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Apr 20. 2022

파키스탄으로의 출국 및 부임 준비

2021.12월 초~중반 이야기

 이제 발령을 받았으니, 부임 준비를 해야 한다.

 뭔가 막막하다. 부장을 해본 적도 없는데, 처음부터 지사장이라니. 그것도 해외 살이라니. 대체 뭐부터 준비해야 하나.

 일단 해외를 나가야 하니, 여권이 있어야겠다. 내가 유효여권이 있나? 해외 나가본지가 하도 오래라 기억도 안 난다. 찾아보니 다행히 있다. 전자 여권으로 10년짜리가 기간 넉넉하게 있었다.

 단기 여행이 아닌, 생계형 돈벌이 직장생활로 나가는 거니까, 비자가 있어야 했다. 이건 회사에서 도와주었다. 사진, 여권, 가족정보 정도만 있으면 회사에서 알아서 해줬다. 해외근무자 재해보험. 당연히 회사에서 해 주는 거니까 신경 쓰지 말자. 국내건강보험도 해외 근무할 경우 할인이 된다고 하니 신고하랜다.

 비행기표. 당연히 일하러 가는 건데 회사에서 사 주는 거지. 문제가 있다. 지금은 코로나 시대다. 이슬라마바드는 국내 직항이 없다. 우리나라는 파키스탄과의 교류가 별로 없는 나라다. 옛날에는 태국에서 경유 편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 최단기간 갈 수 있는 경로는 카타르 수도인 도하를 경유해서 다시 돌아오는 것이 그나마 순로이다. 여기서 인천공항 가서 도하까지 10시간 50분 날아간 후 도하공항에서 15시간 10분을 기다려 연결 편으로 다시 이슬라마바드까지 3시간 15분을 날아오는 여정이다. 멀다 멀어. 진짜 멀다. 태국 순로로 가면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데 코로나 덕에 항공편이 죄다 말랐다.


 여권, 비자. OK. 딴 건 모르겠고, 이제 나갈 수는 있겠네. 어... 그런데 걸리는 게 있다. 백신 패스. 나는 부모님이 백신 접종 후 두 분 다 심각한 부작용을 앓으시고, 나 또한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한 후에 너무 끙끙 앓다 겨우 회복했던 아픈 기억이 있는지라 2차 접종 예진 시 의사로부터 접종 연기를 권고받았다. 접종 면제자로 분류해주면 안 되냐고 물어보니, 그건 임산부와 아낙팔락시스 경험자만 해당돼서 나는 2차 접종하기엔 불안하지만 연기만 해 줄 수 있다고 했다. 말이 연기지, 무기한 연기니까 이게 그냥 면제나 다름없댔다. 


 그런데... 공식 도장이 “접종연기”면, 백신 패스 보유자가 아니니, 출입국 시 제제를 당할게 뻔하다. 여권 비자들고 나갔다가 입국보류가 되면 어쩌나. 국제미아 “터미널” 아닌가. 아... 이제는 목숨걸고 맞을 수밖에 없겠구나. 내가 졌다.     


 다시 예방접종센터로 향했다. 이번에는 별 말 않고 그냥 맞겠다고 했다. 역시 2차 접종은 힘들었다. 금토일 사흘을 끙끙 앓고도 회복이 안 돼서 월요일까지 휴가를 낼 수밖에 없었는데 다행히 나흘 앓고 열도 내리고 일상회복이 되어 살아남았다. 다행이다. 내가 백신 룰렛 희생자가 아니라서.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위험국가 필수 예방권고접종 리스트가 또 있다. 회사에서 지정해 준 것은 A형 독감, 파상풍, 폴리오, 장티푸스까지가 필수 지정이고, 이것 말고도 뎅기열, 뇌염 등 맞을 수 있는 건 다 맞고 오랜다. A형 독감은 한 달 전 병원 신체검사에서 항체 형성 확인했으니 넘어가고, 일단 근처 병원에 가서 파상풍, 폴리오 접종을 동시에 했다. 아... 이 또한 너무 아프다. 또 주말 내내 앓아누웠다. 검증된 백신일 텐데 코로나 백신 맞고 몸이 너무 축나 있나 보다. 겨우 겨우 1주일 회복한 후에 보건소에 가서 장티푸스 예방접종을 추가로 했다. 또 아프다. 이번 주말도 견디기가 힘들다. 아니 이거 예방접종이 아니라 실제 걸려서 아픈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쨌든 안 죽고 살아남았다. 다시 얘기하지만, 해외 근무 계획이 있는 분들은 오랜 기간을 두고 예방접종 계획을 세워야 된다. 건강 체질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꺼번에 맞으면 엄청 힘들다. 


