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태어난 어린 사슴처럼 휘청거리는 팔다리야 멈춰!
이런, 방심했다
필라테스를 시작하고 나서 다녀오고 나면 '기분이 좋다'라고 말하던 나. 물론 운동을 하는 그 한 시간 동안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몰입한다. 평소에 땀을 잘 흘리지 않는 나이지만 필라테스를 할 때면 땀이 나기도 하고, 많은 동작들이 머리로는 알 것 같으면서도 막상 몸으로는 표현되지 않아 멈칫한다. 그래도 하고 나면 개운하고 가뿐한 기분이 참 좋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자.. 만했나 보다.
오늘 나는 바들바들 떨다 못해, 돌아오면서도 후들거리는 나를 발견했다.
오늘은 운동 가야지..
내가 이용하고 있는 필라테스 수강권은 비고정권이다. 매주 토요일 12시 30분이면 다음 한 주간의 수업이 오픈된다. 고정권이 수강 신청의 번거로움이 없어서 좋기는 하지만 조금 더 가격이 비싸서 비고정권을 선택했는데, 막상 하고 나니까 나쁘지 않다. 보통 다음 주 스케줄 정도는 잡혀있고, 그 스케줄에 따라 유동적으로 내가 원하는 요일과 시간을 조정하여 할 수 있는 게 좋았다. 혹시 사이에 취소를 하게 되더라도 일주일에 3회 이상은 신청하고 가려고 한다.
일을 하면서 늦게 퇴근하고 운동을 하러 가는 게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다. 이전에 말한 적이 있던가- 왕복 3시간의 출퇴근의 늪에서 살아간다고. 놀랍게도 출근하여 회사에 도착하면.. 이미 지쳐서 집에 가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이미 지쳐서 하루를 시작하니 매일이 얼마나 긴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운동을 안 하면, 몸이 더 남아나지 않는 기분이라 생존을 위해서라도 한다. 조금씩 체력이 더 나아지고 채워지는 듯하다.
오늘은 체험 수업 때 만났던 강사님이 아닐까 추측하며 신청한 수업이었다. 체험 수업을 받고서 힘들었지만 엄청 좋다고 생각하고 필라테스를 시작하게 되었기 때문에, 당시 강사님 성함을 알지 못했고 힘들었지만 조금 적응을 하고 나면 듣고 싶었었다. 그런데 수강 신청을 할 때 시간과 기구, 강사님 성함만 나와있어서 어떤 강사님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 강사님 성함과 얼굴을 매치하여 기억해야 내게 맞는 강사님 수업을 계속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다 오늘 이분인가 하며 갔는데 바렐룸으로 들어오신 강사님은 또 새로운 분이셨다. 그뿐만 아니라 더 강한 강도의 수업을 하시는 분이었다. 바들바들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내 팔다리를 보는 심정이 처참했다.
끝까지 버티세요!
다른 분들은 숙련자인지 평온하기 그지없는데, 나 혼자 바들바들 떨고 있어서 괜히 더 주눅이 들었다. 몇 번 수업을 듣다 보니까 수업마다 반복해서 오시는 분들이 계시고, 또 강사님마다 스타일과 강도에 맞는 수강생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이 강사님은 강도가 강한 분이셨고, 나머지 수강생들 또한 오랫동안 필라테스를 해서 코어를 비롯한 근육들이 고루 발달된 분들이셨던 것이다. 괜한 시무룩함은 나의 몫이었다.
동작을 하다 보니 솔직한 내 몸의 자세가 저절로 나왔다. 평소에 굽어져 있던 어깨나 허리의 자세 등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또 골반을 정면으로 한다고 생각했는데, 강사님이 다가오셔서 왜이지 했건만 강사님이 골반 방향을 잡아주시자 '아'하고 골반이 정면이 아니었던 것을 그제야 깨달을 때도 있었다. 쓰지 않던 근육이나 몸들이 끊임없이 비명을 질러댔다. 자세 교정에 도움이 된다고 좋아해 놓고, 막상 평소의 자세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자 내적 비명이 절로 나오고 도망가고 싶었다.
얼마나 복부나 허리, 고관절 쪽의 근육을 쓰지 않고 방치해두었던 걸까. 원래 근육의 쓰임이 있었을 텐데, 사용하지 않자 곧 흐물흐물 힘이 없어졌을 테지. 그러다 힘을 주라고 하자 '안해! 못해! 힘들어!'하고 바들바들 떨며 저항하는 내 근육들이었을 테다. 그런 내 모습이 주변의 숙련자들 틈에 비쳐 움츠러들었다. 어딘가에 새로이 들어갈 때 모두가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혼자 쭈뼛쭈뼛 어슬렁어슬렁 주변을 살피기 바쁘고. 이는 몸의 근육뿐만 아니라 마음의 근육들도 마찬가지일 테다. 다른 사람들을 바라볼 때 느끼는 공감의 근육도, 내 마음의 소리를 듣는 자아의 근육도 모두 단련과 시련이 필요하거늘.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없는 이에게는 또 왜 없냐고 이야기했던 것 같다.
마치 강사님과 숙련자에게는 너무 자연스러운 그 동작이, 나에게는 아무리 애를 써도 반도 미치지 못하며 바들바들 떨고 있는 것처럼- 누군가는 온 힘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 것일 텐데. 익숙함이 당연함이 되어, 그 노력을 못 보고 온전히 이해해 주지 못하며 있는 게 아니었을까. 운동을 하는 내내 스스로 인정하고 노력하는 연습을 했다. 그렇게 내 노력을 알아보고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 주자 어떻게든 더 해보겠다고 힘이 더 났던 것 같다. 내 주변에 이처럼 바들바들 떨며 온 힘을 다하고 있는데 아직은 낯선 사람들이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그들에게 더 너그럽고 따뜻하게 지금의 나를 떠올리며 나 또한 그랬음을 고백하며 손을 내밀고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해야겠다.
나의 복부와 허리 근육처럼 잘 단련되어 있지 않은 근육이 어디에 있나 생각해 본다.
그리고 내 주변에 바들바들 떨며 힘을 다하고 있는데, 아직 낯선. 사람들이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내 약한 근육에는 조금씩 욕심내지 말고 더 더. 주변의 힘을 다하는 이에게는 더 너그럽게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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