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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Aug 13. 2020

뜻밖의 기생충, 뜻밖의 플렉스

리모델링은 보수 공사를 낳고

입주를 하고 이제 내 집에서 두 발 뻗고 사나 했더니, 또 다른 문제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공이 잘못되어 보수해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보일러가 말썽이었다. 밸브 근처 관에 누수가 일어났고 그 탓에 걸핏하면 보일러가 꺼져버렸다. 보일러 탓이 맞네 아니네, 이 문제점을 찾는데 삼일이 걸렸다. 그보다 더 속 터지는 일은 하나의 보일러로 1, 2층 난방을 모두 했는데 , 그 분리 시공을 또 잘못하여 침실이 있는 2층만 보일러를 돌려도 1층까지 난방이 되는 뜻밖의 '열 플렉스’를 하는 거였다. 정작 우리는 LPG 가스비가 부담되어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이건 보일러가 거꾸로 두 번을 타도 시원찮을 판에 우리 속만 두 번 시커멓게 태우고 있는 격이었다. 결국 당초 시공업자를 바꿔 새로 설치를 했다. 


-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LPG 가스통 사건

 

그보다 우리를 더 괴롭힌 일은 업체들이 약속한 보수 날짜를 대체로 안 지킨다는 것이었다. 전기 아저씨는 오겠다고 약속한 지 두 달 후에 나타났고, 방충망 등 이것저것 사소한 것들을 안 하고 간 잡철 아저씨는 약속을 서너 번이나 펑크내고야 나타났다. 더욱 우리를 화나게 한 것은 약속한 날짜와 시간을 매번 어기고도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둘러대는 것이었다. 그분들도 말 못 할 사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래서 '받을 돈 다 받으면 끝’이라는 말을 사람들이 하는구나,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소장님께 전화해 이야기를 하니, 미안하다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사소한 문제들이 정리가 되고 이제야 맘 편히 살아보나 했더니 더 큰 문제가 터졌다. 2층 물받이가 자꾸 벽에서 떨어져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바닥이 살짝 꺼지는 것이 그 원인이었다. 사실 입주하고 들어갈 때부터 건식난방을 한 2층 바닥이 뭔가 석연치 않았다. 1층은 주방과 거실 그리고 서재로 각각 타일과 강마루로 마감했다. 2층은 침실과 방으로 비용 절감과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건식난방을 선택했다. 습식난방은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그 방식이다. 습식이 몰타르를 치고 난방 호수를 까는 작업인 반면 건식은 기존 시멘트 위에 몰타르 없이 그대로 작업하는 방식이라 공사 기간이 짧은 장점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2층 바닥은 웬일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주저앉고 있었다. 소장님께 다시 전화를 했다. 이제 이 분도 내 전화가 오면 긴장을 하는 게 느껴졌다.


"여보세요? 이번엔 바닥이 좀 이상합니다."

"…."

 

직원이 와서 검사를 하고 일은 더 커졌다. 난방 시공이 잘 못 된 것이니 바닥을 다 뜯어내고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죠?"

"시공이 잘못돼서 다 뜯어내고 다시 해야 할 것 같아요. 일단 2층 짐은 빼서 컨테이너에 맡기고 바닥은 전부 뜯어내고 습식난방으로 다시 할게요. 저희도 건식난방은 이번이 처음이라, 죄송합니다. 그러면 한 열흘은 걸릴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럼 또 저희는 야반도주를 해야 하나요?"

"공사하는 한 이틀 집을 비워주셔야 하고 이후에도 한 일주일 정도 시멘트가 마를 때까지 2층을 못 쓰신다고 생각하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죄송해요."


내 집에서 내가 셀프 쫓김을 당해야 하다니. 원통하고 분했지만 한편으로는 끝까지 공사를 책임져주는 건축시공사에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그나저나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아내가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일단 집을 비워줘야 하니까 그동안 가고 싶었던 대만 여행이나 갔다 오자."

"으응? 갑자기?"

"그리고 나는 집에서 일도 해야 하니까 1층 소파에서 자고, 자기는 어머님 댁에서 있다가 와."

"당신 혼자 두고 갈 수 없으니까 그러면 나는 매트리스만 가져다가 지하에서 지낼게."

"으응?"


그렇게 뜻하기 않게 3박 4일 대만 여행을 다녀왔다. 집에 돌아와 보니 2층은 다시 공사판이 되어 있었다. 컨테이너에 실을 수 없었던 살림살이는 1층에 쑤셔 박고, 나는 자진해서 지하실로 내려갔다. 나만의 공간으로 꾸밀 작정이던 지하실은 결국 손도 하나 못 대고, 나 홀로 매트리스를 깔게 되었다. 뜻밖에 기생충 아저씨가 되어 지상으로 올라갈 날만 기다리고 있는 내 꼴이라니. 나는 집들이 선물로 받은 온갖 향초를 지하에서 밝히며 다짐했다.


반지하라 그래도 빛이 들어온다


'그래, 여기까지다. 우리 집을 갖기 위해 겪어야 할 모든 일들을 이제 다 겪은 것 같다. 혹시라도 이보다 더한 시련이 또 있을 수 있겠지만, 이제 지하에서 올라가기만 한다면 온전한 내 집이 있다. 지금껏 잘 버텨왔다. 나는 올라갈 것이고 다시는….'


"여보 밑에서 혼자 뭐 이렇게 중얼거려. 시끄러워."

"응. 알았어~."




구도심 주택살이 봉봉 TIP  "지자체에 손을 벌리자."


1. 구도심 주택을 리모델링하고자 마음먹었다면 먼저 각 지자체의 지원사업을 살펴보세요. 상하수도 교체, 도시가스설치, 대문 등 외관 공사, 태양열 발전기 설치, 주차장 만들기 등 '도시 재생' 명목의 지원들이 많습니다. 도시재생이 국가의 중요 정책이기 때문에 그만큼 예산도 많습니다. 단, 자금 고갈 시까지 지원하니까 빠른 정보수집과 더 재빠른 신청이 필요합니다.  


2.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는 심지어 집이나 상가를 사고 리모델링하는데 저리로 돈을 빌려줍니다. 도시재생활성화지역에서 이뤄지는 코워킹 공간, 청년창업지원센터, 상가 리모델링, 공용주차장 개발사업 등과 관련해 사업비의 최대 80%를 대출해 주고 있어요. HUG 도시재생 카테고리를 찾아가 보세요. 문서 작성에 자신 있다면 도전해 볼만한 지원사업들이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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