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세 가족>이란 드라마가 있었다. 80년대 단독주택 한 지붕 아래 살아가는 도시서민들의 이야기. 당시 드라마를 보느라 일요일 아침임에도 눈을 비비고 일어났다. 드라마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교회를 빼먹는 신도가 많아 방송사에 방영시간을 늦춰달라는 항의가 있을 정도였다 한다.
문간방 아들 순돌이는 받아쓰기 50점을 넘지 못했다. 반면 세탁소집 아들 만수는 늘 100점. 만수 아버지는 순돌이 아버지를 놀리는 재미로 살았다. 늘 당하는 순돌이 아버지에게도 비장의 무기는 있었다. 그는 수리 분야 '만렙' 능력자였다. ‘골목길 맥가이버’로 불리며 만물수리점을 운영했다.
단독주택에 살아가다 보니 순돌이 아버지가 그리울 때가 많다. 집에 손 볼 데가 생기니 묻고 의지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아파트처럼 관리사무소가 없다 보니 내가 순돌이 아버지가 되는 수밖에 없다.
원도심에 간혹 마을주택관리소라는 것이 있긴 하다. 도시재생 사업으로 공구를 대여해 주고 집수리를 지원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주거 취약계층이 우선이고 그 수도 많지 않다. 집수리 교육 사업도 있지만 낮 시간대라 직장인이 배우기는 쉽지 않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칭찬할 일도 많다. 부평구는 '우리 동네 맥가이버' 사업을 하고 있다. 서울에서 시작된 사업으로 신중년 재취업 일자리도 창출하고 동네를 돌보는 막중한 역할도 한다. 동구청에서는 '원도심 저층주거지 재생사업'을 한다. 정비구역 해제 지역과 노후주택 등이 밀집한 원도심 노후 주택 수리를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이런 도시재생 사업은 주민 피부에 와닿는다. 직장인을 위한 집수리 학교도 운영해 스스로 순돌이 아버지가 될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다.
원도심 동네마다 맥가이버도 필요하고 순돌이 아버지도 필요하다. 내 집을 고치는 것은 동네를 돌보는 시작이고 동네를 돌보는 것은 결국 도시를 재생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인천일보에 연재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