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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Oct 07. 2024

요즘 파키스탄 라이프 이모저모

물, 전기, 인터넷 서비스에 관한 현실

 2024년 10월 6일 일요일 저녁에 쓴 글.




 갑갑할 지어다.

 종일 인터넷이 되다 말다 오락가락 한다.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쌍둥이 도시로 불리는 이슬라마바드라왈핀디에선 벌써 사흘 째 이동통신망이 전면 중단되었다고 한다. 다행히도, 가정용 유선 인터넷은 두절되지 않아 연락은 된다.

 나는 도심권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카슈미르 시골마을에 사는데, 어째 이번주는 통신두절 현상이 심하다. 통신이 안 될 때는 모바일 폰, 이동용 Wi-Fi(흔히 Wi-Fi 도시락 이라고도 함), 유선 인터넷 3종이 동시에 다 맛이 가는 걸로 봐선, 아마도 광대역 백본 통신망이 동시에 다 나가는 게 아닐까 추정만 할 뿐이다.

 한국이라면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서울에서 데모 좀 한다고, 촛불집회 한다고 정부가 광역 이동통신망 전체를 셧다운 할 수 있을까? 데모 모의를 하고 사람들 부추긴다고 카톡 서버를 내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여기선 모든 게 가능하다. 한두 번도 아니고 상황이 매우 잦아 나도 그러려니 하고 있다.(다른 게 하나 있다면, 표적이 카톡이 아닌 왓츠앱과 페이스북, X인 것뿐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여긴 사업부지 안이라서 내부 자체전력공급망이 있어 정전되는 일은 잘 없다는 거. 한국이라면 전력이 30분만 나가도 국가 전체가 난리법석이 나겠지만, 파키스탄 이 나라는 2024년 현재에도 정전이 되지 않는 날이 없다. 엄밀히 말하면 불시정전이 아니라 Load Shedding이라는 정책으로 전력 공급을 강제로 차단한다. 몇 년 전에는 발전용량이 부족해서 궁여지책으로 전력공급시간을 제한했었는데, 요즘엔 에너지 수입대금을 줄이는 목적으로 멀쩡한 발전설비도 놀리면서 전력 공급을 안 한다.(파키스탄은 2024년 현재 IMF 구제금융을 받고 있다.)


 수도도 문제인데, 대다수의 주민들은 수돗물 공급을 받지 못한다.

 내가 사는 이 지역은 다수의 주민들이 관정수를 이용한다. 마을에 우물 하나 파 놓고, 펌프를 설치해서 이 집 저 집 물탱크 채우는 시간을 정해서 쓴다. 물이 필요한 곳은 많고, 펌프는 한정적이니 새벽에 자다 말고 관정 펌프를 가동해야 하는 일도 잦다고 직원이 귀띔 해준다.


 "000씨 오늘 왜 그리 피곤해 보여요?"

 "아, 새벽에 물 긷느라 전날 잠을 못 자서요..."

 "왓더???"

 "마을공용 관정수가 있는데, 펌프 가동 할당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딱 그때밖에 못 써요."


 에그 참 불편하겠네...

 내가 살고 있는 지사 관사 역시 지자체가 공급해 주는 수도라인 같은 거 없다. 지사 안에서 관정을 파서 마찬가지로 관정수를 펌프로 길어서 쓴다. 다행인 건, 관사와 직원 기숙사만 쓰는 관정이라 새벽에 일어날 일은 없다. 인근 군부대 역시 낮에 날마다 우리 지사를 방문해서 물차에 물을 가득 실어서 간다. 카슈미르 지역은 올해 봄에 특히나 가뭄이 심했는데, 곳곳에 관정수가 말라서 주민들이 물 부족 고생을 엄청나게 했다고.


 이슬라마바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슬라마바드는 철저한 계획도시로, 도시 구획이 정말 네모 빤듯빤듯하다. 파키스탄 답지않게 도심지에 심지어 "신호등"도 있으며(허구한 날 정전이니 사실 그마저도 무쓸모), 고가도로도 있다. 계획도시답게 수도개발국(Capital Development Authority)이 개발한 주거단지에는 수도관이 공급되는데, 민간 개발 주거단지는 그런 거 없다. 마찬가지로 시골 마을처럼, 관정수를 자체 개발해서 펌프 가동해서 마을을 감당한다.


 몇 년 전부터 문제가 생겼다. 이슬라마바드 지하수 수위가 현저히 낮아진 것이다.

 다수의 민간 개발 주거단지에 관정수가 말라버렸다. 이미, 주거단지는 조성이 끝났고 몇 십 년째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집을 옮길 수는 없으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추가 관정수를 여기저기 다시 뚫어봤지만 이미 말라버린 지하수가 생길 리도 없고 돈만 버린 지역이 수두룩하다. 국가 주도로 수자원을 개발하고 수도관을 까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당국은 이런 소소한 것(?)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 보인다.


