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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라희 Dec 08. 2022

영화 <와인 미라클>& 미국 캘리포니아 카베르네 소비뇽

눈과 귀를 열면 더 넓은 세계가 펼쳐진다

눈과 귀를 열면 더 넓은 세계가 펼쳐진다

영화 <와인 미라클>& 캘리포니아 와인


기적의 와인을 만들다

“모든 것의 시작은 흙, 포도나무, 포도이다.

포도밭의 향기, 탄생을 들이마시는 듯 그 향기가 고대의 기운을 깨운다.”


<Wine Miracle/ Bottle Shock> © Mirovision Inc.


기적은 우리가 상식이라고 믿었던 관념을 깨고 새롭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을 때를 말한다. 햇빛과 물을 머금고 자란 포도가 한 병의 와인으로 탄생되는 과정 또한 그러하다. 영화 <와인 미라클 Wine Miracle / Bottle Shock(원제)>(2008)은 상대적으로 불모지로 여겨지던 캘리포니아의 와인이 당시 최고의 와인으로 인정받던 프랑스 와인의 신화를 깨버린 놀라운 기적을 담았다.

영화 <와인 미라클>은 변호사 직도 내려놓고 와이너리에 전념한 완벽주의자 아버지 짐 바렛과 삶에 대한 계획이나 야망이 없이 자유롭게 살고 싶은 아들 보의 부자 간 갈등이 주축을 이룬다. 이 가운데 프랑스 와인만이 세계 최고라는 고정관념을 가진 와인 판매업자 스티븐 스퍼리어가 캘리포니아 와이너리에 방문하면서 이야기는 본격화된다.

이 작품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한 면만 바라보고 유일한 정답이 있다고 믿었던 짐과 스티븐이 스스로 구축한 벽을 무너뜨리면서 더 넓고 다양한 세계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는다. 

짐은 경제적 압박감을 느끼면서도 타협하지 않고 와인의 완성도를 높이려 한다. 보는 문제를 해결해보려 하지만 사사건건 아버지와 부딪힐 뿐이다. 한편 예상외로 훌륭한 캘리포니아 와인에 놀란 스티븐은 짐 바렛이 생산한 와인을 구매하려 하지만, 짐은 프랑스 와인 거래자들이 캘리포니아 와인을 무시하려고 여는 시음회라고 생각해 거절한다. 이를 또 다른 기회로 생각한 아들 보는 공항에 쫒아가 스티븐에게 생산한 와인 2병을 건넨다. 


짐 바렛은 모든 노력을 쏟아 완성한 와인을 개봉하지만 갈색이 된 와인을 보고 좌절한다. 그는 와인을 폐기 처분하고 다시 로펌에 복귀하려 한다. 아들 보는 친구 샘과 원인을 찾아 나서고 폐기 처분될 뻔한 와인 500 상자의 진가를 찾아내 최상의 와인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이러한 과정은 아들 보를 향한 아버지 짐의 신뢰와 사랑이 회복되는 과정으로도 중첩된다.

작품의 원제이기도 한 ‘보틀 쇼크(Bottle Shock)’는 화이트 와인의 병입이나 운반 등의 과정에서 산소의 접촉이 완벽하게 차단됐을 때, 천연 갈색 효소로 인해 일시적으로 갈색을 띠었다가 이틀 내에 황금색으로 원상 복구되는 현상을 말한다. 영화 속에서 상자째 폐기될 뻔한 최악의 브라운 와인이 단 며칠 만에 최상급 샤도네이 와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보틀 쇼크’ 때문이었다.


<Wine Miracle/ Bottle Shock> © Mirovision Inc.


우린 미신을 깨부셨어. 프랑스 와인이 최고라는 미신을.

게다가 캘리포니아뿐만이 아니야. 전 세계의 눈을 뜨게 한 거야.”

 

이 작품은 캘리포니아 와인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한 ‘파리의 심판’이라는 실화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에는 1973년산 샤또 몬텔리나의 샤도네이(Chateau Montelena, Napa Valley Chardonnay)가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게 된 배경이 온전히 담겼다. 파리의 심판은 미국 캘리포니아 신생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와인이 프랑스산 최상급 와인을 꺾으면서 세계 와인 산업의 판도가 바뀌게 된 사건을 말한다.

영화 속에서 캘리포니아 북부 나파 밸리의 광활한 포도 농장에서 해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와인 한 잔을 마시고 미소 짓는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행복함을 느끼게 한다. 음악감독 마크 애들러의 아름다운 선율을 배경으로, 한 마리 새의 시점으로 드넓은 포도밭을 자유롭게 날며 포착해낸 나파 밸리의 뛰어난 풍광 또한 볼거리다.

영화 크레디트 영상으로 전해진 후일담 또한 흥미롭다. 1976년 파리 와인 시음회에서 1위를 차지한 샤또 몬텔리나 샤도네이와 스태그 리프 카베르네의 병은 스미소니언 재단의 영구 소장품으로 공인되었다. 또한 30년 후인 2006년에 스티븐 스퍼리어가 프랑스산과 미국산 와인의 재대결을 주관했는데, 그 결과도 미국산 와인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의 태양볕을 듬뿍 받은 와인

<Wine Miracle/ Bottle Shock> © Mirovision Inc.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해안 지역인 나파밸리(Napa Vally)에서는 미국 와인의 80%가 생산된다. 이곳은 풀 바디 레드 와인을 생산하는 데 이상적인 지역으로써, 미국에서 프랑스 품종으로 고급 와인을 만드는 지역을 상징하기도 한다.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와인에는 카베르네 소비뇽, 샤르도네, 메를로, 진판델, 피노 누아, 피노 그리, 소비뇽 블랑 등이 대표적이며, 대담하고 과일의 풍미가 두드러지는 와인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중 카베르네 소비뇽은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품종으로, 충적토와 화산 토양에서 자란 캘리포니아 포도로 만들어서 진한 과일 맛과 향, 텁텁한 미네랄이 풍부하다. 또한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품종인 샤르 도네는 북부 해안의 스파클링 와인에 들어가는 포도로 인기가 있고 사과와 아몬드 크림 풍미가 난다.

캘리포니아 포도로 만든 와인에 경제·사회·문화적 가치를 더해준 역사적 사건은 ‘파리의 심판’이었다. 1976년, 영국인 스티븐 스퍼리어가 미국 독립 200주년을 기념하며 주최한 블라인드 시음회에서 캘리포니아 와인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프랑스 와인을 누르고 품질을 인정받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프랑스의 저명한 와인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의 평가에 힘입어 캘리포니아 와인의 우수성은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고 세계 와인계에서의 위치도 단숨에 격상되었다.



몸부림 끝에 성장한 와인, <와인 미라클>

<Wine Miracle/ Bottle Shock> © Mirovision Inc.


짐 배렛 : 샘, 여기서 와인이 만들어져, 포도밭에서. 

             포도밭에 가장 좋은 비료는 주인의 발자국 소리야. 

             이 포도는 충적토, 퇴적토, 화산지대 토양에서 자라고 있지.

샘: 건조하네요.

짐 배렛 : 그래. 물을 제한해야 포도가 몸부림을 칠 테고 향기가 더 좋아져.

           물도 많고 기름진 땅에서 편하게 자란 포도는 저질 와인을 만드는 재료 밖엔 안돼.

샘: 고생을 해야 깨달음을 얻는 거네요. 

짐 배렛 : 포도에겐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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