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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May 12. 2024

또다시 파키스탄 유혈사태

신이시여. 이 나라를 구원해 주옵소서...

 2024년 5월 11일 토요일.

 결국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https://www.geo.tv/latest/543569-ajk-cop-shot-dead-amid-clash-between-police-protesters


 며칠 전 믿을만한 보안 소식통을 통해 조만간 근처에서 시위가 있을 거라는 정보를 들었다.

 사실, 이 나라에서 시위는 워낙에 일상적인 일이라 "또?" 하고 넘어가려 했는데, 이번엔 징조가 심상치 않댄다. 산발적 소규모 시위가 아니라 전문 조직에 의해 기획되는 시위라 정부 당국에서도 긴장도가 매우 높고 사전에 경찰들이 대거 파견배치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큰일났네. ㅡ_ㅡ;


 일단, 대규모 시위가 시작되면 모든 도로가 차단된다.

 시위대의 확산과 이동을 막기 위해 경찰이 선제적으로 막는 경우도 있고, 시위대가 몰려서 막히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시위 규모가 좀 커진다 싶으면 시위가 벌어지는 지역뿐만 아니라 주 전체의 교통이 일시에 차단된다고 보면 된다.


 도로가 차단된다는 소리는...


1. 직원들의 출퇴근이 불가능해진다.

2. 식료품을 포함한 각종 지사 운영물품도 배송이 안 된다.

3. 당연히 이슬라마바드로 나갈 수도 들어올 수도 없다.


 시위는 시위고 일은 해야지. 여긴 연중 24시간 휴일없이 돌아가는 곳이라 조업중단이 발생하게 되면 피해가 어마어마한 곳이다. 우선 교대근무자 및 필수운영요원 리스트부터 짜 보고 도로가 한동안 폐쇄되더라도 소내에서 기거하며 운영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만들어뒀다.


 어제(5월 10일, 금요일)까지는 산발적 시위 소식이 들리긴 했지만 의외로 무탈하게 넘어가서 내가 또 너무 호들갑을 떨었나 싶었는데, 결국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아래는 상기 인터넷 기사의 전문(파파고 자동번역으로 붙임)

인플레이션 반대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하면서 AJK 경찰 총격 사망
- 2024년 5월 11일 / Geo News

AJK 전역에서 이틀째 셔터 다운 스트라이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하자 경찰은 수십 명을 체포합니다.
시위자들은 경찰 간에 여러 차례 충돌이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르푸르, 무자파라바드, AJK: 토요일 미르푸르, 아자드 잠무 카슈미르(AJK)에서 높은 전기료와 세금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틀째로 접어들면서 경찰과 아와미 행동위원회(AAC) 시위대 간의 충돌로 경찰 한 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습니다.
AAC가 전기료 인상과 세금에 항의하기 위해 주 전역에 셔터 다운과 운전대 파업을 요구함에 따라 AJK 전역에서 시장, 무역 센터, 사무실, 학교 및 식당이 문을 닫았습니다. AAC가 장거리 행진 참가자들을 위한 리셉션을 조직했던 마디나 마켓으로 이어지는 모든 길에 중경이 배치되었습니다. 무자파라바드로 향하는 경로는 샤흐-에-스리나가르의 바리케이드로 차단되었고, 경찰 중대는 통행로에 남아 있었습니다. 빔바르, 미르푸르, 코틀리의 많은 참가자들이 무리를 지어 무자파라바드를 향해 행진하면서 날이 밝았습니다. 시위는 이슬람 가르 근처에서 경찰과 행진 참가자들이 충돌하면서 폭력적으로 변했습니다. 경찰은 시위대가 길을 막으려다 총격을 가했고, 이로 인해 아드난 쿠레시 미르푸르 차관보가 가슴에 총을 맞았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병원으로 옮겨진 뒤 부상에 굴복했고, 시위대 3명도 크게 다쳤습니다. 한편 코틀리에서는 경찰의 최루탄 포격과 시위대의 돌 공격으로 여러 명의 경찰과 시위대가 부상을 입었습니다. 폭력 시위대는 푼치-코틀리 도로에서 치안판사의 차를 포함한 여러 대의 차량에 피해를 입혔습니다. 이에 앞서 무자파라바드의 샤 술탄 다리, 탕가 스탠드, 아지즈 차우크에서도 충돌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경찰은 폭력사태가 발생한 후 시위대에 대한 진압에 나섰고, AJK 수도에서 수십 명의 사람들을 체포했습니다. 지난 금요일 돌팔매질과 충돌로 경찰관 11명을 포함해 40여 명이 다쳤습니다. AJK 정부는 AAC 시위 이후 모든 지역에서 공공 집회, 집회 및 행렬을 금지했으며, 144조는 전체 지역에 부과되었습니다.


 최소 경관 1명이 사망하고 40여 명이 다쳤다는 유혈사태 요약.


 현지인들이 주고받는 왓츠앱과 페이스북에는 온갖 끔찍한 사진들이 오가는데, 정작 파키스탄 국내 언론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경찰관이 사망하고 주민들 수십 명이 크게 다친 시위인데 1면 기사로 도배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마당에 우리나라로 치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격인 중앙언론들이 이 사태를 보도조차 하지 않는다.


끔찍한 사진은 자체검열하고 순한 맛으로만 분위기 살짝 공유

 아마도, 파키스탄 중앙정부가 언론통제를 하고 있을 것 같다는 의심이 든다. 나 같은 외국인도 건너 건너 메신저로 소식을 다 듣고 있는데, 중앙언론에 보도가 안 된다니. 이건 그럴만한 사정이 있는 것일 게다.


 시위의 원인은 살인적인 전기요금과 세금. 그리고 인플레이션.

 이게 바다 건너 산 건너 남 일 같지가 않은 게, 우리나라 사정과도 별반 다르지 않단 말이지. 정부가 장바구니 물가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면 화난 군중들이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들고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최저급여는 우리나라 1/10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전기요금과 세금은 우리나라보다 더 비싸니 서민들이 시위를 할 만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급여받아 전기요금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을 텐데 정말 어떻게 사나 싶다.


 유혈사태가 터지고 화난 군중들이 이성을 잃고 우리 사업장으로 들이닥치면 어떡하나 조마조마했었는데, 아직까지 다행히 그럴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외곽 경호인력을 보강해서 특별 근무조치를 내려놓긴 했는데, 그렇다고 성난 군중을 당할 순 없을 거란 말이지...


 처음에는 평화시위로 시작했다던데 누가 트리거가 되어 유혈사태가 벌어지게 된 건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일부는 경찰이 먼저 발포했다고 하기도 하고 시위대가 먼저 돌을 던졌다고 하기도 한다. 어쨌든 경찰하고 시위대하고 싸워본들, 전기요금이 내릴 것 같지는 않은데 그냥 갑갑한 마음이 든다.


 어떻게 해야 이 나라가 좀 잠잠해지려나.

 개도국답게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해서 SOC를 강화하고 사회 전반의 산업체질을 기른 다음 온 국민이 합심해서 경제발전을 도모해도 선진국을 따라잡기 쉽지 않을 텐데 툭하면 폭력시위, 테러, 정치불안, 민족반목이 반복되니 파키스탄에 어지간히 정을 두고 살고 있는 나도 이제 그만 떠나고 싶은 마음밖에 안 든다.


 인샬라. 신이시여. 이 나라를 구원해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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