 현실적인 대안은 "물차"를 부르는 것. 물을 가득 채운 탱크로리가 집집마다 물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인데, 이게 이슬라마바드에선 꽤나 흔한 서비스이다. 관정수가 바닥난 이슬라마바드 한 마을에 살고 있는 한 지인은 이 물배달 트럭을 일주일에 최소 두세 번은 불러야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https://www.dawn.com/news/1863095


 지난 금요일부터 촉발된 시위 사태가 어떻게 되어가나 파키스탄 중앙언론사 중 하나인 Dawn 웹사이트 들어가서 이것저것 기사를 보다가 눈에 들어온 한 단락.


There was also a shortage of water in many parts of the garrison city where people relied on private tankers. In the absence of cellphone services, people could not contact tanker operators and lodged complaints with Rawalpindi, Chaklala Cantonment boards.

사람들이 개인 탱커에 의존하는 주둔 도시의 많은 지역에서 물이 부족했습니다. 휴대전화 서비스가 없어서 사람들은 탱커 운영자에게 연락할 수 없었고 라왈핀디, 차클랄라 주둔지 위원회에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Dawn 뉴스 발췌 -

 

 이슬라마바드 및 라왈핀디는 현재 사흘 째 도시봉쇄 및 모바일 통신 차단 상태.

 그러니까, 물차를 부를 수가 없어서 물이 똑 떨어진 집이 많다는 소리다. 얼마나 불편할지 상상이나 되시려나? 그것도 시골이 아닌 도시에서.


 물값은 지역마다, 수전에서의 거리마다 좀 다르긴 한데, 시민들의 생존권 보호 차원에서 정부에서 가격 통제를 하고 있긴 하다. 2024년 4월 기준, 라왈핀디(이슬라마바드 최근접 도시) 지역 1,000 갤론 배달을 기준으로, 가정용은 1,000루피(약 5천 원), 상업용은 1,500루피(약 7,500원)로 규제되고 있고, 인구 제1도시 카라치는 이보다 좀 더 비싸서 가정용 1,300 루피, 상업용 2,600 루피로 통제되고 있다.



 가정용 물탱크 1,000 갤론을 일주일에  번 채운다 치면(단위 환산하면, 1,000갤론은 3,785리터. 3.785m^3. 2m*2m*2m 상자를 가득 채울 수도 없는 양으로 그 마저도 4인 가족 기준 밥하고 씻고 빨래하기 충분한 양이 아니다.), 카라치 기준 한 달 물값만 1.3만원/주 * 4주 = 5.2만원이 나온다는 소린데, 이 나라 한 달 최저임금이 20만원도 안 되는 현실 생각하면 정말 가혹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물 생산원가야 거의 공짜라 쳐도, 이걸 일일이 디젤 화물차로 옮겨주고 가정용 옥상 물탱크까지 올려줘야 하니, 기름값+차량 운영정비비+운전자 인건비 생각하면 더 내릴 여지도 없다.


https://www.nation.com.pk/11-Apr-2014/rawalpindi-cost-of-water-tanker-increased-by-rs-500

  

https://english.aaj.tv/news/30290123/guide-to-karachi-water-tankers-rates-contact-numbers


인구 제1도시 카라치에서의 급수차 공급 가격표. 단위는 파키스탄 루피(PKR)




 얼마 전 내가 사는 카슈미르 지역에서 대규모 유혈사태가 있었다. 전기요금이 너무 비싸 못살겠다며 정부를 상대로 과격한 시위가 벌어졌고, 결국 카슈미르 주 정부가 백기 항복했다. 전기요금이 너무 단기간에 급하게 올라 월 급여에 맞먹는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 본 주민들이 꼭지가 돌아버린 것. 기본소득은 한국 1/10 수준인데, 전기요금은 한국보다 더 비싸니 살 수가 있겠나. 문제는, 이 나라 정부가 돈이 없다. 전기요금을 급히 올린 배경도 IMF에서 지원금 주는 조건으로 각종 민생 보조금 제도 삭감하라고 압박해서 그런 거거든.


 일단, 전기요금 지원금은 카슈미르 가정용 요금에 한해 지원되고 있는데 이게 전국구로 확대될 가능성은 요원해 보이며 민심을 건드리는 민감한 인자 중 하나다.


https://www.yna.co.kr/view/AKR20230901134300077?input=1195m

https://www.yna.co.kr/view/AKR20240513081700077?input=1195m




 시위 뉴스를 보다 말고 전력, 물, 통신 및 인터넷을 저렴한 가격으로 24시간 쾌적하게 사용하는 환경이 얼마나 복 받은 일이며 편리한 일인지 새삼 느껴져서 손 가는 대로 이것저것 두서없이 써 봄.


 전쟁 위협과 군사적 긴장만 아니면 참 살기 좋은 내 조국 대한민국인데.

 영원한 세계 평화는 언제쯤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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