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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Jul 21. 2020

집을 살 때 중요하게 생각한 것들

원도심 주택 구입기 3

단독 주택을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집을 보러 다니며 우리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다른 사람들은 집을 살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까?


주택으로 이사를 하고 수없이 집들이를 하며 지인들과 집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주택에 사니까 뭐가 좋냐부터 시작해 집값은 얼마인지, 리모델링 비용은 얼마나 들었는지 이런저런 이야기가 보통 오갔다. 말을 듣고 우리를 부러워하는 친구도 있었고, '그래도 아파트가 낫지.'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생각은 모두 다르니 뭐가 맞고 틀리다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 집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를 테면 우리가 아파트에 살 때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층간소음이었다. 그런데 우리만 소음이 심한 구닥다리 아파트에 살았던지, 이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 반면 시끄러워도 도심 속 북적이는 동네에서 생기 있게 살고 싶다는 이들도 생각보다 많았다. 어떤 마음인지 이해는 되지만 우리가 원하는 바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집을 선택하며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한번 정리해 보았다.


1. 역시 비용

리모델링 비용까지 감안해서 대출 포함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집을 골라야 했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것은 작은 평수의 2층 집.


2. 동네 분위기

1) 주택가로 앞으로 난개발 될 가능성이 없을 것. 특히 집 근처에 빌라나 높은 건물이 들어설 가능성이 없을 것.

2) 상가와 거리가 있어서 밤에 시끄러울 일이 없을 것.

3) 이왕이면 공원과 시장이 있는 동네일 것.


3. 교통 편리성

1) 지하철이 가까울 것

2) 주차 가능 여부


다른 사람들도 대체로 이와 비슷한 생각이었지만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1) 아이들 학교나 학원을 보낼 수 있는 교육 환경. (우리는 아이가 없기 때문에 이런 생각은 하지 못했다.)

2) 깨끗한 환경. (신도시 아파트에 살다가 우리 동네를 와보면 지저분하다고 생각할 만했다. 우리도 그랬다.)

3) 대형 마트나 쇼핑할 수 있는 상업 공간이 근처에 있을 것. (이건 글쎄.)

4) 안전함. (구도심 골목길을 처음 보면 왠지 두렵다는 생각이 들만하긴 하다. 우리도 처음엔 그랬으니까.)

5) 앞으로 '집값'이 오를 수 있는 가능성!


그렇다. 교육 문제와 앞으로 집값 상승의 동력이 있느냐 없느냐, 이것이 원도심 주택을 선택한 우리와 고개를 갸웃한 이들의 결정적인 차이였다. 우리는 아이가 없기 때문에 교육 문제는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구도심이라고 학교가 없는 것도 아니고 학원도 찾아보면 근처에 있다. 성적이 좋은 학교, 좋은 학원에 보내고 싶은 부모들의 마음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런 학군에 있는 아이들 성적이 다 우수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하면 너무 순진한 걸까. 애가 없어서 그런 태평한 소리 한다고 하면 더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파트 사지. 주택은 잘 안 오르는데…. 그래도 너희들이 좋으면 좋을 대로 해라."


주택을 샀다고 하니 엄마를 비롯해 우리를 걱정하는 분들이 한 이야기는 바로 이것이었다. 지금 당장 집값이 저렴할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오르지 않을 거란 것. 나중에 후회하지 않겠냐는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무슨 어떤 말인지 우리도 잘 알고 있었다. 아파트 값은 꾸준히 오르는 반면, 개발 호재가 없는 한 원도심 주택은 제자리걸음을 하는 게 보통이다. 맞는 염려였다. 이것은 우리가 애를 안 낳겠다고 했더니 나왔던 반응과 똑같았다. 나중에 나이 들어 후회하지 않겠냐는 것. 우리는 나중에 후회할 짓만 골라하는 사람들 같았다.


인천 해안동의 한 주택. 이런 집이 아름답게 보인다면 당신도 이미 주택 러버.

그걸 알면서 우리는 원도심에 있는 단독주택을 샀다.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독립적이고 아늑하게 살 수 있는 집'. 우리가 원한 건 이것이다. 이제 더 미루지 않고 '지금' 그렇게 '살 집'이 필요했던 것이다. 투자가치가 있는(그게 사실 어떤 것인지도 모르지만) 아파트에 몇 년 또 버티다가 집값 오르면 팔고 더 좋을 곳으로 가는 짓은 더 하고 싶지 않았다. 설사 집값이 올라서 그렇게 한들 또 똑같은 상황이 닥칠 수 있는 일이고 그런들 우리 삶이 더 행복해 지지도 않을 것 같았다. 우리는 지금 살 집이 필요한 것이지, 돈이 되어줄 미래의 집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선택'의 다른 이름은 '포기'이다. 우리가 지금의 행복을 선택한 반면 미래를 저당 잡아 '스스로 돈이 불어날 수 있는' 일종의 행운은 포기했다. 그 행운의 열차는 늘 너무 앞에 갔고, 그 뒤를 계속 쫓아가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질 것만 같았다. 물론 돈이 더 있었다면 지금 살고 있는 곳보다 더 좋은, 투자가치도 있는 단독 주택을 샀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돈은 아파트 전세금 1억 5천만 원이 전부였고 이 돈은 주택을 매입하는 데 모두 썼다.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리모델링을 하면 우리가 원했던 '독립적이고 아늑한' 집을 드디어! 손에 쥐는 것이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가랑이는 찢어지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리모델링 비용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봉봉의 구도심 주택살이 TIP


1. 주택이 본인에게 맞는지, 아닌지 판단이 안 서는 경우 일단 전세로 주택에 살아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어요. 전원주택에 대한 로망이 있던 사람도 막상 전원에 살아보면 못 살겠다고 하는 분들도 여럿 있다고 합니다. 살아보고 선택하는게 현명한 방법인 듯해요.


2. 구도심 주택의 최대 장점은 가격과 가격 대비 교통 인프라라고 생각해요. 인천의 경우 구도심들은 1호선 국철 라인과 가까운데, 전철을 자주 이용해야 하는 분들이라면 역과 가까운 곳의 주택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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