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이마시면서, 내쉬면서- 호흡조차 내 마음대로 안되네.
천천히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길게 내쉬면서-!
당신은 당신의 호흡에 집중해 본 경험이 있는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숨을 쉬고 있다. 우리는 항상 숨을 쉬고 있고 호흡이 있어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지만- 평소에는 그 사실을 인식하지 않는 듯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몸을 뒤집는 법, 걷고 뛰는 법, 넘어지면 일어나는 법 등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배워서 익혔는데- 숨을 쉬는 것은 배운 적이 없는 것 같다. 처음 숨을 쉬었던 것은 아마도 이 세상에 막 태어나 울음을 터트렸을 때였을 것 같다. 이제 막 태어난 아기에게 '코로 흡-하고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후-하고 숨을 뱉으면 돼!'하고 말하는 이가 있었을 리 없지 않은가. 이토록 중요한 숨을 우리는 배우지 않아도 알았고, 인식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신기하다.
필라테스의 모든 동작에는 호흡이 더불어 있다. 내가 마음대로 호흡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동작의 부분마다 적절한 호흡을 해야 한다. 그냥 동작을 하는 것과 적절한 호흡을 하면서 동작을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강사님께서 동작을 할 때마다 설명해 주시며 카운트를 해주시는데 사이사이에 호흡 또한 말씀해 주신다. 그러면 그 호흡을 따라가려고 노력한다. 처음에는 동작과 호흡을 연결하는 게 어색하거나 잘되지 않고, 카운트에 비해 나의 뱉어내는 호흡이 너무 짧아서 답답했다. 나는 평상시에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이 익숙해서 그런지 운동을 할 때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쉬는 것이 참 어색했다. 러닝을 한참 하면서도 바꾸지 못한 습관인데, 지금 필라테스를 하면서 조금씩 익숙해지는 중이다. 항상 하는 호흡인데, 이렇게 내 마음대로 안될 일인가! 매번 웃프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몸속에서 움직이는 호흡을 느껴보세요
명상이나 요가, 필라테스 등을 해본 사람이라면 몸속에서 움직이는 호흡을 느껴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호흡을 어떻게 느끼라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실 지금도 몸속에서 움직이는 공기의 흐름이나, 호흡을 느끼는 것은 내게는 어려운 일이다. 코와 입에서 멀어질수록 호흡을 따라가는 게 잘되지 않는다. 그래도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행위 자체에 대해 가만히 집중하는 것은 할 수 있게 되었다. 주변이 페이드-아웃이 되고 오롯이 나와 마주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 마음에 든다.
숨을 들이마셔서 흉곽을 부풀렸다가, 몸통에 있는 공기가 모두 사라지듯이 숨을 내쉬어보라는 것 또한 비슷한 과정이었다. 처음에는 너무 어색했는데 하다 보니 어렴풋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신은 해본 적이 있는 자세인가? 해본 적이 없다면 지금 시도해 보길 바란다. 양반다리를 하고 바닥에 척추를 바로 세워 앉은 뒤에, 양쪽 갈비뼈 위에 양손을 각각 얹는다. 그리고 코로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서 흉곽을 최대한 크게 부풀렸다가, 입으로 퓨-하고 내쉬면서 몸통을 최대한 납작하게 배꼽을 허리로 보낸다고 생각하고 호흡하기를 반복해라. 이때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면 더 좋다. 앞서 말한 바와 마찬가지로, 호흡을 가다듬고 오롯이 나와 마주하는 느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호흡처럼 내가 놓치고 있는 게 있을까?
어릴 때 누가 물속에서 오래 버티는지 잠수 시합을 해본 경험도 누구나 있을 것이다. 물속에 들어가서 숨을 쉬면 물이 들어와 힘들기 때문에, 물속에 들어가면 우리는 숨을 잠깐이나마 참는다. 쓸데없는 승부욕이 불타올라서 더 참아보겠다고 꾹꾹 버티다가 못 참고 튀어 올라왔던 것 같다. 꼭 물속이 아니더라도 지금 잠깐 숨을 멈춰보겠는가. 숨을 멈추면, 처음 몇 초는 아무 일이 없는 듯하다가 조금씩 고통이 찾아온다. 답답해지고 숨을 쉬고 싶어진다. 호흡이 멈추면 우리 몸속의 중요한 기관들도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다가 멈추게 될 것이다. 우리가 인식하고 있지 않지만, 호흡은 이렇게나 중요하다. 너무 당연하게 매일을, 매 순간을, 지금도 하고 있을 뿐이다.
혹시 호흡처럼 내게 너무 당연하고 익숙해서, 소중함을 잊고 있는 것이 있지 않은가? 혹은 호흡처럼 당연한 건데 막상 내 마음대로 조절하려고 하니 잘되지 않는- 잘 알고 있고 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노력하지 않는 것들이 있지 않은가? 필라테스를 하고 호흡에 집중하는 법을 배우고서는, 때때로 혼자 방 안에 앉아 자세를 바로 하고 호흡을 가다듬을 때가 있다. 그러면 머릿속이 호수처럼 잔잔해져서, 내가 던진 물음들에 퐁퐁퐁 하고 반응을 선명하게 한다. 오늘 호흡에 집중하며 나와 마주해보는 게 어떨까? 처음에는 호흡하기 바빠도, 점차 호흡이 안정되고 생각이 맑아져서 선명한 대답을 스스로에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당신의 호흡에 집중해 본 적이 있는가?
너무 당연하게 매일을, 매 순간을, 지금도 하고 있을 뿐이다.
호흡처럼 당연하고 익숙해서, 소중함을 잊고 있는 것이 있지 않은가? 노력하지 않는 것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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