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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Apr 08. 2021

단독주택에 진심입니다

고양이 사진 ©봉봉아내

#1

같이 일하던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단독주택으로의 이사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3년 전 저희 집에 놀러 와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젠 그 말의 무게가 '진지하게' 달라졌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하러 아내와 함께 놀러 오겠다고 하더군요.


#2

저희 부부 경우는 10년 전 결혼할 때부터 단독주택을 알아보러 다녔어요. 당시에는 예산이 부족해 바로 주택을 구입하지는 못했습니다. 3년 전 주택을 구입하기까지 약 7년 정도를 산책 겸 운동 겸 취미 삼아 단독주택이 많은 동네를 구경하러 다녔어요. 생각해보니 그렇게 저희도 모르는 사이 집과 동네를 보는 안목이 생겼습니다.


#3

단독주택도 그렇고 아파트도 그렇고 집을 찾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안목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단독주택이니 집 자체가 중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보다 집이 위치한 동네를 보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높은 건물들에 빙 둘러 쌓여 있는 '나 홀로 주택'을 보면, 보는 이도 그곳에 사는 분도 민망하고 안타깝긴 마찬가지입니다.


#4

투자의 대상으로 집을 바라보는 이의 안목과 삶의 공간으로 집을 선택하는 이의 안목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보기 좋고 살기 좋은 곳이 투자처로도 좋지만 또 꼭 그렇지는 안거든요. 그놈의 '개발호재'  쫓아다니다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기 쉽습니다. 단독주택을 선택할 때는 어떤 '결단' 비슷한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몇 년 살다 이사할 집이 아니라 오래 살아도 괜찮은 집을 선택해야 하니까요. 집값이 아파트처럼 오르지 않아도 견뎌낼 뚝심도 필요하고요. 지금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그걸 들여다볼 용기도 있어야 합니다. 한마디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5

게다가 보통 마음에 드는 집은 예산 범위 밖에 있어요. 어쩌면 이렇게 잔인한지. 눈에 차면 돈이 안 맞고, 돈에 맞추면 성에 차지 않습니다. 세상 일이 다 그렇더군요. 이 욕망과 현실의 간극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니 발품을 팔고 팔아 돌고 또 돌아야 합니다. 그래야 그나마 이 집이다 싶은 집을 만나게 될 확률이 높으니까요.


#6

'진지하게' 조언을 구하는 부부에게 이런 뻔한 이야기만 할 수는 없겠죠. 그래서 저희 집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담은 걸 책으로 내기로 했어요. 집을 구하고 틈새 주택(협소 주택)을 리모델링하며 겪은 이야기들 그리고 인천 구도심 동네에 살며 겪은 이야기가 곧 책으로 발간될 예정입니다. <단독주택에 진심입니다>라는 제목을 달아봤어요. 모두 부족한 글을 애독해주신 브런치 독자님들 덕입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혹시 서점에서 이런 책이 보이거든 반갑게 맞아 주세요.


#7

작년 여름인가 어느 중년 부부가 저희 집 초인종을 누른 일이 있었어요. 전혀 안면이 없는 분들인데 리모델링 문제로 저희 집을 보고 싶으신 이유였습니다. 당황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분들의 마음만은 이해가 가더군요. 저희도 단독주택을 매입하고 고치며 누구라도 붙잡고 묻고 싶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거든요. 그런 일을 겪고 나니 저희 경험을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들었습니다.


#8

옥상에 심은 벚나무는 조금 늦게 꽃을 피워냈습니다. 봄이 오면 꽃이 피고 싹이 나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어떻게 이때다 싶은  알고 나무는 그런 일들을 해낼까요. 반면 성급한  성미 때문에 집안에서  자라던 셀렘과 뱅갈 고무나무는 잎을 떨구고 있습니다. 이때다 싶어서 밖에 내놓았는데 아직 추웠는지 잎들이 하얗게 질려버렸어요. 미숙한 저에겐 때를 아는 건 아직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도  때가 되면   있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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