구가 됐죠. 우리는 함께 서핑을 했는데, 어쨌든 꽤 복잡한 여행이었어요. 콜로라도 해변에 도착했을 때 조수는 매우 높았고, 우리는 서핑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뱀과 거미가 가득한 위험한 산을 오를 수밖에 없었죠. 엄청 피곤한 등반이었는데, 해변에 도착했을 땐 제가 꿈꿔온 것 보다 더 경이로운 파도가 있었어요. 큰 보상이었죠.”


최고의 순간 : 세바스티안은 새로운 장소의 새로운 파도 찾기를 즐긴다. 여행할 때 완벽한 파도와 사람이 적은 해변을 발견하면 기억하는 게 습관이다. 물론 서핑인생에서 아름다운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코스타리카에선 파도에 첫 번째 파도에 잘 못 들어가 겨우 빠져나와야만 했다고 한다. 두 번째 파도는 잘 이겨냈지만, 세 번 째에는 빠져나올 타이밍을 놓쳤다. 파도가 그를 세차게 때렸고, 보드마져 빼앗아 갔다. 고막이 파열되었고, 왼쪽 몸통이 마비됐다. 정신은 혼미, 의식이 희미한 상태에 이르렀다. 하지만 정신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인명 구조원으로서 많은 생명을 구해왔고, ‘절대 물에 빠지지 않을 거야’라고 속으로 외쳤죠. 그 순간 간신히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귀가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두 달 간 서핑을 하지 못 했다고 한다.


최고의 스폿 : 비밀(그의 집 근처)

“유감스럽게도 가장 좋은 스폿은 비밀입니다.” 서퍼들은 언제나 조용한 바다를 원한다. 세바스티안은 살짝 힌트를 줬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굉장한 바다가 있다고. “놀라움을 금치 못할 파도와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서핑 하기에 알맞은 조건이 모두 갖춰진 상태”라고 했다. 최고의 서핑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해변의 기억 : 인명 구조대원

세바스티안에게 해변은 다양한 추억들이 뒤섞인 곳이다. 힘들었고, 화를 내기도 했고, 위험했고, 스트레를 받기도 했다. 그는 아틀란틱 바다에서 인명 구조대원으로서 18년 동안 활동했다. 그곳에는 따뜻한 추억도 많지만 힘든 나날도 많았다. 코스타리카, 니카라과, 멕시코, 포트루갈, 스페인, 스코틀랜드, 영국까지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파도를 경험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에요. 더 많은 추억들을 기다리고 있어요.”


일출 vs 일몰 : 겨울 서핑

해가 뜨고 질 때 하는 서핑은 매우 훌륭하다. 세바스티안이 말하길 일출은 아주 평화롭다고 한다. 일찍 일어하는 게 어렵지만 바다에는 그만큼 아름다운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 일몰에는 바람은 잠잠해지고 파도는 더욱 조화롭게 이어진다. 그는 여름 서핑은 더위와 긴 해를 즐기는 맛은 좋지만 바다의 힘이 작다고 했다. 겨울 서핑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아주 춥고, 해가 짧아 에너지가 빨리 소비되지만 바다의 힘이 커 오래 즐기기 좋습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겨울 서핑을 더 좋아하죠.”


이미지 출처 @sebastian_surfscotland

서핑 팁 : 조수의 흐름

세바스티안은 바다, 바람, 조수의 흐름을 파악하길 권한다. 그는 많은 팁을 주고 싶지만 몇 시간이 소요될거라며 난색을 표했다. 대신 핵심을 전했다. “중요한 건 항상 겸손함을 갖고 경험이 더 많은 선배에게 다가가 조언을 구하는 겁니다. 그곳 서퍼들의 규칙을 존중하고, 바다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또 반응하는지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언젠가 다시 : 포스트 코로나

지금 스코틀랜드는 해변 입장이 금지된 상태다. 세바스티안은 다시 자유로워지는 날이 오면 가장 먼저 스코틀랜드 해변에 가고 싶다고 했다. “바다가 그리워요. 좋은 파도가 일렁이는 날이면 저의 ‘베프’ 빌 모스, 로저, 앤디와 함께 파도 타고 싶어요. 날씨가 좋다면 아내와 아들, 개도 함께 동행하고요. 태양 아래서 책을 읽고 바비큐 파티를 즐겨도 좋겠죠.”


가고 싶은 해변 : 서소 이스트

스코틀랜드는 바다에 둘러싸인 나라다. 세바스티안은 동쪽과 서쪽 해안을 여행하곤 하는데 아직 북쪽 해안을 볼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 6시간 이상 운전해야하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북쪽에 위치한 ‘서소 이스트(Thurso East)’에 가고 싶어요. 그 지역의 모든 곳을 전부 방문하는 게 꿈이에요.”


<아레나 옴므 플러스> 2020. 6월호.

https://www.smlounge.co.kr/arena/article/45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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