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May 26. 2022

22년 5월 말, 지금 파키스탄에선

정치불안, 경제위기, 무더위.

 우리나라도 기름값 오른다, 삼겹살 오른다 연일 비명이며 북한이 미사일 쏜다 핵실험 한다 등 주변 여건도 불안 불안하지만, 이 나라 파키스탄은 요즘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가 않다.


 파키스탄은 기초 산업이 부실하다. 수출품은 원면, 면사와 면직물, 피혁, 카펫 등의 노동집약 1차 공산물이 주종이나, 원유 등의 에너지를 포함하여 생필품 및 산업물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만성적 무역적자가 심각하다. 더구나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노동자들의 취업 기회 자체가 줄어들고 그들의 국내 송금액도 덩달아 줄다 보니 22년 5월 현재, 외화보유고가 사상 최저로 떨어져서 두 달치 수입대금 지급분밖에 안 남았다고 한다.


ㅇ 파키스탄 vs 대한민국 외화보유고 잔액 비교
 - 파키스탄 :    102억 달러(22년 5월 현재)
 - 대한민국 : 4,615억 달러(22년 1월 현재)


 외화가 쓸데없이 너무 많아도 좋은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보다 4배 이상의 인구를 가진 나라가 100억 달러는 너무했다. 그렇다고 비방하진 말자. 우리도 외화 잔고가 바닥까지 떨어져서 구제금융 받은 지 얼마 안 지났다. 40대 이상 경제인구의 대부분이 그때의 아픈 기억을 강하게 가지고 있을 것이다.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2335366632332528&mediaCodeNo=257&OutLnkChk=Y


 파키스탄이 스스로의 힘으로 지금 단계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힘은 없어 보인다. IMF 구제금융이나 강대국의 원조 또는 통화스와핑이 대안인데, 미국, 중국 등 강대국이 파키스탄을 당장 발 벗고 도와줘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이며 이 나라가 힘 있는 나라와 통화스와핑 정책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므로 IMF 구제금융이 유일한 답일 수밖에 없다. IMF의 구제금융은 늘 조건부일 수밖에 없는데, IMF가 요구하는 유가보조금 및 전기요금 보조금 철회를 현 정부가 순순히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그러면 가뜩이나 힘든 서민살이가 더욱 팍팍해지는데, 이는 곧 있게 될 선거에 직접적 영향이 될 거란 게 외국인인 내 눈에 봐도 선하다. 정부로선 IMF 조건을 받아들이면 표심이 다 떨어져 나갈 거고, 안 받아들이자니 국가 부도를 피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길에 놓였다.


 당장 돈이 없는 파키스탄은 사치성 수입품의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문제는, 정부에서 내 건 "사치품"이 대부분 생필품이라는 데 있다. 해당 이슈는 지난 글에서 미리 다룬 바 있으니 참조.


https://brunch.co.kr/@ragony/52




 나라가 이 지경인데, 정치판은 더 어지럽다. 탄핵되어 쫓겨난 전 임란 칸 총리는 여전히 추종세력이 굳건하며 본인이 쫓겨난 것이 미국의 계략 때문이라며 현 정권 퇴진 및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대대적인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이 나라 최대도시 카라치에서는 시위 진압 과정에서 이미 다수의 사상자가 나왔다. 곤봉과 최루탄이 남발하는 시위진압 현장은 우리나라 1980년대를 보는 것 같다. 전 국민이 나서서 "금모으기 운동"을 해도 현 경제위기 타파가 될까 말까 할텐데, 나라가 반으로 쪼개져서 내전을 방불케하는 지경이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0526094700077?input=1195m


 https://newsis.com/view/?id=NISI20220525_0001006329


 이 나라 수도인 이슬라마바드는 이번 주 초부터 주요 연결 진입도로를 돌, 자갈로 가득 채운 컨테이너 박스로 성을 쌓아 시위대의 진입을 막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 도시는 고립되어 나올 수도 들어갈 수도 없다.


https://newsis.com/view/?id=NISX20220525_0001885381&cID=10101&pID=10100


재파키스탄 한국대사관에서는 재한인들에게 경고문을 보내주었다. 말은 길지만 "집밖에 나가지 마세요"가 핵심이다.

신변안전공지(2022.5.26) 주재국 정세 불안 및 폭력사태 발생 우려(2)

ㅇ5.25(수) 임란 칸 전 총리의 시위대 행렬이 페샤와르를 출발하여 오늘 오전에 이슬라마바드 내 주요 행정시설이 밀집한 Red Zone 근처까지 도착하였습니다.

 - 경찰 관계자는 시위대 일부가 방화, 시설물 파괴 등 폭력성을 보여 경찰이 과격 시위자 1,000여명 이상을 긴급 체포하였다고 전함.

 - 언론에 따르면, 오늘 오후 현재까지 다수의 시위대들이 Red Zone 지역 바리게이트 등을 넘어 진입하고 있고, 시위대 일부는 미국 대사관에 근접했다고 전하며 대규모 시위가 계속 되고 있음을 보도함

ㅇ 우리 교민들께서는 당분간 정세 불안으로 인한 치안 악화와 소요 가능성이 있음을 염두하여 불요불급한 외출을 자제하여 주시고, 특히 다중 밀집 시설 등 테러 가능 장소 방문을 자제하여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주파키스탄 대한민국 대사관
 - 평일/주간 : +92-51-227-9380~1, 9385~7
 - 주말/야간 : +92-301-854-6944

 * 영사콜센터(서울, 24시간) : +82-2-3210-0404.  끝.




 불행은 무리 지어 오는가. 파키스탄은 올 봄철 이례적인 폭염이 일찍 찾아왔다. 나 역시 한국보다도 비싼 전기요금 때문에 어떻게든 아껴보려던 에어컨을 "당장 살고 보자"며 틀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이 나라는 식량의 상당분을 외국 수입에 의존하는데, 그나마 국내 생산되는 농작물마저 폭염에 피해를 입고 있어 당장 먹고사는 문제조차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205031538001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59616


 이런 나라에 교민으로 살고있다보니, 삼겹살 가격 오른다는 한국 뉴스는 그냥 엄살로밖에 안 보인다. 한국 국민이라는 사실만으로 감사하며 살 이유가 충분하다.


 나는 큰 욕심 없이 사고 안 치고 조용히 살다가 예정 임기 채워서 한국에 안전하게 복귀하는 게 지상목표일 뿐인데, 하루하루 불안한 마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인샬라. 이 나라를 구원해주소서.


이전 09화 사치품 수입중단! 응?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