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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May 17. 2022

집안에 도마뱀이 나타났다

여름이 왔다는 신호

 때는 2022년 4월. 이곳 파키스탄은 이미 봄을 넘어 초여름 날씨다. 파키스탄은 더운 나라지만 이곳도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있는 나라며 절기도 비슷하다. 다만, 계절별로 한국보다 10도 정도 항상 더 높다고 생각하면 대충 비슷하다.


나름 귀엽고 예쁘다. 벽에 붙어있는 것만 해도 신기한데, 거꾸로 붙어서 천장까지 내달린다.


 여느 날처럼 일어나서 식당으로 향하는데, 뭔가 느낌이 쎄~하다. 무언가 나를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살펴보니, 역시 무언가 하고 눈이 마주쳤다. 도마뱀이다. 뭐, 나는 군대도 다녀오고 살만큼 살아 본 나이 먹은 남자니 꺄악~ 하는 비명은 당연히 안 질렀다. 아 그냥 도마뱀이 나왔구나 끄덕끄덕 우리 아들이 보면 엄청 신기해하겠네~ 사진이나 찍어놔야겠다. 그러면서 아침 먹으러 향했다. 식당에서, 동료들에게 집안에 도마뱀을 봤어요 이야기를 했더니, 무심하게 "걔네들, 제 방에도 자주 와요. 도마뱀이 있으면 모기가 상대적으로 없어져요. 대신 창틀에 똥을 자주 싸놔서 그거 치우기가 귀찮아요. 집안에 들어오는 애들은 상대적으로 쪼꼬만 아기들인데, 밖에는 팔뚝만 한 큰 애들도 많아요." 그런다.


 아. 그렇구나. 여기선 자연과 벗 삼아 사는 곳이구나. 그러고 보니 얼마 전 호주 편의점에 나타났다는 사람 키만 한 도마뱀 사진도 봤는데, 여기서 그런 애 만나면 나도 놀랠 것 같기는 하다. 아침에 본 쪼꼬만 애는 눈망울도 이쁘고 애완용으로 키워도 괜찮을 만큼 귀엽기까지 하다.


 같이 밥 먹던 동료가 말 나온 김에 경고도 해준다. 신발을 아무 데나 벗어놓지 말고 반드시 신발장에 넣어 두라는 조언. 가끔씩 신발안에 지네 또는 전갈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경우가 있으니, 반드시 신발 신기 전 톡톡 쳐서 안에 뭐가 있나 확인해보라고 한다. 아. 화장실에서 발이 수백 개쯤 되어 보이는 기다란 녀석이 후다닥 기어가던데 그게 걔, 지네 맞구나. 같이 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물리면 약도 없으니 조심해야겠다.


 밥 먹고 다시 방으로 가는 복도에서 아침에 봤던 꼬마 도마뱀을 다시 만났다.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붙어있던 자리에서 쏜살같이 달려 나가 사라지는데, 곤충도 아니고 동물이, 수직으로 된 벽을 그냥 기어가고 천장까지 거꾸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다 못해 경외로운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아니, 쟤는 어떻게 천정에서 안 떨어지고 기어가는 것도 아니고 달려갈 수가 있냐. 자연은 위대하다. 발이 끈끈해서 천장에 붙을 수 있다 치면, 한번 붙은 발을 떼어내기도 힘들 텐데, 저 쪼꼬만 몸에서 천장에 발을 착 부착했다가 힘들이지 않고 다시 떼는 동작을 1초에 수십 번을 해 댄다.


 궁금한 건 또 못 참지. 도마뱀 발에 난 아주 미세한 털에서 작용하는 반 데르 발스 힘 때문에 천장에서도 안 떨어지고 붙어있는 거라고 한다. 좀 더 자세한 건 아래 블로그 참조.


https://blog.naver.com/rawlife125/221730247073


 읽어보면 그렇구나 그런 원리가 있구나 머리로는 끄덕끄덕 되는데 실제로 천장을 달려가는 녀석 보고 있으면 우와~ 저게 가능해?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너무 빨리 사라져서 동영상은 커녕 사진도 못 찍었는데 요담에 기회가 닿으면 꼭 찍어놔야겠다.


 나는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 방안에는 아무도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 도마뱀도 모기도 지네도 전갈도. 내 프라이버시는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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