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16일 차, 카스트로제리즈 ~ 프로미스타 25.28km
카스트로제리즈 ~ 프로미스타
Castrojeriz ~ Fromista
슬기로운 까미노 생활
전날 소주와 비빔밥 그리고 짜파게티로 행복한 밤을 보냈다. 왠지 배가 고프지 않아도 먹어야만 할 것 같은 심리였을까?
행복하고 즐거운 밤을 보내고 나니, 오늘은 무리하지 않고 걷고 싶었다.
" 그래 조금만 걷고 천천히 가보자! 메세타 평야니까"
결국 오전 8시까지 잠을 자고 아무도 없는 알베르게에서 게으름 피우며 일어났다. 저 멀리서도 보이는 그 평원을 걸어 나가려면 씩씩한 걸음만으론 부족해 보인다. 카스트로제리즈 마을에 있는 언덕, 그 언덕 위에 성이 하나 있는데 그 성을 지나가면서 아쉬움이 한가득 몰려온다.
순례길의 하루를 시작하며 언덕을 올라와보니 저 멀리 지평선 끝까지 보인다
조금 힘들더라도 해질 녘에 올라와 지평선 끝으로 사라지는 노을을 본다면 어땠을까... 다음에 또 기회가 오겠지? 어마어마한 풍경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까미노를 걷는 이가 있다면 꼭 카스트로제리즈마을의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노을을 알려주길 바랍니다 :-)
점프 Jump
오늘 걷는 길에는 이전에 보지 못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보인다.
언제나처럼 걸으며 만나는 사람들과 인사하고, 가벼운 스몰토크와 함께 동료의식을 확인하곤 하는데, 오늘따라 낯선 사람들이 많게 느껴졌다. 분명 한 방향으로 다 같이 가고 있는데, 중간에서부터 시작하는 걸까?
"혹시 어디서부터 시작하셨어요~? 걸으면서 못 봤었거든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어봤다.
들어보니 점프라는 것을 했다고... 점프??
내가 걷던 7월은 스페인뿐 아니라 유럽지역에 많은 학교들이 방학을 하고 휴가로 떠나오기도 해 7~9월은 까미노 길의 가장 성수기라고 한다. 운 좋게 내가 조금 일찍 시작했을 뿐 순례길 1/3쯤 온 이 시기에 생장이나 론세스바예스 그리고 팜플로나에서 걸음을 시작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또 한 가지 부러웠던 점은 "비전트립"으로 이 스페인 순례길을 많이들 온다고...
일시적으로 많아진 순례객들로 초반부 마을에선 알베르게를 잡기 힘든 상황이 나와 뜻하지 않게 다음 마을까지 걸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또한 조금 더 시끌벅적한 마을 등 일시적으로 많아진 사람으로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 이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몇 개의 마을을 건너뛰는 "점프"라는 것을 한다고 한다.
하긴, 누군가에게 순례길은 조금 조용히,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듣고 싶은 시간일 수 있다. 또한 구간 구간 나눠 걷는 유럽인들과 달리 (접근의 편의성으로) 우리는 보통 오면 전체 코스를 완주하는 게 일상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 떠나면 다시 오기 어려운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 마음이 있어 더 간절하고 더 알찬 시간을 보내고 싶을 것이다. 그 길에 방해되는 부분이 있다? 과감히 저런 점프를 하는 것도 하나의 대책이지~
빈부격차
스페인은 한국보다 국민당 소득이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상위그룹과 하위그룹의 격차 즉 빈부격차가 한국보다 높다고 한다. 아마 바르셀로나 주가 독립을 원하는 것이 그런 이유들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사실상 하나의 국가만큼의 능력을 발휘하는 주 하나 그리고 몇몇 큰 도시들을 제외하면 1차 산업의 비중이 매우 높은 편. 어렴풋이 학생 때 들었던 기억들과 뉴스를 통해 접하던 소식들이 이곳에 와서 직접 보니 실제로 체감이 된다.
