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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Apr 28. 2022

저출생. 좋은 거 아님?

세계 인구는 지금도 너무 많다.

 저출생. 조금 어색하다.

 저출산. 이게 맞는 것 같지만, 신생아 숫자가 줄어드는 것에 포커싱을 해야 하는데, "출산"은 여성에게 포커싱이 되는 말이므로 "저출생"으로 고쳐 쓰자는 말이 설득력 있는 것 같아서 나부터 그렇게 써보기로 했다. 아기가 안 태어나는 게 문제고 아기는 남자, 여자가 뜻을 모아야 태어나는 것이니, "출생"으로 태어날 아기에게 더 집중이 되는 단어의 선택이 옳다고 본다. 언어의 프레임은 중요하다.

 비슷하게, 나도 "전기세"라는 표현을 극혐한다. 전기요금이지 전기세가 아닌데, 남들 다 익숙하다고 불편하거나 불합리한 말을 습관처럼 쓰면 안 된다. 자각했을 때 나부터 바꿔야지.


https://brunch.co.kr/@ragony/20


 사실, 솔직히 "저출산"이라고 습관처럼 썼다가 내가 얼마 전에 저 글을 쓴 게 생각이 나서 부랴부랴 고쳤다. 남들이 익숙하게 전기세라고 하는 것은 내가 무척 불편하고, 누군가가 불편해하는 저출산이란 표현은 내가 익숙하니까 그냥 쓰고. 그러면 안 되지. 스스로 정한 규칙에 안 맞다.


 또 서론이 삼천포로 살살 빠지려고 한다. 도로 방향을 잡아보자.


 지고는 못 사는 대한민국. "출생률"에서도 세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https://www.sedaily.com/NewsView/2627ADX7Q0


 저출생이 왜 문제가 되는지는 알고 싶지 않아도 너무너무너무 많이 듣고 있으니 나까지 거들 필요는 없어 보인다. 국민연금 고갈, 내수시장 붕괴, 초고령사회, 징병제 운영 불가 등등 굳이 알고 싶지 않아도 날마다 열심히 가르쳐준다. 여당 야당 막론하고 자기만 시켜주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묘책이 있다고 공약을 뿌려댄다.(그래 봤자, 국민 혈세로 대부분 돈 퍼주기 정책이지만.)


 80년대에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에 다녔던 나로서는 이게 여전히 좀 혼란스럽다. 아니, 낳지 말라고 할 때는 언제고? 없는 집에 셋째로 태어난 나는 당시 공무원이셨던 아버지가 두 자녀 정책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나부터 공무원 복지혜택 중 하나인 중고등학교 학비지원을 못 받고 자랐다.(딱 둘째까지만 학비지원 혜택이 있다고 했다.) 예비군 훈련에 동원되어 가서, 간단한 정관수술을 하면 군사훈련 면제를 해 주던 시절이랬다.


 초등학교 교과서, 과학잡지에는 폭발하는 세계 인구 일러스터를 그려가며 인구증가는 세계적 재앙이 될 거라고 세뇌에 가까운 협박을 해 댔다. 나는 지금도 어릴 때 본 어떤 과학잡지에서, 지구 인구가 폭발해서 발 디딜 틈 없는 어느 육지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바다로 빠지는 삽화를 본 기억이 지금도 있다. 아니, 어릴 때부터 인구증가는 안 좋은 거라고 그렇게 교육을 받았으니 그 세대들이 자녀를 안 갖는 거 아닌가.


 시대가 변했지만, 사실 나는 이 생각에 변함이 없다. 저출생은 여전히 좋은 거 아닌가?

 출산을 하면 애국자가 되는 시대라고 하는데, 그게 세계적으로도 좋은 걸까? 지구에도 좋은 걸까?

 문제를 국가발전에 국한하지 말고 좀 더 거시적 시각에서 생각해보자. 2022년도 현재 전 세계 인구가 몇 명인가? 검색해보니 대충 80억 명쯤 있다고 한다. 이게 과연 합리적인 숫자인가? 인간 말고 이렇게나 많은 개체수가 있는 생명체가 바퀴벌레나 개미 같은 벌레 말고 중대형 동물 중에 하나라도 있나?


