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아름답지만 슬픈 사연이 있는 호수
이다음 목적지는 아타바드 호수(Attabad Lake).
[ 아타바드 호수 ]
이 호수는 2010년 1월 4일 20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규모 산사태로 인해 만들어졌습니다.
산사태는 또한 카라코람 고속도로(KKH)의 12마일(19km)을 매몰하고 침수시켰고 5개월 동안 훈자 강의 흐름을 막아 호수가 마을과 들판을 범람시키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호수는 2010년 6월 첫째 주에 산사태 위로 흐르기 시작하면서 깊이가 100m(330ft)를 넘어섰습니다.
25,000명에 달하는 훈자 상위 인구는 2015년 9월 여러 터널이 있는 재편성된 카라코람 하이웨이(KKH)가 재개통될 때까지 보트가 유일한 소통수단으로 이용되었으며 교통은 단절되었습니다.
초 대규모 산사태가 만든, 생긴 지 얼마 안 된 신상 호수. 2023년 현재 만 열세 살 밖에 안 된 지형이구나.
보기에는 더없이 아름답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후 만들어진 풍광. 설명을 들으니 마음이 좀 짠 하다. 산사태 당시 20명이 즉사했고, 산사태로 자연적인 댐이 만들어진 후 인근 마을(시스카트 마을, 굴미트 마을)이 수몰되면서 약 4만여 명에 달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한다. 세상에 없었던 대규모 호수가 갑자기 만들어진 이후, 주변의 기후가 바뀌면서 농사와 식생에도 다양한 영향을 주었다고.
(카라코람 하이웨이와 아타바드 호수에 대해 매우 잘 설명되어 있는 유튜브가 있어 소개한다.)
너무나 아름답지만, 슬픈 사연을 가지고 있는 아타바드 호수.
학계에서는 이 엄청난 재해가 벌어진 배경으로
1.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빙 및 지각 불안정 가속
2. 카라코람 고속도로 건설에 따른 대규모 발파작업으로 지각 불안정
때문에 산사태를 더욱 촉발시켰다고 보고 있다. 그냥 내버려 두었으면 평화롭게 잘 살았을 텐데, 개발의 그늘은 항상 존재한다.
방문했던 그날은 몰랐는데, 법면에 위치한 저 사인보드의 내용이 이제 다시 들어온다. "2012-2015, Re-alignment of KKH at Attabad Lake(아타바드 호수에서 카라코람 하이웨이의 재연결)"
새로 뚫은 2번 터널을 통과해서 나가보면,
아바타드 호수를 보다 가까이서 조망할 수 있도록 배를 탈 수 있는 선착장이 보인다.
점점 더 상류 쪽으로 올라갈수록 환상적이던 에메랄드 호수빛이 점점 탁해진다. 가이드님 설명으로는, 상류로 갈수록 최초의 빙하수 색깔과 비슷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블랙워터"로 내려오다가 점점 침전되고 맑아지면서 "에메랄드 워터"로 빛깔이 바뀐다고 한다. 통상 다른 나라에서 하늘빛과 비슷한 "파란색"이 아니고, 저렇게 영롱한 "에메랄드" 빛을 띠는 이유는 이 지역만의 깨끗한 공기, 설산에서 비치는 반사광, 나무가 없는 주변 돌산의 색상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여기서 유람선을 타 볼 수도 있다. 조금 고민하다 배 타는 건 포기했는데 지나 보니 그것도 또 살짝 아쉽다. 여행지에선 뭐든 기회가 있을 때 다 해보는 게 좋겠다.
수많은 마을을 수몰시키고, 대규모 인명피해를 일으킨 산사태가 눈에 부시도록 아름다운 초거대 호수를 만들었다. 훈자는 이미 충분히 아름다워서, 더 아름다울 필요 없는 것 같은데.
아픔을 간직한 호수이긴 하지만, 이 또한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인다면, 이 호수가 훈자를 상징하는 아름다운 자연유산이 되어 두고두고 전 세계 사람들이 죽기 전에 꼭 한번 와보고 싶은 호수로 명성을 날리기를 기원해 본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