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Feb 29. 2024

족벌정치를 바라보며

군주제 하고 뭐가 다른 건지

 인구수만 1억 2천만 명인 파키스탄에서 가장 큰 주, 펀자브 주의 총리로 파키스탄 전 총리(나와즈 샤리프)의 장녀가 선출되었다.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40227050626


 파키스탄 전 총리(나와즈 샤리프)의 친동생은 차기 총리로 지명되어 연립 정부가 잘 구성되면 곧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그냥 가족끼리 다 해 먹는구나. 민주적 절차로 제대로 선발된 거 맞나?

 파키스탄도 의회 민주주의 국가이고 절차가 있으니 제대로 했겠지. 공정하고 투명하게 했을 거야. 그냥 그렇게 믿을래. 설마 사기 쳐서 되었을라고.


 그런데 말이다. 파키스탄이 개도국이라서 정치후진국이라서 이런 족벌정치가 횡횡하는 게 아니다.

 세계 민주주의(사실은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미국만 해도 아빠 부시 아들 부시가 대통령 해먹었던 전례가 있고, 멀리 안 찾아봐도 우리나라도 박정희, 박근혜 부녀 대통령을 배출했던 역사가 있다. 일본도 예외가 아닌 것이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외할아버지도 총리였다. 200여 개 세계각국을 조사해 보면 더더 많은 사례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뭐, 사실, 조부모-부모-자녀가 동일한 직업군에 종사하거나 가업을 물려받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일을 하는 사람으로부터 태어나서 성장기간 대부분을 보고 듣고 배웠을 텐데 상식적으로 다른 직업을 갖는 것보다 부모의 일을 물려받는 것이 훨씬 접근성과 성공확률이 높을 것이다.


 여기에 현업 정치가는 "권력"이란 것까지 추가되니 자녀를 위한 고속도로 놔주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할 터. 본인이 이미 가 본 길이니, 권좌의 자리에 어떻게 접근하는 길이 "최단코스"인 것인지 그 비법을 족집게 강의 해줬을 테다. 권력 끝판왕이 물려주는 주변 사람들의 인맥도 별 품 안 들이고 "고대로" 흡수할 수 있었을 테지. 언론과 여론을 움직여서 대중의 마음을 얻는 "정치공학" 기법도 학원 안 다니고 다 배울 수 있을 거다. 기회의 평등은 무슨. 태어나서 눈 떠보니 펜트하우스 직행하는 엘리베이터 타고 있는 꼴인 거다.


 내가 썼지만 써놓고 보니 말은 되는 것 같은데 부모가 유력 정치인이라고 그 자녀까지 그렇게 유력 정치인이 되는 게 진정 맞나? 저건 문제없나?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문제를 막나? 막는다고 막아지나?


 여기까지 쓰고 보니 우리 아이들에게 참 미안해진다.

 여차저차해서 그냥그냥 밥 벌어먹고살고는 있는데, 내가 살아온 길을 그대로 따라오며 살라고 우리 아이들에게 인계해 주고픈 마음이 별로 안 든단 말이지. 더 좋은 길로 가서 더 편하게 더 재밌게 누리고 살라고 하고 싶은데 그런 길은 나도 안 가본 길이라서 내가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저 아이들보단 내가 조금 더 세상을 오래 살았으니 위험한 길 아닌 길 정도만 톡톡 두드려주는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어쨌든 나는 우리 아이들을 대통령 만들어 줄 자신이 없다(권하고 싶지도 않지만).


 어렸을 때는 노오오오오오력만 하면 뭐든 다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사람은 누구나 다 평등하게 태어난다고 믿었다.

 머리가 좀 굵어져서 다시 세상을 바라보니 다 거짓말이었다.

 누구는 금수저 물고 태어나서 편하게 살고 부모가 닦아놓은 부와 권력의 엘리베이터에 무료로 탑승해서 권위와 호사를 또 누리고 그걸 또 물려주며 그렇게 산다. 돈만 물려준다는 뜻이 아니다. 상류층으로 가기 위한 교육, 인간관계, 돈관리, 기타 꼼수 모든 게 다 포함된 거란 뜻이다.


 그냥.

 족벌정치 뉴스를 보다가 우울해졌다.


 힝.

매거진의 이전글 축하드립니다 아이폰에 당첨되셨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