 지구라는 쪼꼬만 행성에는 무수히 많은 생명체가 존재한다. 지구는 인간이 주인이 아니며, 인간만을 위한 행성도 아니다. 인간이 주거지를 형성하면, 그 땅에 살고 있는 무수한 타 생명체는 쫓겨난다. 나도 내 방에서 쥐나 도마뱀같은 동물은 물론이거니와, 벌레 한 마리 나오는 것도 싫다.


 인간을 제외한 나머지 동물들은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위한 최소한의 에너지만 사용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인간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펑펑 써대며 살고 있는가. 지구 상 그 어떤 생물보다 비효율적인 생명체란 말이다.


 갑자기 마블코믹스의 타노스처럼 인류의 절반을 줄여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급진론을 펼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의 관점에서 국민의 숫자가 증가해야 한다면 "인류"의 관점에서도 같은 논리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남들은 줄이되, 우리만 늘려야 한다? 말도 안 된다. 세계 인구는 지금도 미어터질 정도로 많다.


https://blog.naver.com/korea_she/222560438103


 조금만 거시적으로 생각하면, 현 시점의 세계 인구는 많아도 너무 많다. 나는 세계 인구가 지금의 반의 반 정도로 줄어도 여전히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사람이 살 수 있는 행성은 현재까지 지구 하나밖에 없다. 그리고 지구에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 최근 신재생에너지가 많이 보급되어서 가까운 미래에 에너지는 어떻게든 해결한다 치더라도 나머지 자원들은 다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 한정된 자원으로 모두가 풍족하게 살자면, 1/n, 모수 n을 줄여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지구가 망한다고 전 세계가 연대를 맺었다. 우리나라도 기후변화 협약에 따라 2050년도까지 탄소배출 0 국가로 만들겠다는 국가 공약을 발표하였다.


 나는 비슷하게, 지구 환경보호 및 자원절약 목적에서 2100년까지 세계 인구 절반으로 줄이기 협약 같은 것을 전 세계가 연합해서 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그 어떤 환경운동보다 파급력이 클 것 같은데.


 아기를 안 낳으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대한민국이 사라지고.... 뭐 맞는 말처럼 들리긴 한데, 나는 이 또한 너무 국가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구라는 땅덩이가 온 생명체를 위한 공동체의 집이라고 한다면 인류의 인구는 적정 수준으로 줄여나가야 함이 아무리 생각해도 맞는 것 같다.


 나는 집단 지성의 힘을 믿는 사람이다. 사람이라는 공동체 조직은 리더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도 하지만,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며 함께 생각하며 공동체에 최선의 결과가 될 수 있도록 상호 간의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생명체라고 생각한다. 즉, 5천만 인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이미 너무너무 좁으며, 이를 인지한 다수의 공동체가 그 문제를 해결해가려는 움직임 중 하나가 저출생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아이를 낳지 않는 100만 가지 이유는 나도 듣고 검색해서 알고는 있다.... 다만 관념적으로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 말이다.)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쾌적한 대한민국 주거환경 개선과 환경보호를 위해서 대한민국 인구는 절반으로 줄이되, 1인당 소득은 두 배로 만들겠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훨씬 적은 나라들도 우리보다 잘 사는 국가들이 수두룩합니다. 무조건 인구가 많은 게 국력이고 자랑이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저출생 대책 공약만 정답이 되는 세상. 누군가는 저런 공약으로 생각하게 해 줘도 좋을 것 같은데.


 저출생에 따른 연금 고갈, 세수확보 불가, 징병제 유지 불가 등등의 말을 듣고 있자니, 아니 이것들이 국민을 노예로밖에 안 보네~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 낳지마라~ 낳지마라~ 했다가 진짜 안 낳으니, 기득권을 위해 일해 줄 사회를 굴릴 노예들이 없어지니 저출생 대책이란 게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타노스처럼 극단적으로 살아있는 사람들을 절반으로 줄이는 건 영화적 상상력이지만, 사회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알아서 인구를 줄여나가겠다는데, 정말 합리적이고 좋은 방향 아닐까?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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