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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Jan 28. 2023

무계획 상팔자

계획, 꼭 안 세워도 괜찮다. 진짜다. 내가 해봤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생활계획을 잘 세우고 실천하고 살라는 교육을 정말 무수히 많이 받아왔다.

방학 때 내어주는 "탐구생활" 첫 페이지는 항상 피자 모양의 생활계획표 그리는 걸로 시작했던 기억이 살짝 난다.(음. "슬기로운 생활"이었을 수도 있다. 대충 그렇다 치자.)


다 맞는 말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많은 수는 계획을 잘 세우고 목표를 잘 정하고 그 틀에 자신을 맞춰가며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 온 사람들이다. 익히 알려진 가장 확실한 성공의 방법임이 틀림없다.


자, 그런데 별로 주목을 받지 않는, 무계획 상팔자로 살아도 성공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니까, 무조건 계획적으로 틀을 갖추어 사는 것만이 인생의 정답은 아니다.


고백하건대, 나는 계획 세우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이유 중 하나는,


"어차피 그렇게 안 할 건데 왜 뭐 하러ㅡ"


계획을 세운다고 스트레스받고, 세운 계획대로 실행을 안 해서 또 스트레스받고, 계획한 시간에 다른 걸 하고픈데 괜히 루저가 되는 기분이 들어서 또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럼, 계획대로 하면 되잖아? 되지 되고말고. 누가 모르나. 그런데 그거 힘들잖아. 나는 힘든 게 싫을 뿐이다.


지난 인생을 되돌아보면 뭐 그리 썩 성공한 인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리 쓰레기처럼 살아온 인생도 아닌 것 같다. 나름 학창시절 공부도 잘했고,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명문대란 곳을 졸업했으며 국내 굴지의 대기업도 몇 군데 다녀봤고 돌고 돌아 공기업에 정착했으니 평범한 월급쟁이 신분이긴 하지만 뭐 그리 또 비참한 것 같지도 않다.


음... 그럼... 무계획적으로 살아도 인생이 그리 망하지 않는 비결이 있는 건 아닐까?


거의 모든 자기계발서가 루틴, 습관, 계획의 힘만을 강조하는데 무계획 상팔자 인간의 성공 비결 안 망한 비결을 분석하면 이 또한 블루오션 대박이 날 수도 있지 않을까?


되는대로 대충대충 살았지만 아직 살아남은 비결을 한 번 생각해보자.(어디까지나 내 얘기)



1. 인정욕구

 나는 칭찬받기 좋아하고 싫은 소리 듣기 싫은 전형적인 사람이다. 칭찬받으려면 공부 잘해야 하고 일 잘해야 하고 싫은 소리 듣기 싫으려면 상사의 의중도 잘 파악해야 하고 동료에게 일 떠넘기기도 하면 안 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싫은 소리 듣느니 하고말지" 성향인데, 사실 이게 무슨 일을 할 때 엄청난 동기부여 요인이 된다.

 그런데, 이 요소는 태어날 때 성향상 타고나는 거라 이런 욕구가 있는데 버리기도 힘들고(욕먹느니 하고 만다) 이런 욕구가 없는데(힘드니 그냥 욕먹고 말지) 후천적으로 갖추기도 힘들다.


2. 지적 호기심

 딱히 뭐 써먹을 데도 없는데 이것저것 잡학다식 많이 익히고 알고 배우는 것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었)다.(....요즘은 그것도 좀 아닌 것 같다. 어디까지나 젊었을 때 기준임.) 그게 다방면에 쌓이고 쌓이다보니 은연중에 톡 톡 넘쳐흐르고 잡무를 처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앎의 즐거움"을 어릴 때 빨리 느낀 사람이라, 한창 공부할 때도 남들보다 고통을 덜 겪으며 재밌게 했나 보다. 문제는... 당연히 세상의 모든 학문이 다 재밌을 수 없기 때문에, 재미가 있는 특정 과목의 성적은 월등히 높은데 관심이 없는 일부 과목의 성적은 바닥을 기는, 우등생 범주에선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무계획적 공부의 폐해 ㅠㅠ 다행히 평균점수로 극복!)


3. 근자감

 나는 자아가 매우 강하고 자기애 및 자존감이 높은 성향의 사람이다. 후천적으로 길러질 수도 있겠지만, 일부러 이런 훈련을 받은 기억이 전혀 없으니 그냥 그렇게 타고 나나보다. 그러니까, 남들이 잘하고 멋있어 보이면 "나도 한번 해볼까?"하고 즉시 실행하는 실행력이 강하고 실행결과가 엉망이라도 그리 실망하지 않고 잘할 수 있는 다른 활동을 또 찾아보고 하면서 남 눈치를 별로 살피지 않는 인간군상이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뽀록도 터지고 잘할 수 있는 걸 더 자주 발견하게 되는 셈.


4. 마감 파워

 누구든 하기 싫은 게 있기 마련이다. 공부든 업무든 청소든.

 나 역시 미루기의 달인인데, 대신 누구보다 강한 마감파워의 소유자이다. 마지막까지 미루고 게기다가 내가 가진 에너지와 집중도를 계산해서 마감 직전에 불살라서 후다다닥 집중해서 해치우는 스타일인데, 절대 이게 좋은 건 아니다. 마감 끝내면 에너지 소진돼서 쓰러진다. ㅠㅠ 대신, 마감파워 기간에는 극도의 업무 효율성을 자랑한다. 전형적인 시험직전 벼락공부 스타일!


5. 긍정심리

 아, 뭐 설마 잘못되기야 하겠어ㅡ 잘 못 되더라도 죽기야 하겠어ㅡ 잘 될거야 왜냐면 내가 하잖아.

 해놓은 거 없어도 긍정긍정 매사 긍정.

 미리 걱정한다고 달라질 이유도 없고 가급적 좋게 좋게 생각하자고. 그러다 보면 정말 일들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생각하고 쥐어짜면 내가 모르는 뭔가가 더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일단은 여기까지.


 나도 안다. 내가 만일 계획적 인간형이고 계획대로 뭔가를 할 수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뭔가를 이룰 수 있지도 않았을까? 이 글은 루틴과 계획을 강조하는 자기계발서 내용들을 절대로 부정하는 글이 아니다.


 다만, "계획적인 삶"에는 많은 고통이 따른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인데 내가 굳이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싶지 않을 뿐이다. 나는 그냥 그때 그때 내가 하고픈 거 하고 살래.


 루틴을 만들고 계획적인 삶이 좋은 분들은 그렇게 사시면 된다. 나도 무계획적 삶보단 계획적 삶이 효율적이고 성공확률이 높은 삶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데, 계획적 삶이 자기 몸에 맞지 않고 실패하고 스트레스받는 분들까지 굳이 계획적인 삶만이 정답이고 이상적인 삶이라 생각하고 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무계획적으로 살아도 방법만 괜찮다면 얼마든지 괜찮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는 한 가지 정답만 있는게 아니다.


 무계획 상팔자.


 이것도 괜찮다. 내가 다 해봤다니깐. 트러스트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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