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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May 21. 2022

사치품 수입중단! 응?

생필품 아닌가?

파키스탄 경제가 요즘 매우 심각하다. 얼마 전 디폴트를 선언한 스리랑카처럼 외환보유가 갈수록 줄고 있어 수입품 대금을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이 채 두 달을 버티지 못할 거라는 전망들이 나온다. 임란 칸 파키스탄 전 총리는 경제실패의 책임을 물어 지난 4월 쫓겨나고 새 정부가 구성되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3/0011116155


https://n.news.naver.com/article/366/0000813513


새 총리가 선출되며 기대감에 환율이 일시적으로 조금 안정화되는 듯하더니 파키스탄 루피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로 더 떨어졌고, 급기야 지난 5월 19일 충격적인 경제정책이 발표되었다.


사치품 수입금지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3192595


 돈도 없는데 무슨 사치품? 당연한 거 아냐?-하고 생각하실 분들이 많을 듯하다. 나도 첨엔 그랬으니. 그런데... 이 나라 정부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치품"의 분류 기준을 들여다보자.


https://www.geo.tv/latest/417812-emergency-situation-in-a-first-complete-ban-imposed-on-non-essential-items-says-marriyum-aurangzeb

정부는 다음 품목의 수입을 금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휴대전화
 가전제품
 과일 및 건조 과일(아프가니스탄 제외)
 그릇
 개인 무기 및 탄약
 신발
 샹들리에 및 조명(에너지 세이버 제외)
 헤드폰 및 확성기
 소스, 케첩 등
 문 및 창틀
 여행 가방 및 여행 가방
 위생 도자기
 생선과 냉동 생선
 카펫(아프가니스탄 제외)
 보존 과일
 티슈 페이퍼
 가구
 샴푸
 자동차
 제과
 고급 매트리스 및 침낭
 잼과 젤리
 콘플레이크
 욕실용품/세면도구
 히터/송풍기
 색안경
 주방용품
 탄산수
 냉동 고기
 주스
 파스타 등
 아이스크림
 담배
 면도용품
 고급 가죽 의류
 악기
 헤어드라이어 등 미용실 용품
 초콜릿



어디까지가 진짜 사치품인지 한 번 살펴보자.


휴대전화/가전 : 아니 수입 안 하면 스스로 만들 수는 있고? 여기도 서민폰은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제가, 고가 시장은 삼성, 애플에 의존하고 있다.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은 당연히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아니, 경제활동의 기본이 통신,교통,금융인데 그 중 통신을 막아버리면 어떡하려고 이런다? 몇 달이야 기존 재고로 버티겠지만 얼마나 버틸수 있으려나? 마트에 가보면 가전 역시 태반이 중국산이며 자국산을 찾기가 더 어려워 보인다. 한국산 가전은 최고급으로 쳐준다. 한국산 가전은 사치재가 맞겠다.

자동차 : 수입 관세가 무척 비싸서 럭셔리 차량은 한국의 두 배 이상, 대중차도 한국보다 더 비싸며 중고차 가격도 안 떨어질 만큼(10년쯤 된 도요타 프라도 차량이 무려 한화 7~8천만 원쯤) 공급이 귀해서 공급자 우위 시장이다. 지금도 모자라는데, 수입금지? 아, 중고차 가격 또 오르겠네.... 교통/물류의 중심인 자동차가 귀해지면 경제난이 한층 더 심해질 것 같은데?

기타 : 이 나라 마트에 가 보면 공산품 매대의 절반 이상이 수입품이다. 그게 진짜 럭셔리하고 과시하기 위한 수입품이 아니고, 그냥 생필품이다. 제과, 파스타, 면도용품, 티슈, 페이퍼, 콘플레이크, 샴푸... 국산품이 없지는 않지만 솔직히 품질 차이가 난다.


 뉴스가 발표되자마자 한국인 팀장님들하고 걱정 어린 한 마디.

 "조만간 마트에서 생필품 바닥날 것 같은데요?" - 다들 공감한다. 이미 디폴트 선언한 스리랑카 마트 매대에는 물건이 없댔다.


 썩는 거 말고는 있을 때 사놓자. 코로나 봉쇄 때 롤 티슈 대란 난 걸 먼저 한번 봐서, 화장지부터 쟁여두고 자주 쓰는 해외 수입 화장품도 몇 개 사놓고 샴푸도 사놓고, 난리 나면 곤란한 것들 미리 쇼핑을 했다.



 마음 같아선 딱 지금 인기 수입자동차를 사면 몇 달 뒤에 분명 오를 것 같은데, 지사용 자동차를 내 마음대로 늘릴 수도 없고, 외국인이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은 또 절차가 까다로워서 너무 나가진 않기로 했다.


 우리 한국인들 말고 아직 민심이 동요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 나라 국민들 테러가 나도 그러려니, 날씨가 더워도 그러려니, 뭘 해도 "인샬라(신의 뜻대로)"다. 참을성이 많은 민족인 건지, 포기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뉴스만 보면 당장 내일 망할 나라 같기는 한데, 서민들 삶은 오늘도 평온하다.


 아니 근데, 사치품이면 단위 품목의 표준시가를 정하고, 금액이 얼마 이상 초과하는 것만 분류해서 막든가 저렇게 통으로 지정해서 막아버리면 나중에 후폭풍은 어떻게 다 감당하려나......? 심히 걱정이다. 나 이러다가 진짜 파키스탄 판 "모가디슈"찍으며 귀국하는 거 아닐까? 모쪼록 이번 경제위기가 잘 극복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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