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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Dec 18. 2023

바셀에서의 첫 식사 해물모둠구이

맛을 있었지만... 짰다...

이전 글에서 계속...

https://brunch.co.kr/@ragony/342




짐도 풀고 했으니 이제 슬슬 도시를 즐겨보자.

오후 4시가 좀 지났을 뿐인데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고 있다. 공기의 온도도 급격히 식어간다.


구글맵을 켜고, 구글신이 알려주는 대로 가까운 전철역으로 가서 T-casual 10회권 티켓을 샀다.(11.35유로)

편도 1회권이 2.4유로나 하니, 5회 이상 전철을 이용할 계획이라면 계산할 것 없이 10회권을 구매하는 것이 이익이다.


일단 첫 목적지는 피카소 미술관.


전철만 타면 되는 간단한 길이긴 한데, 걷는 거리가 꽤나 멀다. 숙소를 잘못 골랐나 하는 후회가 살짝...



바셀 전철 시스템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를 건 없지만 스크린도어도 없고 전반적으로 그리 깔끔한 인상은 아녔다.



전철역 지도를 올려두니 필요하신 분 참고하시면 좋겠다.


L3 전철역 Jaume I역에서 내려 300여 미터 걸어가면 피카소 미술관이 나온다. 매우 좁은 골목길 사이에 있어 멀리서 보고 찾아가기 쉽지 않다. 여느 국립 미술관처럼 계획하에 지은 미술관이 아니라 고 저택 4개를 개조해서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거라고 한다.


원래 계획은 후다닥 이동해서 피카소 미술관을 관람한 후에 간단히 요기하고 리세우 극장 음악회를 가는 거였는데, 숙소 찾고 이동하는데 시간을 너무 지체해서 오늘은 위치 숙지정도만 하고 관람은 다음으로 미뤄야겠다. 허기도 지고 피곤하기도 하니 괜찮은 식당을 골라본다. 리세우 극장에 괜찮은 맛집이라고 소개된 곳이 있다.



목적지는 구엘저택 앞에 있는 구엘 타파스라는 식당.

https://maps.app.goo.gl/yP9qLv4yPyBzt5cf7


피카소 미술관에서 북동쪽으로 1km쯤 살살 걸어가면 된다. 리세우 극장과도 가깝다. 딱히 식당을 미리 알아보고 오진 않았다. 다만 밥은 먹어야겠고, 구글 평점 높고 극장과 가깝길래 즉흥적으로 골랐다.



가는 길에 만난 산 하우메 광장. 시청사와 카탈루냐 자치정부 청사가 마주하고 있다. 초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도 이미 장식이 끝나있어 연말 분위기가 난다.



내가 도착한 이 날은 12월 8일로 성모 마리아 대축일 국경일이다.

무슨 의미일지 전혀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래처럼 시가행진도 진행 중이었다.




골목길을 빠져나오면 보이는 라 람블라 거리. 널찍한 거리인데 차도는 매우 좁고 보행자 도로가 메인인 바셀 중심 도로다. 보행자 도로에는 다양한 노점상과 노천식당이 즐비해있다. 관광객을 상대하는 중심도로답게 노점상 가격도 결코 싸지 않으니 가격은 잘 알아보시길. (잡화점에선 1유로에 파는 마그네트를 여기선 3.5유로에 파는 걸 확인했다...)



구엘 궁전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어렵지 않게 구엘 타파스 식당을 찾을 수 있다.



메뉴판을 주는데... 당연히 뭐가 뭔지 모르겠다.

메뉴판 대신 구글맵에서 메뉴사진을 살펴본다. 높은 평점을 받은 메뉴는 Seafood Platter. 헛, 그런데 가격이 쫌 비싸네? 27.5유로, 우리 돈으로 근 4만 원. 한참을 망설이다가 도착 첫날이고 일 년에 한두 번은 나를 위한 플렉스도 필요하지 싶어 과감하게 주문했다. 맥주 한 잔과 같이.



두둥... Seafood Platter & 맥주 대령이요.



