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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Jun 14. 2022

인공모기를 만들려면

자연은 위대하다.

 며칠 전 브런치를 즐기고 있는데, 모기가 노트북 화면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어, 흠 하나 없는 매끈한 유리인데, 이걸 어떻게 잡고 앉는 거지?

 갑자기 무지무지 신기한 마음이 든다. 모델이 날아가기 전에 사진부터 찍자. 오늘도 작품 완성. 작품의 시작은 항상 생활의 발견부터 출발한다.


https://brunch.co.kr/@ragony/93


 모기는 사진 찍다 놓쳤지만, 여전히 신기한 마음이 든다.

 21세기 하고도 22년도인데, 정보통신 등 어떤 부분은 생각보다 과학기술이 더 발전하고, 어떤 부분은 생각보다 진척이 느리다. 내가 느리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생체모방 로봇분야. 내가 어릴 때까지만 해도 2020년 도면 안드로이드 로봇이 사람일을 모두 다 대신해주고 모두가 놀고먹는 유토피아가 될 거라는 환상이 많았는데 안드로이드는 아직까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만 만족해야 한다. 모방이 진행 중인 생체형 로봇, 안드로이드도 아직 고사하며 기타 생체형 로봇의 연구도 아직까진 걸음마 단계이다. 물론, 가십 뉴스로 뱀형 로봇, 물고기 로봇, 도마뱀 로봇 같은 것들이 연구되고 있는 줄은 알지만 생활 주변에 상품으로 나오기엔 아직 멀고도 먼 모양이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0221135400053?input=1195m




 오늘의 주제는 모기. 모기를 인공으로 만들어보자.


 퇴치해도 시원찮을 판국에 무슨 인공모기? 그거 만들어서 뭐하게?

 원래 위대한 발명품은 필요해서 만드는 게 아니고 만들어놓고 필요한 곳을 찾게 하는 거다.

 오사마 빈 라덴을 잡기 위해 미국이 위장 백신 접종 프로젝트를 시행한 사실을 아는가? 빈 라덴의 소재지를 찾기 위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백신 접종을 시행, 결국 꼬리를 잡을 수 있었다는 소설 같은 사실. 그런데, 만약 인공모기를 만들고 풀어서 몰래 불특정 다수의 DNA를 검사할 수 있다면? 미국 CIA도 솔깃할 수 있는 기술이 될 것 같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52101031532168004


 쓰다보니 막 생각이 났는데, 불후의 SF 명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도 범죄의심자의 망막을 무차별 검사하는 로봇이 나온다. 비슷한 설정이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벌레같은 조그만 검사로봇이 망막검사로 신원확인하는 짤.


 썩 유쾌한 목적은 아니지만, 군사적 첩보적 목적의 용도는 개발했으니, 이제 인공모기 로봇을 만들려면 이 로봇에 무슨 능력이 필요할지 생각해보자.


1. 비행능력

 모기는 잠자리와 더불어 최고의 비행능력을 갖춘 곤충이라고 한다. 제자리 비행, 전진, 후진, 급선회 다 되는 몇 안 되는 신급 비행능력의 소유자. 아니 소유충. 이거, 공학 기술로 재현할 수 있어야 한다.


2. 마취능력 + 흡혈능력

 피부에 착 달라붙어 피흡혈자가 눈치 못 채도록 피를 뽑아낼 수 있어야 한다. 뽑아낸 피를 신선하게 보관할 주머니도 미리 설계해야 한다. 아주 가느다란 나노주사기, 흡혈을 위한 진공형성장치, 통증마취를 위한 마취제가 필요하겠다.


3. 이착륙능력

 비행만 잘해서는 안 된다. 벽, 유리, 전선, 나무, 옷, 이불 등 재질을 가리지 않고 살포시, 그리고 신속 정확히 목표지점에 착륙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착륙 후에는 착륙지점을 가리지 않고 즉시 이륙할 수 있어야 한다.


4. 인물 식별능력

 흡혈 대상을 명확히 식별하고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 나무나 사과 등 아무 곳에나 나노 대롱 꽂고 돌아오면 안 되지 않나. 광학카메라로 이미지를 제어하거나, 적외선 추적을 하거나 인식 추적장치가 있어야 하겠다. 소리를 듣고 분석하거나 녹음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5. 내비게이션 능력

 흡혈해서 통에 담았으면 이거 도로 비밀연구소로 가져올 수 있어야지. 길 찾아올 수 있어야 한다.


6. 스텔스 능력

 적군에게 잡히면 안 된다. 가급적 날개짓 소리는 줄이고, 몸체는 안 보이도록 작고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7. 에너지 저장능력

 1~6번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에너지를 몸에 저장하고 적진에 내 보내야 한다. 갔다가, 피 뽑아서, 돌아올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게.


8. 무게는 1g 이하로

 크면 날기 힘들다. 그리고 들키겠지? 무조건 작고 가볍게. 가벼울수록 좋다.


 흡혈 기능성에만 중점을 둔 로봇이라, 실제 모기는 보유하고 있는 자기복제기능(번식기능), 에너지 전환능력(피를 소화해서 에너지로 바꾸는 능력), 가스검출능력(냄새 탐지), 업그레이드 능력(진화)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음. 다 써놓고 보니, 한 200년 더 걸려도 못 만들 것 같은데? 차라리 진짜 모기를 교육시켜 특수요원 특수요충으로 써먹는 게 더 빠르려나?


 자연은 정말 신비하고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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