출국 앞두고 이것저것 한꺼번에 다 맞으면 엄청 힘들다.....


 그다음 미션. 국제운전면허? 필요한가? 알아보니 파키스탄은 국제운전면허가 통용되지 않는 나라다. 하지만, 국제운전면허증 자체가 신분증을 대신할 수 있으니, 만들어 가는 것을 추천했다. 큰 돈 드는게 아니니 경찰서 가서 뚝딱 만들지 뭐 해서 그냥 갔다가, 최근 사진이 필요하대서 증명사진을 찍은 후 다시 방문해서 만들었다. 사진만 제출하니 5분 만에 만들어준다. 비용은 1만 원인가 조금 더 넘었나 가물가물 한다. 스마트폰 시대 조금만 검색해보고 갔으면 되었을 텐데 이런 멍청한 짓을.     


 파키스탄을 경험해 본 사람들의 100% 공통적인 의견이, 골프 할 준비를 해서 가라고 했다. 골프 제반시설이 잘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골프 비용이 우리나라 대비 1/10밖에 안 되는 수준이라 골프 천국이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어지간한 고위직은 100% 골프를 즐긴다고 보면 되고, 골프를 즐기지 않으면 주요 모임자리에 낄 수가 없댄다. 골프장 이용요금 대비, 골프 장비 가격은 파키스탄 물가 수준에 맞지 않게 비싸니, 골프 장비는 무조건 한국에서 사서 오랜다. 허긴. 골프 클럽이 얼마나 비싼데 그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골프를 치겠어. 대부분 외국인 대상인 거겠지. 치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물건도 귀할 것이고, 새것도 중고 비용도 비쌀 수밖에.


 명색이 한 지사의 지사장인데 나도 그럼 그 나라에선 주요 고위층 아닌가. 큰일났네... 골프라곤 대학 때 교양강좌 7번 아이언 똑딱이 밖에 해본적이 없는데. 내 인생에 골프가 웬 말인가ㅡ. 그런데 상황이 그러면 해야지.


 부랴부랴 골프 장비가 뭐 필요할지 공부부터 했다. 화려한 골프복은 패스. 있는 캐주얼 비슷하게 입으면 되겠지. 골프화가 필요하구나. 일단 제일 싼 거, 메탈 스파이크 없는 걸로 구매. 골프장갑도 필요하네... 반양피 싼 걸로 일단 구매. 선글라스, 모자는 비슷해 보이는 것이 대충 있으니 이것도 패스. 이제 골프채를 사야겠다. 골프채... 어떻게 사지??? 처음부터 전문샵에 가면 호구님 오셨습니다 소리 듣고 바가지 쓸 것 같기만 하고 왕초보인데 뭐 제대로 맞지도 않을 텐데 장비 빨도 필요 없을 것 같고 무엇보다 비쌀 테니 패스. 너무 빠져 보이지 않는 중고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 알아야 사지. 골프장비 용어도 조금 익히고, 카본 샤프트 스틸 샤프트 차이도 공부하고 그래도 공부를 조금 해보고, 초보자가 그냥 쓰기 괜찮은 R flex  샤프트에 무게가 조금이라도 가벼운 카본 샤프트로 정하고(비행기 태워 날릴거니까) 짬짬이 중고 검색을 했다. 대충 기변하는 중고물품 풀세트 나오면 그냥 산다 기분으로 주말마다 당근마켓 검색을 했는데, 썩 맘에 드는 물건이 없었다. 내 맘에 들면 다른 사람 마음에도 드니까 금방 팔리거나, 주인 마음에도 드니까 안 파는 거겠지...      