처음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시작했던 생장 마을은 프랑스령이라 그렇다고 치자. 그 이후 넘어온 스페인 도시들, 처음 일주일간은 꽤나 근사한 도시들의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2주 차가 넘어가자, 즉 스페인 내륙 중앙에 들어오기 시작하다 유령마을 같은 곳이 곳곳에 보이기 시작했다. 웁스~ 가장 충격받은 것은 산볼이었다. 뭐랄까.. 순례길 지도에서는 지나가는 마을이었지만 막상 도착한 곳은 여러 폐허들과 마을에 하나 있는 알베르게. 마을 안에는 약수터와 알베르게 하나가 전부였다. 그 외에도 허름한 작을 마을들 여럿을 지나가며 노동의 고됨이 그곳 사람들의 얼굴에서 비추어졌다. 이렇게 빈부격차라는 것을 직접 체감하며 걷다 보니 이전에 배웠던 것들과 뉴스에서 접한 스페인의 소식들이 더 잘 이해가 되었다.
직업의 종류와 거주 지역은 옳고 그름이 아닌, 색깔이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빈부격차라는 것은 단순히 색깔의 차이라 하기엔 좀 어렵다고 느껴졌다. 이들의 삶의 터전을 순례길을 걷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데, 이 사람들에게 우리가 실례가 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 순례자란 어떤 의미일까? 내가 그들이라면... 나의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게 창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에고가 그런 쪽으로 조금 민감하게 나와있기 때문이리라.
나라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했기 때문에 마을을 지날 때 마주치는 이들과 더욱 밝게 인사하고 Bar에서 걸음을 멈추었을 때 더 큰 목소리로 Gracias! 하고 외쳤다. 그들이 이 자리에 있어주었기 때문에 내가 이 길을 걸을 수 있고,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프로미스타에 도착 한 날, 하늘에선 비가 내렸다. 순례길을 걸으며 맞이하는 첫 비, 다행스럽게도 걷는 동안에 비를 만난 적은 아직 없었다. 이 또한 큰 행운이겠지? 우비도 챙기지 않고 왔으니 다행이다! 평온한 프로미스타 알베르게에서 휴식을 취하며, 오늘 하루를 정리했다.
평야를 걸을 때 불어오는 바람, 그 바람에 대한 감사함
각자의 걸음이 소중하기에 필요에 따라 점프를 하는 용기
빈부격차와 그에 대한 생각들
조금은 진지한 생각들을 하며 걸었던 하루였다.
나는 이곳에 여행을 온 것일까? 잠시 쉬고자 왔던 걸음에서 조금은 진지해졌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1
⭐️⭐️⭐️⭐️ 카스트로제리즈 , 오리온, 비빔밥. 3가지 키워드만 기억하면 된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0
⭐️⭐️⭐️⭐️⭐️ 이쯤 걸으니 알겠지? 우린 모두 다른 속도로 걸어. 누군가의 속도에 신경 쓰지 말고 "나"의 속도에 온전히 집중하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9
⭐️⭐️⭐️⭐️⭐️ 휴지 챙겨!!!
언제! 어디서! 갑자기 필요할지 모른다. 항상 휴대용 휴지 챙기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8
⭐️⭐️⭐️⭐️⭐️ 기회를 만들어 야간 행군을 강력 추천. 남들과는 다른 시간에 걸어간다는 기분은 조금 더 차분하고 고요한 시간을 선물해준다. 또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 대신 안전제일! 음식 준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7
⭐️⭐️⭐️6,7월 스페인은 정말 미친 듯이 덥고
특히 로스 아르코스 -> 산솔 코스는 자갈길에 그늘 한점 찾기 힘들다. 유의해야 할 코스!! 물 미리 챙기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6
⭐️⭐️⭐️ 반드시 아침 일찍 걷기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조급함도 금물, 남과 비교도 금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5
⭐️⭐️⭐️⭐️⭐️ 장 볼 때 필요한 식재료 단어, 수량을 공부해가자! 식탁의 퀄리티가 올라간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4
⭐️⭐️⭐️ 일과 후 에너지가 된다면 알베르게에서 나와 마을을 둘러보자! 어떤 재밌는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설레는 마음으로,, ( 단, 무리하지 말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3
⭐️⭐️⭐️⭐️ 허기보다 당이 문제. 캔디류를 챙겨나가길 추천 (청포도 캔디 강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2
⭐️⭐️⭐️⭐️⭐️ 등산화는 등산을 위하기보다, 부상을 피하기 위해서 더 중요하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
⭐️⭐️⭐️⭐️⭐️발에 열이 찬다~ 느껴지면 한 번씩 멈춰서 신발, 양말 다 벗고 열을 식혀주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발가락 사이에 밴드로 마찰을 줄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