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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May 26. 2022

22년 5월 말, 지금 파키스탄에선

정치불안, 경제위기, 무더위.

 우리나라도 기름값 오른다, 삼겹살 오른다 연일 비명이며 북한이 미사일 쏜다 핵실험 한다 등 주변 여건도 불안 불안하지만, 이 나라 파키스탄은 요즘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가 않다.


 파키스탄은 기초 산업이 부실하다. 수출품은 원면, 면사와 면직물, 피혁, 카펫 등의 노동집약 1차 공산물이 주종이나, 원유 등의 에너지를 포함하여 생필품 및 산업물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만성적 무역적자가 심각하다. 더구나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노동자들의 취업 기회 자체가 줄어들고 그들의 국내 송금액도 덩달아 줄다 보니 22년 5월 현재, 외화보유고가 사상 최저로 떨어져서 두 달치 수입대금 지급분밖에 안 남았다고 한다.


ㅇ 파키스탄 vs 대한민국 외화보유고 잔액 비교
 - 파키스탄 :    102억 달러(22년 5월 현재)
 - 대한민국 : 4,615억 달러(22년 1월 현재)


 외화가 쓸데없이 너무 많아도 좋은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보다 4배 이상의 인구를 가진 나라가 100억 달러는 너무했다. 그렇다고 비방하진 말자. 우리도 외화 잔고가 바닥까지 떨어져서 구제금융 받은 지 얼마 안 지났다. 40대 이상 경제인구의 대부분이 그때의 아픈 기억을 강하게 가지고 있을 것이다.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2335366632332528&mediaCodeNo=257&OutLnkChk=Y


 파키스탄이 스스로의 힘으로 지금 단계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힘은 없어 보인다. IMF 구제금융이나 강대국의 원조 또는 통화스와핑이 대안인데, 미국, 중국 등 강대국이 파키스탄을 당장 발 벗고 도와줘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이며 이 나라가 힘 있는 나라와 통화스와핑 정책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므로 IMF 구제금융이 유일한 답일 수밖에 없다. IMF의 구제금융은 늘 조건부일 수밖에 없는데, IMF가 요구하는 유가보조금 및 전기요금 보조금 철회를 현 정부가 순순히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그러면 가뜩이나 힘든 서민살이가 더욱 팍팍해지는데, 이는 곧 있게 될 선거에 직접적 영향이 될 거란 게 외국인인 내 눈에 봐도 선하다. 정부로선 IMF 조건을 받아들이면 표심이 다 떨어져 나갈 거고, 안 받아들이자니 국가 부도를 피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길에 놓였다.


 당장 돈이 없는 파키스탄은 사치성 수입품의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문제는, 정부에서 내 건 "사치품"이 대부분 생필품이라는 데 있다. 해당 이슈는 지난 글에서 미리 다룬 바 있으니 참조.


https://brunch.co.kr/@ragony/52




 나라가 이 지경인데, 정치판은 더 어지럽다. 탄핵되어 쫓겨난 전 임란 칸 총리는 여전히 추종세력이 굳건하며 본인이 쫓겨난 것이 미국의 계략 때문이라며 현 정권 퇴진 및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대대적인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이 나라 최대도시 카라치에서는 시위 진압 과정에서 이미 다수의 사상자가 나왔다. 곤봉과 최루탄이 남발하는 시위진압 현장은 우리나라 1980년대를 보는 것 같다. 전 국민이 나서서 "금모으기 운동"을 해도 현 경제위기 타파가 될까 말까 할텐데, 나라가 반으로 쪼개져서 내전을 방불케하는 지경이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0526094700077?input=1195m


 https://newsis.com/view/?id=NISI20220525_0001006329


 이 나라 수도인 이슬라마바드는 이번 주 초부터 주요 연결 진입도로를 돌, 자갈로 가득 채운 컨테이너 박스로 성을 쌓아 시위대의 진입을 막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 도시는 고립되어 나올 수도 들어갈 수도 없다.


https://newsis.com/view/?id=NISX20220525_0001885381&cID=10101&pID=10100


재파키스탄 한국대사관에서는 재한인들에게 경고문을 보내주었다. 말은 길지만 "집밖에 나가지 마세요"가 핵심이다.

신변안전공지(2022.5.26) 주재국 정세 불안 및 폭력사태 발생 우려(2)

ㅇ5.25(수) 임란 칸 전 총리의 시위대 행렬이 페샤와르를 출발하여 오늘 오전에 이슬라마바드 내 주요 행정시설이 밀집한 Red Zone 근처까지 도착하였습니다.

 - 경찰 관계자는 시위대 일부가 방화, 시설물 파괴 등 폭력성을 보여 경찰이 과격 시위자 1,000여명 이상을 긴급 체포하였다고 전함.

 - 언론에 따르면, 오늘 오후 현재까지 다수의 시위대들이 Red Zone 지역 바리게이트 등을 넘어 진입하고 있고, 시위대 일부는 미국 대사관에 근접했다고 전하며 대규모 시위가 계속 되고 있음을 보도함

ㅇ 우리 교민들께서는 당분간 정세 불안으로 인한 치안 악화와 소요 가능성이 있음을 염두하여 불요불급한 외출을 자제하여 주시고, 특히 다중 밀집 시설 등 테러 가능 장소 방문을 자제하여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주파키스탄 대한민국 대사관
 - 평일/주간 : +92-51-227-9380~1, 9385~7
 - 주말/야간 : +92-301-854-6944

 * 영사콜센터(서울, 24시간) : +82-2-3210-0404.  끝.




 불행은 무리 지어 오는가. 파키스탄은 올 봄철 이례적인 폭염이 일찍 찾아왔다. 나 역시 한국보다도 비싼 전기요금 때문에 어떻게든 아껴보려던 에어컨을 "당장 살고 보자"며 틀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이 나라는 식량의 상당분을 외국 수입에 의존하는데, 그나마 국내 생산되는 농작물마저 폭염에 피해를 입고 있어 당장 먹고사는 문제조차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205031538001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59616


 이런 나라에 교민으로 살고있다보니, 삼겹살 가격 오른다는 한국 뉴스는 그냥 엄살로밖에 안 보인다. 한국 국민이라는 사실만으로 감사하며 살 이유가 충분하다.


 나는 큰 욕심 없이 사고 안 치고 조용히 살다가 예정 임기 채워서 한국에 안전하게 복귀하는 게 지상목표일 뿐인데, 하루하루 불안한 마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인샬라. 이 나라를 구원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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