 내가 정한 조건은 이랬다.


ㅇ 50만원 이내. 퍼터, 캐디백 포함 풀세트. 카본샤프트. 너무 오래된 모델이 아닐 것. 가급적 개인직거래.     

이래저래 당근마켓 검색을 해보다가, 딱 눈에 괜찮은 제품을 올렸길래, 바로 구매제안을 했더니 이미 선약이 잡혔단다. 아쉽게도.     


당근마켓에 올라온 당시 판매이미지. 결국 내가 접수했다.(2021.12.4)


당근마켓에 올라온 당시 판매이미지. 결국 내가 접수했다.(2021.12.4)


"아니 선생님, 선약잡고 삐거덕거리는 거래가 얼마나 많은데, 제가 지금 당장 가지러가면 안 될까요? 시간 질질 끄는 사람들 분명히 이래저래 재고있는 사람들이라 상처받으실 거예요. 저는 안 보고 그냥 업어올게요."     


 나는 진심이었다. 이미 시간도 없고, 골프채 말고도 신경 쓸게 9,999가지가 넘는데 또 검색하고 씨름하고 하기 싫었다. 평소 내 성향 같으면 골백번도 더 보고 10원이라도 깎아 샀을 것 같은데, 이번에는 돈으로 시간을 산다고 생각했다.      


 내 진심이 통했나 보다. 그럼 말 바꾸지 말고 당장 오란다. 선약 파기하고 연락 주는 거니까 책임지란다. 나야 고맙지 암암. 뭐 그렇게 대충 검색해서 인근에서 대충 샀는데 결과적으로 아주 만족한다. 새 상품에 준하는 좋은 물건을 반값 이하로 샀으니 땡잡았다. 고맙습니다 판매자님. 그렇게 골프채 풀세트는 출국 1주일 전에 괜찮게 장만했다.     


 또 생각해보니... 속옷도 너덜너덜 가져갈게 몇 개 없고, 양말도 없고... 현지에서 살 수는 있지만 당장 필요한 옷가지 등 몇 벌을 샀고, 아무래도 여기서 살던 것보단 시간이 있을 테니 가서 공부 좀 하자는 생각으로 책도 왕창 샀다. 읽을 책 공부할 책 잔뜩.(이때만 해도 책 몇 권은 가져갈 여유가 될 줄 알았다.)     


 해외 가게 되면 해외폰 개통을 할 텐데, 그러면 국내폰은 어쩐다? 나는 이미 알뜰폰 저가 요금제를 쓰고 있어 해지 할 마음이 없긴 했지만 그래도 매달 나가는 비용이 너무 아까웠다. 검색질을 해보니 프리텔 이벤트 특가요금 0원짜리가 번득 눈에 보였다. 12개월간 0원, 그 이후에 월 3000원. 국내 문자만 받기에는 최적의 요금제다. 기본 Data도 1GB나 주니까, 애들 요금제로 갈아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애들부터 몽땅 갈아 태웠다. 대신 나는 출국 직전까지 전화할 일이 많아서 출국하는 그날 갈아타야지 생각만 하고 유심만 구해놨다. 어쨌든 핸드폰 문제도 이걸로 해결.     


 이제 짐 싸는 문제가 남았다. 아, 어떻게 싸지? 엄두가 안 난다. 아참. 짐은 어디에 싸지? 집에 있는 트렁크는 쪼꼬매서 해외는커녕 제주도 한 번 가려고 해도 좁아서 미어터지는데. 부랴부랴 특대 사이즈 트렁크 하나를 온라인 구매했다. 하나면 될까? 두 개면 이미 무게 초과하겠구나. 하나만 사자.  


 이제 짐 쌀 준비도 끝. 짐만 싸면 된다. 어떻게 되겠지.

이전 01화 파키스탄으로 승진 발령이 났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