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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Apr 24. 2024

방탄차 품귀 시대

조용히 평온하게 살고 싶어요...

 오늘도 다이내믹 파키스탄.


 이 나라에 근래 몇 건의 중대한 사건사고가 있었다.


 여기저기 전투기가 날아다니고 미사일이 오가는 더 큰 뉴스에 묻혀서 한국에는 이슈도 안 되었지만, 이 나라 안에서는 꽤나 중대하게 다뤄지던 사고가 생겼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0326168300077?input=1195m


 지난 2024년 3월 26일, 북서부 KPK주에서 중국인을 겨냥한 자폭테러가 또 발생했다. 다수(DASU) 댐 건설을 위한 중국 기술자를 겨냥한 테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에도 버스를 겨냥한 테러가 발생하여 13명이 죽고 36명이 부상당하는 일이 있었다.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china/2021/07/15/3E6QI6LSMBE3XLDY5TSN4WRLVU/?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내가 아무것도 모를 때 저 테러난 곳을 직접 다녀와봐서 아는데, 저 카라코람 하이웨이, 엄청 위험한 곳이다. 테러가 안 나도 가드레일 없는 절벽길 자체가 무지무지 위험해서 운전부주의나 미끄럼 사고로 연중에도 몇 번씩 차량이 계곡으로 곤두박질하는 곳이다. 그러니, 테러만 났다 하면 계곡에 추락할 수밖에 없겠지...


https://brunch.co.kr/@ragony/254


 내전 상태도 아닌데, 왜 자꾸 이러신대냐... 좀 맘 편히 삽시다. 뭔 일 생기겠네... 하고 찜찜한 맘이었는데, 사건 바로 이틀뒤에 이곳 지방 정부에서 이름깨나 들어봤다는 높으신 양반들이 한꺼번에 지사에 다 들이닥친다. 명목은 "보안 프로토콜 점검"인데, 실지 요구사항은 "방탄차 안 타면 앞으로 밖에 못 나감" 전갈을 전하러 온 거다.


 사실, 우리처럼 비즈니스 비자를 받고 장기간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정부에서 권고한 특별한 보안규정이 적용된다. 규정 자체가 비밀이라 항목을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그중 핵심 중 하나는 "이동시 방탄차량만을 이용할 것"이란 규정이다. 문제는, 내가 근무하는 지사에는 방탄차가 한 대도 없고 방탄차는 무지막지 비싸고 운영하기 불편하므로 규정 따위는 가뿐히 무시하며 다녔다. 경찰서로부터 지적도 열 번이 넘게 받은 것 같은데, "공짜로 제공해 주면 군말 않고 탈게요. 돈 없어요."하고 버티니 그냥 보내줬었단 말이다.


 그런데, 이번부터는 중앙정부의 강력한 지령이라며 예외 없이 규정을 적용할 거란다. 이 무슨 갑자기 방탄차를 구해 타래? 콜택시처럼 부르면 재깍재깍 바로 오는 차도 아니고.


 본사에 긴급히 SOS를 때리고, 구매승인 결정이 날 때까지 임시로 방탄 렌터카를 쓰기로 했다. 여기저기 알아보니 방탄차 렌트사업을 하는 곳이 있기는 있다. 문제는, 일반차량보다 임차료가 열 배는 넘게 비싸다. 폭리도 이런 폭리가 없는데, 꼭 이동할 일이 있을 때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니 딱히 방도가 없다. 시장 업계 전체가 짬짜미로 다 같이 비싸다.


 방탄차를 어디 가서 구해 사나 수소문하고 있는 와중인 2024년 4월 19일에는 파키스탄 남쪽 끝 도시인 카라치에서 일본인을 겨냥한 자살폭탄테러가 또 발생했다. 다행히 일본인 사망자는 없었지만, 경호요원들에 의해 테러범은 몰살되었다고 한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0419106900104?input=1195m


 아, 이번엔 진짜 클났네. ㅡ_ㅡ;

 중국인 특정 겨냥 테러는 심심치 않게 있었지만 일본인 겨냥 테러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인의 외모도 중국인, 일본인과 별반 다를 게 없으니 걱정이 안 되려야 안 될 수가 없다.


 알아보고 있던 중고 방탄차 매물들이 빠른 속도로 속속 매진된다. 렌터카 업체도 제 날짜에 요구차량을 가져다주질 못한다. 갑자기 전국에서 수요가 폭증한단다. 방탄차 대여사업하면 정말 이 나라서 떼돈 벌겠네. 당연히 방탄차는 매우 제한적이고 방탄차를 쓸만한 고객은 대부분 부자거나 기업고객이니 돈이 많아서 돈이 자꾸자꾸 오른다. 왜 꼭 내가 사야 할 때면 엄청 비싸지고, 내가 팔아야 할 때는 헐값이 되는 거냐고. 꼭 이 나라에서도 그래야겠냐고. 비록 방탄차를 내 돈 주고 사진 않겠지만 서글픈 현실이다.


 암튼 고민은 배송만 늦출 뿐. 객관적으로 판단해 봐도 하루라도 먼저 사야겠다. 그래야 렌터카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끼고 이동의 자유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근데, 뭘 알아야 사지. 주변에 방탄차 전문가가 없어서 요 며칠 새 스스로 공부를 엄청 했다. 사실 아직까지 적극적으로 방탄차를 사라 사지 말아라 하는 명확한 가이드가 상부로부터 없긴 하지만 이번주까지는 방안을 확정 지어 보고하고 질러버릴 생각이다. 수습은 나중에 하고. 구매하면 샀다가 도로 팔수라도 있지만, 렌터카는 말 그대로 쓰는 족족 매몰 비용이니 누구도 뭐라 하지 못할 거야. 판단이 애매할 땐 회사가 손해보지 않는 쪽으로 판단하면 대부분 그게 맞다.


 방탄차 매물이 실시간으로 동나고 있어서 나도 뭘 사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염두에 두고 있는 차종과 예산은 어느 정도 정해놨다. 새 차는 상상보다 훨씬 더 비싸니 고려대상이 아니고, 적당한 중고차로 살거다. 이번주에 딜러 만나 실차 점검하고 계약하고 와야겠다.


 살다 보니... 방탄차를 다 타보고... 정말 별일을 다 겪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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