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철은 사랑을 싣고 >
국내 여행을 갈 때 아이랑 대중교통 여행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이를 데리고 여행하려면 짐도 많고, 이동도 불편해서 승용차로 종종 떠날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정도라면, 반나절이나 한나절쯤만 여행할 거라면, 과감히 자가용을 버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익숙해지면 시간을 더 늘릴 수도 있고, 더 먼 거리를 갈 수도 있다. 소소한 원칙이지만, 자기 주도 여행을 처음 시작할 때는 가까운 곳에서부터 먼 곳으로, 짧은 여정에서부터 긴 여정으로 진행하면 아이도, 어른도 여행에 빨리 익숙해질 수 있는 법이다.
특히, 자기 주도 여행을 몸에 완전히 익히고 싶다면, 대중교통 이용은 필수다. 전철과 버스 타고 내리는 법, 요금 지불법, 노선도 읽는 법, 출발역에서 도착역까지 이동하는 법, 비상한 상황 발생 시 대처 요령 등을 어려서부터 익혀두면 아이 인생에 두고두고 도움이 된다.
정말 그럴까? 그렇다!
첫째, 길 찾기는 어떤 목적지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과정이다. 여행을 인생에 비유할 때, 인생길을 제 힘으로 뚜벅뚜벅 나서도록 격려하는 것처럼 여행길도 마찬가지다. 오가는 길에 길을 잃기도 할 것이며, 다 찾고도 목적지 주변에서 빙빙 돌기도 할 것이다. 때로는 너무도 허망하다 싶을 만큼 쉽게 찾을 터다. 그처럼 성취와 고난, 위기와 극복을 되풀이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는 단련될 것이고, 그런 과정이 되풀이될수록 아이의 머나먼 인생길에 큰 밑천이 될 것은 자명하지 않을까?
둘째, 길 찾기는 말 그대로 '길 위의 학교'를 다니는 과정이다. 살면서 수시로 필요한 '일머리'를 배우고 익히기에 길 찾기처럼 유용한 수단도 별로 없다. 집에서부터 목적지까지, 목적지에서 집까지 오가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스스로 계획도 세우고, 필요한 걸 챙기는 버릇도 익힐 수 있다. 제 일정을 보면서 전체 여정의 그림까지 그릴 수 있는데, 우리가 길 찾기를 마다할 까닭이 없다.
셋째, 길 찾기를 하는 길 위의 학교에서는 이동방법만 배우고, 깨치는 게 아니다. 전철이나 버스, 택시에는 아이가 보고, 듣고, 겪고, 익히고, 깨칠 것이 지천으로 널렸다. 수많은 사건과 사고, 환경과 인물을 만나게 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사람이다. 대중교통에 올라탄 승객, 승무원처럼 그런 사람을 통해서도 배울 점이 많다. 위에서 보기로 든 승무원도 그렇다. 버스와 달리 전철에서는 승객이 직접 승무원을 대면할 일이 별로 없지만, 열차 내 방송을 통해 승객은 승무원을 만날 수 있다. 전철을 탔을 때 어떤 방송 내용이 나오는지, 왜 그런지를 아이와 나누는 것도 체험학습의 멋진 유형이다!
넷째, 위험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키는, 안전을 찾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간혹, 전철이나 버스 안에서 행패를 부리는 이를 만나면 어쩌나, 술 취한 주정뱅이를 만나면 어쩌나, 아이가 묻지 마 폭행을 당하면 어쩌나 싶어 아이랑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망설여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구더기 무서워 장 담그기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사람 또한 전철에서 만나는 사람 부류 중 한 부류일 것이며, 그런 만남에서조차 우리는 공공장소에서 안전하게 이동하는 법, 스스로 위험을 피하는 법, 도움을 요청하는 법 등을 아이에게 전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다섯째, 가장 사소한 일이긴 하나 아이가 어쩌면 평생 이용해야 할 일상의 기술 중 하나인 대중교통 이용법도 익힐 수 있다. 요즘은 고등학생이 되도록 대중교통 한 번 이용한 적이 없는 아이를 적잖이 만난다. 그렇다면, 내 아이가 대중교통을 보호자 없이 안전하게 그리고 제대로 이용할 줄 아는 법을 익힐 수 있다면? 그것만 해도 차량 없이 길 떠난 보람이 생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