헉. 이걸 내가 어케 혼자 다 먹어. 왕새우, 홍합, 바지락, 오징어 등 말 그대로 해산물이 풍성한 접시다. 우리말로 하면 해물모둠구이 중짜쯤 되겠다. 2~3인 분량이다. 일단 모르겠고... 먹어봅시다...하려는 참에, 바로 옆 테이블에 앳되어 보이는 젊은 청년이 혼자 자리에 앉는다. 동양인인 것 같은데 어느 나라? 모르겠다. 요즘엔 외모만 봐선 도무지 알 수가 없다.


"Hello, Where are you from? Are you solo traveller?(저기요~ 어디서 오셨나요? 혼자 여행 중?)"

"Sure, I'm from Hong Kong.(아 네, 홍콩에서 왔어요.)"

"How about joining with me this table? I'm solo traveller also, I'm from South Korea.(이왕이면 저랑 합석하실래요? 저도 혼자 여행 중이고요, 한국에서 왔어요.)

 I already ordered my dish, but why don't we share our dishes for each other~(저는 이미 요리를 주문했는데요, 우리 각자의 요리를 함께 먹으면 좋을 것 같아요.)"

"OK, It will be my pleasure also~(아 저도 물론 좋죠~)"


이 친구 영어를 매우 유창하게 잘한다. 홍콩에서 왔다고. 홍콩 사람들은 대부분이 차이나란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여전히 국적 정체성에 혼란을 가지고 있는 듯. 홍콩 은행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신입사원이라고 했고 나처럼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전지휴가를 왔댄다.



 이 젊은 친구는 해물 빠에야를 시켰다. 자기는 쌀을 먹어야 속이 편하고 든든하대나. 역시 동양 사람들의 쌀 사랑은 못 말린다.


 산해진미라도 혼자 먹으면 쓸쓸하고 같이 먹어야 맛있다. 나는 혼자 잘 노는 극강의 INTP형 성격이긴 한데, 그렇다고 혼자 먹는 것까지 즐기진 않는다. 어쨌건 즉석에서 말동무도 밥친구도 생겼고 밥값도 엔빵 하기로 사전에 동의 구했으니 여러모로 OK.


 젊은 청년과 여행 얘기, 홍콩의 중국 귀속과 그 파생 문제, 한국 역사 얘기 등 종알대며 밥 먹다 보니 그 많던 그릇을 다 비웠다. 역시 함께 먹어야 맛있다.


 음식 평가를 안 했네.

 사실 저 정도 재료를 썼으면 맛이 없기가 더 힘들다. 해물 요리란 게 아무런 간 안 하고 신선한 해물을 찌기만 해도 맛있는 법이라서. 전반적으로 만족스럽긴 했지만 오늘도 또 불만은... 짜다. 유럽 요리 중 안 짠 요리가 없다. 나 심지어 "소금은 줄여주세요"하고 특별주문까지 했단 말이다. "소금은 넣지 마세요"라고 했었어야 맞다. 해산물이니 소금을 하나도 안 넣어도 전혀 싱겁지가 않단 말이다.


  Seafood Platter는 눈에 보이는 해물재료를 버터로 구워내고 레몬즙을 짜서 준 해물모둠구이. 딱 상상하는 그 맛으로 해산물 좋아하는 한국인이 싫어할 리가 없을 맛이며, 해물 빠에야는 역시 한국인에게 익숙한 쌀 맛이긴 한데, 푹~ 찐 쌀밥맛이 아닌 약간 꼬들꼬들 설익은 쌀밥 맛이 난다. 나는 푹 찐 쌀이 좋은데, 빠에야 레시피 자체가 생쌀을 쓰는 방법이니 밥솥에 지은 밥맛은 나지 않는다. 그리고 역시나 짜다...


 

 51.4유로 되겠습니다. 공평하게 인당 25.7유로.

 배가 터져라 먹고 각자의 안전한 여행을 기원하며 젊은 친구와 헤어졌다.


이제 오늘의 메인 이벤트. 리세우 극장 갈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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