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커피] 찬란한 삶의 기쁨, 코피 루왁

영화 <버킷 리스트 The Bucket List>

by 오색빛깔 라희뷰

커피 향이 준 그윽한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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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ucket List>(2007) © Harrison & Company


꼬장꼬장한 인상의 노인 에드워드, 보온병에 소중하게 담아온 코피 루왁을 도자기 잔에 따르고, 고고하게 부채질해 향부터 즐기는 모습이다. 기업 인수를 위해 참석한 감리위원회장의 긴박한 분위기 속에서도 여유롭게 커피를 즐기던 그는 코피 루왁이 ‘세계에서 가장 귀한 커피’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피 같은 자신의 시간을 뺏지 말라며 불같이 화를 내던 그는 말 그대로 피를 토하며 결국 자신이 인수하게 된 병원에 입원하는 신세가 된다.

영화 <버킷 리스트>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죽기 전 꼭 하고 싶은 것들을 적은 목록 ‘버킷 리스트’를 완수해 나가는 동안, 삶에 대해 진정한 깨달음을 얻은 이야기를 서로 다른 취향의 커피에 빗대어 그려낸다.

가난하지만 화목한 가정을 이룬 자동차 정비사 카터 챔버스(모건 프리먼)는 쉽고 간편한 인스턴트커피를 좋아하고, 백만장자 재벌 사업가지만 괴팍한 성격 탓에 곁에 아무도 없는 에드워드 콜(잭 니콜슨)은 최고급 커피인 코피 루왁만 마신다. 이 작품에서 커피는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캐릭터를 나타내는 동시에, 사회적 계급과 가치관의 차이를 나타낸다.

코피 루왁이 아무나 먹을 수 있는 커피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백만장자 에드워드는 그를 통해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존재를 확인받고 싶어 하지만, 자동차 정비사 카터는 인스턴트커피를 선택하는 자신의 관점과 태도가 분명해 커피 종류와 가격으로 가름하는 사회적 기준에 개의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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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ucket List>(2007) © Harrison & Company


영화 <버킷 리스트>는 두 가지 커피에 빗대어 허상과 본질을 구분하는 눈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극 중 카터는 암 수술을 앞두고 에드워드에게 코피 루왁의 실체에 대해 넌지시 알려준다. 에드워드는 최고급 커피라는 허상을 쫓아 자신이 정작 무엇에 열광해왔는지 본질을 깨닫고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마지막 장면에 히말라야 산 정상의 돌 상자에 카터와 에드워드의 화장한 유골이 담긴 인스턴트 커피 깡통 두 개가 나란히 놓인다. 이는 깨달음을 얻은 에드워드의 선택으로, 허상이 가득한 으리으리한 장례식 대신, 자연 상태로서 자신의 본질을 마주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영화 <버킷 리스트> 속 두 가지 커피는 유한한 삶의 시간 속 허상과 본질의 경계에서 무엇을 택할지 그리고 어떤 삶을 살아야 후회 없이 ‘버킷’을 걷어차고 생을 마무리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진한 깨달음을 준 영화 속 커피의 그윽한 맛과 향을 천천히 음미해보자.



오늘의 커피 : 코피 루왁 – 언제부터 어떻게 마시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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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vet © Paula Bronstein/ Getty Images


인도네시아어인 코피 루왁(kopi luwak)은 영어로는 시벳 커피(civet coffee)라 한다. Kopi는 인도네시아어로 커피, luwak은 긴 꼬리 사향고양이를 뜻하는 단어다. 코피 루왁은 커피 열매를 먹은 긴 꼬리 사향고양이의 소화 기관을 거쳐 나온 커피 열매를 채취해 만든 커피로, 위 속의 효소가 단백질을 분해함으로써 커피의 향미를 더해준다고 알려져 있다.

코피 루왁은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의 식민 지배를 받던 18세기 초부터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커피 무역으로 막대한 수익을 얻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커피 열매의 유출을 막기 위해 소작농으로 일하던 인도네시아 농부들의 커피 자작을 금지했다. 자신들이 재배한 커피를 맛보고 싶던 농부들은 커피 생두를 찾아다니다 사향고양이가 미처 소화하지 못하고 배설한 커피 열매를 발견한다. 고육책으로 이를 가공해 마셨는데, 생두보다 배설물에서 얻은 커피 열매로 추출한 커피의 맛과 향이 훨씬 더 그윽했다. 이러한 코피 루왁의 풍미가 유럽에 널리 알려지며 가격은 치솟았고, 극소량의 수확만 가능해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커피로 자리 잡았다.

구수한 향과 부드러운 맛, 독특하고 상큼한 산미 그리고 풍부한 과일향의 3가지 종류가 있는 코피 루왁은 카페인이 상대적으로 적어 이에 민감한 이들에게 특히 사랑받아 왔다. 캐러멜/초콜릿/풀의 향기가 나면서 쓴맛이 덜하고 신맛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뤘다는 평을 받는다.



영화 <버킷 리스트>가 전하는 진한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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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ucket List>(2007) © Harrison & Company


카터 : 고대 이집트인은 영혼이 하늘에 가면 신이 두 가지 질문을 한다고 믿었다네.
대답에 따라 천국과 지옥행이 결정되었다고 하지.

에드워드 : 흥미롭군. 질문이 뭐였나?

카터 : 첫 번째 질문은 ‘인생에서 기쁨을 찾았는가?’ 였어. 자네는 어때?

에드워드 : 내 인생에서 기쁨을 찾았냐고? 흠… 찾았지.

카터 : 그래? 그렇다면 두 번째. 자네 인생은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했는가?
에드워드 : 흠… 어려운 질문이군. 그동안 했던 일들이 모두 자랑할 만한 건 아니지만.

다시 하라면, 분명히 난 또 그렇게 할 걸세.

신들이 날 천국에 안 받아줄까? 그러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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