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비번, 휴일 날이면 다니는 산책코스가 있다. 우리 집에서 나와 걷다 보면 짧은 구간의 터널이 나온다. 그곳을 통과하면 경기도로 바뀐다. 산책로 옆으로는 나무로 우거진 숲과 멀리 보이는 묘비도 보인다. 무선 이어폰을 끼고 좋아하는 노래를 듣거나, 유튜브를 통해 재테크 정보를 듣는다. 그렇게 1만보를 채웠다.
어느 날부터 덤프트럭 부대가 줄지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네모난 가건물이 세워졌다. 입구에는 고속도로 건설을 알리는 명판이 세워졌다. 하루가 다르게 산책로는 변화했다. 내 건조한 눈을 맑게 해 주고, 사계절을 느끼게 해 주던 숲은 점점 민둥산으로 변했갔다.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이 합세하여 오래된 산을 다듬었다. 아니 파해쳤다. 잘린 고목들과 산에서 나오는 흙은 고향을 잃었다. 인간에 의해서 강제로 옮겨졌다. 그곳이 어디인지 나는 모른다. 마음이 고독하기 시작했다.
'잘 가라'
며칠 후 산책로 중 한 곳이 가로막혔다. 나무와 흙을 이동시킨 자리에 시커먼 아스팔트가 대신했다. 이제 그곳은 걸어 다니지 못하는 걸까. 흙먼지가 불어오고 있다. 맑은 날이면 숨을 길게 마셨던 행동은 이제 사치가 됐다.
흙먼지가 불어오던 곳에 음식점이 있었다. 그리고 입구를 지키고 있던 진돗개가 생각난다. 가끔 내 호주머니에 간식을 챙겨갔다. 나를 보면 꼬리를 흔들며 반가워했다.
'녀석은 어디로 갔을까? 어디서 내 냄새를 맡게 되면 신나게 짖어줘라"
이렇게 내 산책로는 삭막해졌다. 산책로의 기능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자동차들은 매연을 신나게 뿜어 대면서 목적지로 가겠지. 인간의 편리를 위해 각종 공사는 계속된다. 그러려면 어딘가를 부수고 다시 세워야 한다. 대게 자연을 훼손시키면서 인공 구조물을 만든다.
집 주변에 시골스러운 산책로가 있어서 고마웠다. 하필 이곳에 고속도로가 생긴다 말인가. 기쁘고, 슬프고, 답답할 때 언제나 나를 허용했다. 누구도 막지 않았다. 점점 바리케이드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래도 아직 이곳에서 뛰고 걷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